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가 분주하다. 일반대와 전문대가 앞다퉈 혁신지원사업 성과 공유와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수도권역협의회 성과포럼이 17일 더케이호텔에서 개최됐고 부울경권역협의회 성과포럼이 20일 부산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개최됐다.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는 19일부터 20일까지 경주 힐튼호텔에서 ‘2019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확산 포럼’을 개최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과 전문대학혁신 지원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야심작으로 꼽힌다. 지난해 준비를 마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사업 기간은 총 3년. 특수목적성사업이 아니라 일반재정지원사업으로 진행되는 것이 최대 특징이다. 따라서 사업 도입 당시 대학가의 기대가 매우 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대학가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으며, 대학가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율은 실종되고 간섭과 통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혁신지원사업은) 대학의 기본역량제고를 위해 일반재정으로 지원한다.

사업비도 정규 교직원 인건비, 토지 매입비, 업무추진비, 공공요금 사용 제한을 제외하고 대학이 수립한 ‘중장기 발전계획’에 부합, 자율집행을 허용했다.

하지만 세부 사업비 집행 계획을 별도로 수립하도록 하고, 이를 점검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종전과 같은 특수목적사업비가 되고 말았다. 더구나 3년 계속 지원사업임에도 1년마다 평가하고 미흡 대학의 사업비 일부를 삭감, 우수대학에 추가 지원한다. 이에 대학으로서는 기본역량 제고를 위해 중장기투자를 하지 못하고 당해 연도에 돈을 쓰는 사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장기간 등록금 동결과 입학금 폐지에 따른 대학의 수입 결손을 보존하는 일반재정지원이 돼야 한다. 당연히 1년 단위 평가는 물론 사용처 제한도 폐지돼야 한다. 3년 후 사업비 평가가 아니라 대학 활동 성과 평가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반값등록금정책이 11년간 지속하면서 대학의 재정 상태는 초토화되고 있다. 대학들은 학생 교육과 실습에 필수적인 실험실습기자재 구매마저 망설이고 있다. 당연히 교육 여건과 환경이 악화된다. 교육의 질 또한 추락한다. 대학이 국가의 미래를 선도할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데,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따라서 대학혁신지원사업이든,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이든 대학들이 교육 여건과 환경을 개선하고, 대학 구성원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사업비 사용에 최대한 자율이 보장돼야 한다.

무엇보다 1년 단위 평가의 틀에서 벗어나 3년을 바라보는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 만일 3년 후 성과평가에서 사업비를 부정적으로, 허투루 사용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페널티를 강력히 물으면 될 것이다.

성과 포럼에서 사업비 사용에 어려움이 많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물론 사업비는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다. 단 1원이라도 헛되이 쓸 수 없다. 그러나 처음부터 대학을 신뢰하지 못하고 평가의 틀로 옭아매 혁신지원사업의 성격이 변질한다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지금까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고등교육, 고등직업교육의 짐을 대학들이 묵묵히 감당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도 내년 대학혁신지원사업비와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비가 대폭 확대됐다. 이제 대학들이 자율성을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 혁신을 성공적으로 실현함으로써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풍토와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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