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2020학년도 전국 전문대 수시모집 등록인원 현황 분석
전국 136개교 가운데 등록률 60% 미만 7개교…절반도 못 채운 학교도 4개교
지역별 편차도 커…최저 강원과 최고 인천‧경기 간 평균 등록률 차이 22.3%포인트
“다만 일반대도 동시 감소되고 있어, 심각하게만 바라볼 것까지는 없어”
각 대학 수시 미충원‧비인기학과, 정시에서 어떻게 채울 것이냐가 관건

지난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9개 거점국립대가 참여하는 '거점국립대 공동입학설명회'의 모습. 예상과는 다르게 방문객들의 수가 많지 않아 대학 관계자들을 난감하게 했다. 일반대 역시 입학생 모집이 앞으로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지난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9개 거점국립대가 참여하는 '거점국립대 공동입학설명회'의 모습. 예상과는 다르게 방문객들의 수가 많지 않아 대학 관계자들을 난감하게 했다. 일반대 역시 입학생 모집이 앞으로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신입생 유치를 위한 전문대들의 피말리는 경쟁이 시작됐다. 지난해 지역 전문대의 정원 미충원 대량 사태는 수능 응시자가 13만명 줄어든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7천명이나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이런 추세 속에서 1996년 이후 교육정책은 대학설립과 증원을 쉽게 만들어 96년 134개였던 일반대(산업대, 교육대, 방송통신대 제외)가 163개로 29개(18%)가 증가했으며, 전문대도 152개에서 159개로 7개가 늘었다. 이미 지난해 수백명씩 정원을 채우지 못한 전문대들이 속출했다. 특히 ‘전북(77%)’ ‘경북(78%)’ ‘전남(79%)’ 등의 지역이 가장 심했다. 학생 수 감소는 대학재정 압박으로 곧바로 이어져 일부 전문대는 존립을 걱정하는 지경이다. 비인기 전문대의 비인기 학과는 정원의 절반도 못 채울 전망이다.”

지난 2002년 본지가 보도한 기사의 일부 내용이다. 약 20년 전의 전문대학가의 암울한 풍경이 올해 다시 재현됐다. 전국 대부분의 대학들의 수시모집 등록률이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마이너스(-)대를 기록했다. 학령인구 감소의 악영향이 지방 대학을 중심으로 일어나며, 이미 예고됐던 ‘대학의 위기’가 지방 전문대부터 습격하고 있음이 수치로 입증됐다.

본지가 지난 26일 2020학년도 전국 전문대학 수시모집 등록인원을 분석한 결과, 전국 136개 전문대학 가운데 등록률 60% 미만인 대학이 7개교, 이 가운데 절반도 못 채운 대학도 무려 4개교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60% 미만 전문대학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전남 2개교 △경북 2개교 △강원 2개교 △충청 1개교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남의 A대학은 수시모집 정원 내 등록률이 15.4%에 불과해 전국에서 가장 낮은 등록률을 보였고, 같은 지역의 B대학 역시 등록률이 21.9%에 머물며 최저 등록률 2개교가 모두 전남에서 나와 충격을 더했다. A대학의 경우 약 700명의 정원 중 76명의 학생만 등록을 완료했고, B대학은 정원 약 1000명 중 185명 등록완료로 처참한 결과가 나왔다.

이외에도 △경북 C대학 45.9% △경북 D대학 48% △강원 E대학 53.7% △강원 F대학 56.9% △충청 G대학 59.2% 등의 지역 순으로 낮은 등록률을 보였다.

전국 지역별 등록률 편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전문대학들에게는 ‘빨간불’이다. 지역별 평균 등록률 최상위 지역과 최하위 지역의 편차가 무려 22.3%포인트에 달했다.

지역별 등록률이 높은 순으로 보면 ‘인천‧경기’가 97.3%로 가장 높았고 △서울 95.9% △경기북부 92.4% △경기남부 90.1% 등 수도권 지역만 유일하게 90% 등록률을 넘겼다. 이어 △부산‧울산‧경남‧제주 83.9% △전북 83% △대구‧경북 81.9% △대전‧충청‧세종 81.4% △광주‧전남 78.2% △강원 75% 등으로 나타났다.

2020학년도 전국 전문대학 수시모집 등록 권역별 현황
2020학년도 전국 전문대학 수시모집 등록 권역별 현황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국내 대학 현실 상 학생 수 감소는 곧바로 대학재정 압박으로 이어지게 되고, 지역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결과만 놓고 보면 몇 년 내 ‘폐교 대학’이 속출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전혀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게 돼 전문대학을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다.

재단이나 대학의 비리나 부실경영으로 인한 행정조치로서의 강제적인 폐교가 아니더라도, 입학생 자체를 채우지 못해 일어날 수 있는 이른바 ‘대학 공동화 현상’으로 자연스럽게 ‘개점 휴업’ 상태의 대학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등록률 감소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같이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고등교육기관 사이의 증감폭이 벌어지고 있는 것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전문대만의 심각한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말이다.

이승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입학지원실장은 “2019학년도 일반대와 전문대의 수시모집 등록 현황은 비슷한 결과를 나타냈고, 올해도 마찬가지”라며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 대학들의 충격이 크지만, 고등교육 전체로 봤을 때는 일반대와 전문대가 동시에 줄고 있어 ‘전문대만 죽는다’는 해석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대 정시모집까지 마친 시점에서는 이러한 해석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은 반드시 필요하다. 수시모집 인원에서 결원이 발생할 경우 대학들은 정시모집으로 인원을 이월해 선발할 수 있다.

다만 ‘직업교육’ 선호도가 높은 수험생은 이미 전문대 수시모집을 통해 지원을 완료했고, 충원 미달이 발생한 ‘비인기 학과’의 경우 정시로 넘어가더라도 여전히 미충원 상태로 종료될 수 있다는 것이 전망을 가장 어둡게 하는 배경이다.

이승주 전문대교협 입학지원실장은 “전문대학 정시모집 대상 학과들의 대부분은 일반대와 견주어도 경쟁력이 충분한 ‘간호학과’ 등 보건‧의료 계열이 다수 포진해 있다”며 “대학들의 고민은 ‘비인기 학과’ 인원을 정시에서 어떻게 충원할 지에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대학들의 최종 결과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린 대학의 위기 상황에 전국 전문대학들이 직면한 가운데 입학생을 확보할 대학들의 혁신과 ‘직업교육’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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