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 연내 출범 위해 당·정·청 나섰지만 무산
4월부터 7주간 국회 ‘셧다운’…고등교육정책 방치
정기국회의 꽃 국정감사에서 ‘조국 대전’
대입공정성 강화 위한 법 다수 통과 ‘눈길’

국회 전경(사진=한국대학신문DB)
국회 전경(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국회에서 여야의 갈등은 필연적이지만, 올해는 정도가 더욱더 심했다.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몸싸움으로 의원 다수가 검찰에 고소되고, 국회가 두 달 동안 파업했다. 하반기에 다시 정상화되는 듯했지만, 조국 전 장관의 각종 의혹이 터지면서 여야 갈등은 절정에 치달았다. 지금도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의혹 연루 대학들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등교육 이슈는 소외됐다.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갈등의 장’이었던 국회의 사건들을 정리했다.   

■ 당·정·청, 국가교육위원회 시동 걸었지만 흐지부지 =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초정권·초정파적 교육 백년대계’를 위한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가교육위) 설립에 나선 가운데 국회도 관련법을 발의하는 등 보조를 맞췄다. 국회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는 3월 전체회의, 4월 공청회를 열고 논의를 이어갔다. 

최대 쟁점은 ‘정치적 중립성’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국가교육위는 완벽한 중립을 이룰 수 없다”며 “국가의 미래 교육은 대학에 맡겨야 한다. 국가의 간섭이 최소화돼야 정치적 편향 없는 교육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교육위는 옥상옥 논란으로 인한 무용론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중장기 교육정책을 세운다는 국가교육회의가 대입정책을 바꾼다면서 돌고 돌았지만, 결국 교육부 장관이 결정했다”며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좋지만, 교육부 장관이 1년마다 바뀌는 것이 현실이다. 고쳐야 할 교육부를 놔두고 또 다른 기관을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연내 출범’을 목표로 국가교육위를 논의했지만, 국회가 ‘셧다운’ 상태에 빠지면서 논의 자체가 중단됐다. 이후 여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교육위는 안건조정위에서 세부사항을 조정했다. 

■ 국회 ‘올스톱’으로 교육 현안 발 묶여 = 여야가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 4월 국회가 ‘올스톱’됐다. 교육위원회는 △국가교육위 설치 △지방대학 및 지역인재 육성 △사립학교법 △고등교육법 △한국사학진흥재단법 등을 전혀 처리하지 못했다. 특히 의결 예정이던 비쟁점법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교육위는 간사 협의를 통해 매달 둘째 주와 넷째 주에 법안소위를 열기로 합의했으나, 자유한국당 위원 전원이 빠진 채 진행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을 시작하며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 셧다운 상황이 이어졌다.  7주 만에 국회가 열렸지만, 고등교육법안 논의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교육위는 6월 법안심사소위를 열었지만, 당시도 자유한국당이 불참하면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국가교육위 설치법을 비롯해 교육시설 안전법, 지역인재 육성법, 사학법 개정안 등 97건의 안건이 상정됐다. 이 중 국가교육위와 교육시설에 관한 법안을 우선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지만, 의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연기됐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2일 교육부 국정감사를 개최했다. 교육부 국정감사는 자료 제출과 증인 문제로 초반부터 여야의 신경전이 치열했다.(사진 = 한명섭 기자)
교육부 국정감사는 자료 제출과 증인 문제로 초반부터 여야의 신경전이 치열했다.(사진 = 한국대학신문DB)

■ 국정감사 ‘제2의 조국청문회’로 전락 = 정상화된 국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의혹을 놓고 20대 정기국회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특히, 자녀 관련 의혹이 대입·연구윤리·학사관리·사학비리까지 확산됨에 따라 피감기관이 몰린 교육위가 국감의 최대 승부처로 꼽혔다. 

여야는 국감 첫날에도 조 전 장관 논란과 관련된 개인 증인 채택에 실패했다. 자유한국당은 고려대·공주대·단국대·동국대·동양대·부산대·서울대·숙명여대·연세대·울산대 등의 총장, 교수 등 언론에 거론된 인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시도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자녀 의혹을 집중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증인을 요구했다. 

이후 조 전 장관은 장관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마지막 종합감사까지도 여야는 비슷한 논쟁을 반복했다. 야당은 △미성년자 논문조사 결과 △입시에서 논문 제출 여부 △부산대의전원 재적기준과 장학금 규정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 학위 인턴 선발 자료 △웅동학원 채용비리 제보 건 등을 요구하며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질타했다. 반면, 여당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유력 정치인’이라 칭하면서 자녀의 대입 의혹을 다시 거론해 공방을 벌였다. 

