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고등교육정책 결산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한 해가 저물어간다. 한 해의 마무리 시점에서 대학들의 심정은 비통하다. 올해 주요 선진국의 대학들은 정부의 지원과 자율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향해 더욱 질주했다. 하지만 국내 대학들은 정부의 간섭과 통제에 시달렸다. 심지어 대통령이 대입예고제 근간까지 흔들면서 정시확대를 강행, 대학들이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대학들을 대상으로 1년 내내 감사와 실태조사도 이어졌다.

반면 대학 재정난 해결은 요원하다. 대 학들이 신뢰하고 공감할 혁신과 구조개혁 방향은 오리무중이다. 그러자 전국대학노동조합(이하 대학 노조)이 출범 이래 최초로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교수5단체도 공동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는 11년 만에 등록금 인상을 결의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대정부 건의문을 제출했다. 문재인 정부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의 현주소다. ‘철학 없는’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이 대학들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올해를 반면교사 삼아 내년부터 고등교육정책의 대전환을 이뤄내지 못하면 국내 대학교육의 붕 괴는 시간문제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전 부산교대 총장)은 “대학의 재정 자율성이 실종된 지 오래다. 여파가 교육환경 황폐화를 넘어 대학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 시안’은 자율을 가장한 ‘관 주도’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이 높다”면서 “대학이 아우성이다. 당연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 의혹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제도의 탓으로 불똥이 튀더니, 대학의 자율성 침해로 귀결됐다. 대학의 학생 선발권이 정치 포퓰리즘의 희생양이 된 꼴”이라고 지적했다.

하 회장은 부산교대 총장 출신이다. 이에 대학들의 현주소를 정확히 꿰뚫었다. 올해를 반추하면 공감할 수밖에 없다. 재정난의 연속에도 불구, 강사법이 8년 만에 시행되면서 대학들의 재정 부담이 가중됐다. 교육부는 재정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안 없이, 대학혁신지원사업과 4단계 BK(두뇌한국)21 사업에 강사지표 반영으로 맞불을 놨다. 대학혁신지원방안과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이하 2021 진단)은 발표되자마자 기대가 아닌 실망을, 신뢰가 아닌 불신의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2021 진단에서 충원율 비중 확대가 예고됐다. 대학노조와 전국교수노동조합은 점거 농성을 불사하며 2021 편람 시안 설명회를 무산시켰다. 교육부 계획대로 2021 진단이 추진되면 지방대 고사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조국 전 법무 부 장관 딸의 입시 특혜 의혹, 즉 조국 캐슬이 정시확대로 이어지며 고려대와 서울대 등 16개 대학이 정시확대의 총대를 짊어진다. 또한 사총협이 등록금 인상을 결의하자 교육부는 감사카드를 운운하며, 압박했다. 결국 올해 대학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래를 향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되레 뒷걸음질을 쳤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대학을 정치적 시각과 여론의 잣대로 제단하기 때문이다. 실제 문 대통령이 정시확대를 추진하자 지지율이 상승했다. 내년 총선을 감안하면 대입제도, 대학들의 사정은 아랑곳없이 지지율 상승은 필수다. 당연히 사총협의 등록금 인상 결의가 용납되지 않는다. 자칫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을 국가의 미래를 선도할 인재 양성기관으로 바라보지 않으니,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에 철학은 사치에 불과하다.

하 회장은 “우리 헌법에 명시된 ‘대학의 자율성 보장’은 대학입시 문제도 대학에서 책임질 일이고, 등록금도 대학에 서 자율적으로 책정할 일이며, 대학경영과 존폐 문제 역시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임을 뜻한다. 요컨대 정권이나 정치가 대학의 자율을 분배하고 통제하는 국가는 대학의 미래도, 국가의 미래도 암울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