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감소에 주요대학마저 ‘휘청’…시립대·홍익대 외 ‘전부 하락’ 
정시 모집인원 확대, 내년 수능 변화 등 경쟁률 하락 요인 ’즐비’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로 서울권 주요대학의 정시모집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지난해 대비 하락했다. (사진=중앙대 제공)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로 서울권 주요대학의 정시모집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지난해 대비 하락했다. (사진=중앙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이 2020학년 정시모집을 덮쳤다. 단연 높은 수험생 선호도를 자랑하는 서울권 주요대학의 경쟁률이 5.56대 1로 크게 낮아졌다. 경쟁률 하락세는 2년 연속 나타난 현상이지만, 2020학년은 2019학년과 사정이 다르다. 2019학년에는 유독 어려운 ‘불국어’ 등 높은 수능 난도로 인해 ‘빠른 재수’를 택하거나 하향·안정 지원에 나선 수험생이 많았지만, 2020학년 수능 난도는 전년도만 못한 상황이다. 그보다는 큰 폭으로 줄어든 고3 재학생 수로 인해 정시모집 경쟁률이 크게 내려앉은 것으로 풀이된다. 수험생 감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강권’으로 주요대학 상당수가 정시 모집인원을 늘린 것도 경쟁률 하락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15개 서울권 주요대학 경쟁률 5.56대 1 ‘하락’…2년 연속 ‘하락세’ = 지난달 31일 끝난 정시모집 원서접수 현황을 본지가 자체 취합한 결과 서울권 15개 주요대학의 경쟁률이 지난해 대비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권 15개 주요대학에 속하는 대학은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단연 높은 서울대와 고려대·연세대, 이들 대학과 더불어 주요 사립대학으로 분류되는 경희대·서강대·성균관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유일한 국공립 일반대인 서울시립대와 이외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서울권 사립대인 건국대·동국대·숙명여대·홍익대다. 이들 대학 가운데 건국대·고려대·동국대·연세대·한양대는 본·분교 체제 대학이기에 서울 본교만을 기준으로 경쟁률을 집계했다. 반면, 경희대·중앙대·성균관대·한국외대·홍익대는 통합캠퍼스 대학이기에 서울캠퍼스와 지방캠퍼스의 경쟁률을 한 데 합산했다.

이들 대학의 정원내 전형을 기준으로 집계한 2020학년 서울권 주요대학 정시모집 경쟁률은 5.56대 1이다. 1만5734명을 모집한 주요대학에 총 8만7479명의 수험생이 원서를 냈다. 지난해 1만4844명 모집에 8만9581명이 지원해 기록한 6.03대 1에 비해 경쟁률이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경쟁률 하락 현상은 주요대학 전반에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경쟁률이 오른 곳은 2개교에 불과했다. 8.12대 1에서 8.35대 1이 된 홍익대, 4.83대 1에서 5.05대 1이 된 서울시립대뿐이었다. 

반면, 나머지 13개 대학은 모두 경쟁률이 낮아졌다. 가장 경쟁률이 높은 중앙대조차도 10.24대 1에서 9.88대 1로 경쟁률이 전년 대비 하락했다. 서강대는 모집인원을 141명 늘렸지만, 지원자가 189명 늘어나는 데 그쳐 5.98대 1에서 4.74대 1로 가장 큰 경쟁률 하락폭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한국외대 5.06대 1(전년 경쟁률 5.85대 1) △동국대 5.09대 1(5.73대 1) △성균관대 4.54대 1(5.16대 1) △건국대 7.02대 1(7.62대 1) △숙명여대 3.88대 1(4.41대 1) 등도 비교적 경쟁률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 반면 고려대는 경쟁률이 하락하긴 했지만, 4.39대 1에서 4.37대 1로 큰 차이가 없는 편이었다. 