■ 말만 무성했던 국회의원 자녀 전수조사법 =  조국 전 장관 사태 이후 교육 공정성, 특히 대학입시 공정성이 사회적 화두로 부각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정시 확대”를 언급하면서 여야 모두 대입공정성과 정시확대 여론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주해졌다. 각 정당이 대입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특위를 꾸리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원내대표들은 국회의원 자녀 전수조사 의지를 피력했다. 

여야 4당은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자녀 대학입시 전수조사 법안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국민의 거센 요구가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까지 번지자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까지 발의된 관련 법안은 4건으로 더불어민주당(박찬대 의원)·자유한국당(신보라 의원)·바른미래당(김수민 의원)·정의당(여영국 의원) 등 4개의 당에서 모두 발의했다. 

4개의 안은 공통으로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꾸려 대학에 입학한 국회의원 자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시행해 비리가 발견되면 징역 혹은 벌금형을 물리는 것이 골자다. 여야 4당이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각론에서 차이가 뚜렷해 실현될지 미지수다. 게다가 20대 정기국회가 끝나기 한 달 전에 발의된 데다 검찰개혁, 선거법 이슈에 밀려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해 다음 21대 국회를 기약하게 됐다. 

■ 국회, 고등교육예산 대거 증액 = 교육부 예산은 2019년 본예산 74조 9163억원 대비 2조4708억 원 증액된 77조3871억 원으로 확정됐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을 대폭 확대한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지역 위기와 입학자원 급감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대학의 지역 혁신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지역혁신형, Ⅲ유형)을 신설(1080억원)했다.

또한, 두뇌한국(BK) 21 플러스 사업을 확대했다. 2020년 9월 출범 예정인 4단계 사업의 사업비는 연간 4080억 원 수준으로 현재 2720억원에서 1.5배 정도로 대폭 증가할 예정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학생‧학부모의 대입 부담 완화와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고등교육 기회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고교교육기여대학 지원사업 예산을 전년 대비 160억원 증액했다. 2019년 559억원 규모임을 고려했을 때 대폭 확대된 것이다.  

산학연협력 고도화 사업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예산도 2925억원에서 3689억원으로 증액됐다. 대학 내 산학연협력 문화 조성을 지원하고 4차 산업혁명 혁신 선도대학을 확대하는 등 미래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산업수요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지원을 강화한다. 

한편, 국회는 올해에도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인 12월 2일을 지키지 못했다. 

■ 본회의 통과한 고등교육 법안 주목 = 국회는 본회의에서 입학금 폐지와 대입 공정성을 담은 고등교육법 등을 다수 통과시켰다.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학생선발의 공정성과 대학입학 전형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일부 개정에 따라 학생선발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대학의 장은 입학사정관 본인 또는 그 배우자가 해당 대학 입학전형의 응시생과 4촌 이내의 친족 관계에 있는 경우 등 특수 관계에 있는 경우 해당 학생의 선발 업무에 배제하도록 했다. 

대입정책을 사전에 발표하는 방안도 담았다. 대입제도에 관한 학생·학부모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교육부 장관이 대입정책을 정하거나 변경하려는 경우 해당 입학 연도의 4년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 전까지 공표하도록 했다.

국회는 끊이지 않고 터지는 입시부정을 막기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학 입학전형에서 입학전형자료의 허위기재 등 부정행위가 있는 경우 대학의 장으로 하여금 입학허가를 취소하도록 하는 근거규정을 마련했다. 

현행법은 학생 또는 교직원 등이 입시 부정·비리를 저지른 경우 이에 대한 명확한 제재규정이 없다. 대학입시의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학생이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한 경우 입학허가 취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법안이 통과됐다. 이번 개정안으로 대학입학 과정의 공정성을 높이고, 입시 부정 등에 대한 예방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입학금 폐지와 등록금 분할납부를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입학금의 전면 폐지는 2023학년도 입학자부터 적용되며, 대학원은 폐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대학이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등록금을 연 2회 이상 분할, 납부할 수 있게 했다.

‘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법률’은 교육시설의 안전 및 유지관리의 기준·체계 정립과 안전성 확보 등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환경 조성과 학생의 복리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법이다. 이번 법안 통과로 최소환경 기준, 안전·유지관리 기준 등 교육시설의 단계별 설치와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안전인증제, 안전성 평가 등 새로운 안전점검·관리 제도가 도입된다.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전사고 예방, 교육시설 안전 등에 필요한 시책의 수립·시행과 행·재정적인 지원 근거가 마련된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통과된 법도 있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우수한 인적자원, 연구개발 조건 등 산업입지로서의 우수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 대학 내에 유휴 교지를 활용한 산업단지 조성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안이다. 기업 입주시설·창업 지원시설·복지·편의시설 등을 복합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활용 가능한 교지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명확히 정하고 입주 가능 업종에 대해서는 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부처와 협의, 정하도록 하는 등 학습권 침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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