“아버지의 오랜 꿈, 돌아가신 지 30년 만에 이뤄요”

지난 10월 22일 고려대 본관에서 기부약정식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왼쪽부터 고인의 외손자 이성원 씨, 셋째 딸 정인선 씨, 큰 딸 정재은 씨, 정진택 고려대 총장. 이날 둘째 딸 정윤자 씨, 넷째 딸 정혜선 씨는 다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고려대 본관에서 기부약정식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왼쪽부터 고인의 외손자 이성원 씨, 셋째 딸 정인선 씨, 큰 딸 정재은 씨, 정진택 고려대 총장. 이날 둘째 딸 정윤자 씨, 넷째 딸 정혜선 씨는 다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한국대학신문 신지원 기자] “돌아가신 지 30년이 지났는데 이제야 아버지의 꿈을 이루게 되네요. 살아계셨다면 올해 꼭 100세가 되실 텐데 아버지께서 가장 기뻐하고 계실 것이 분명합니다. 아버지께서는 모교인 고려대학교를 정말 자랑스러워하셨고, 자신은 청빈하게 사시면서도 나라의 미래를 이끌 젊은이들을 후원하고자 하는 뜻을 늘 말씀하셨거든요.”

한 자수성가 사업가의 네 딸(정재은 씨, 정윤자 씨, 정인선 씨, 정혜선 씨)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융복합 인재 양성에 써달라며 102억원을 고려대에 기부했다. 네 딸의 아버지는 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 상과를 1941년도에 졸업한 故 정운오 교우다.

1남 4녀 중 큰 딸인 정재은 씨가 기억하는 故 정운오 교우는 한 번 뜻을 세우면 끝내 이루어 내는 뚝심 있는 아버지였다. 고인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피땀 흘려 사업체(한강호텔)를 일구었고 이는 고인과 가족들의 삶을 지탱해준 큰 버팀목이 되었다. 평소에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들을 후원하겠다는 뜻이 있었으나 심장마비로 갑자기 작고하면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88년 12월 17일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이미 30년이 지났지만, 네 딸이 모여서 아버지의 뜻을 대신 받들기로 했다. 아버지가 태어난 지 100년째 되는 해, 서른한 번째 기일을 앞두고 유산으로 남긴 사업체 매각 대금 중에서 102억 원이라는 거금을 아버지를 기리는 마음으로 고려대에 기부한 것이다.

네 딸은 아버지를 추모하는 마음을 모아서 지난 10월 22일 기부를 약정했다. 네 딸은 아버지의 기일인 12월 17일 전까지 기부하기로 약정했고, 그 약정을 각자 차근차근 실천해 도합 102억원을 기부 완료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정운오 교우님의 고귀한 뜻이 가족분들의 아름다운 나눔으로 꽃 피울 수 있게 돼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면서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창의융합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 기부금을 소중하게 사용하겠다”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고인의 이름을 명명한 ‘정운오 기금’을 조성하고 ‘정운오IT·교양관’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고인과 유족의 아름다운 나눔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교우를 대상으로 나눔 캠페인을 펼쳐 나눔의 씨앗이 더욱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