■학령인구 감소 ‘직격탄’…2년 연속 하락세 ‘주범’ = 주요대학의 경쟁률이 낮아지는 것은 올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동일 기준으로 경쟁률을 집계했을 때 2년 전인 2018학년 6.67대 1로 오름세를 보였던 주요대학 경쟁률 수치는 2019학년 6.03대 1, 2020학년 5.56대 1로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주요대학에서 나타난 경쟁률 하락현상은 ‘불수능’ 때문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어 표준점수가 150점을 기록할 만큼 수능의 변별력이 높았고, 안정·하향 지원이 주를 이루다 보니 주요대학에 도전장을 던질만한 수험생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영어까지 어렵게 출제돼 ‘빠른 재수’를 택한 학생들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 올해 수능 응시생 가운데 ‘N수생’ 수가 전년 대비 늘어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올해는 ‘불수능’이 경쟁률 하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 물론 다른 해와 비교했을 때 충분히 변별력 있는 시험이었고, 수학 나형처럼 특히 어렵게 출제된 영역도 존재한다. 하지만, 지난해만큼이나 수험생들에게 ‘멘붕’을 안길 정도의 난도를 보이지는 않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비교적 높은 편인 수능 난도로 인해 주요대학 지원자 풀이 다소 감소했을 수는 있지만,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경쟁률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학령인구 감소’다. 2020학년 대입과 2021학년 대입은 최근 들어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큰 폭의 학생 수 감소가 나타나는 시기다. 당장 2018학년과 2019학년 53만명선을 기록했던 수능 접수인원은 2020학년 들어 48만4737명으로 4만5000명 넘게 줄어들었다. 

2021학년에도 이 같은 현상은 되풀이될 예정이다. 출생인원을 봤을 때 학령인구 감소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2019학년 대입을 치른 고3 수험생인 2000년생은 63만명 수준이었던 데 반해 2020학년 대입을 치른 2001년생은 55만5000여 명, 2021학년 대입을 치르는 2002년생은 49만여 명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학령인구 감소 불구, 모집인원 확대, 수능 변화 등 경쟁률 하락 요인 ‘즐비’ = 이처럼 수험생이 줄면 정시모집 경쟁률은 당연히 하락할 수밖에 없다. 대학에 지원할 ‘자원’이 줄어든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같은 환경이더라도 경쟁률 하락이 필연적인 상황에서 이를 한층 더 부추긴 것은 ‘모집인원 확대’다. 지원자 풀을 형성할 학생 수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지만, 정작 정시 모집인원은 지난해 대비 늘어났다. 15개 서울권 주요대학 가운데 전년 대비 정시 모집인원이 줄어든 곳은 동국대와 서울대, 숙명여대, 홍익대까지 단 4개교에 불과하다. 

인원이 줄어든 대학들의 감소폭은 크지 않다. 동국대는 겨우 전년 대비 3명이 줄어든 것에 불과하며, 홍익대도 27명의 인원이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한 해 전과 비교했을 때 서울대는 42명, 숙명여대는 88명 감소다. 이 정도는 수시모집에서 채우지 못한 결원이 정시모집으로 이동하는 ‘수시이월’ 발생 규모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 수치다. 

반면, 모집인원을 늘린 대학들 중에는 그 규모가 상당한 대학들이 존재했다. 성균관대는 무려 전년 대비 412명이나 정시 모집인원을 확대했다. 서강대와 이화여대, 연세대도 지난해 대비 100명 넘게 모집인원을 늘린 대학이었다. 2020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 초안이 나오는 2018년 3월말 교육부 차관이 직접 대학에 연락을 취해 정시를 늘려달라고 ‘강권’한 데 따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집인원이 늘어나면 경쟁률 하락은 피하기 어렵다. 수험생 수가 덩달아 늘어나지 않는 이상 여러 대학으로 수험생들이 분산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학년은 수험생이 도리어 줄어든 해였다. 선호도가 높은 주요대학들마저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나마 2020학년 정시모집은 재수생이 늘어나 경쟁률 하락 정도가 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9학년 발생한 불수능의 여파로 2020학년 수능 응시생 가운데 N수생이 13만6972명으로 전년 대비 7000여 명 늘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큰 폭의 경쟁률 하락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21학년 수능이 달라지는 것도 경쟁률 하락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0학년 대입을 치른 수험생들이 재수를 선택하는 경우 치러야 하는 2021학년 수능은 2015 교육과정이 반영되는 첫 해 수능으로 출제범위 등에 다소 변화가 있다. 수학 가형에서는 기하가 빠지며, 수학 나형에는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 등이 새롭게 포함된다. 

가형을 치르는 자연계열 수험생의 경우 부담이 덜해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출제범위가 좁아지면 변별을 위해 더 어려운 문제가 출제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바뀌는 수능에 재도전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지원해 일단 대학에 합격하자는 ‘하향지원’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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