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정 총장
오세정 총장

교직원, 학생, 동문 여러분, 그리고 서울대학교를 아껴주시는 국민 여러분.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 해도 건강과 행복이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아침은 지난 일을 갈무리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때입니다. 타성에 젖었던 과거의 생활을 성찰하고, 미래를 향한 다짐을 굳게 하는 소중한 순간입니다. 2020년 새해 아침, 서울대학교를 포함한 우리 사회가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타인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넘치는 공동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올해의 새해 아침은 여느 새해 아침보다 더 특별합니다. 오늘은 단지 2020년이라는 한해를 여는 시간일 뿐 아니라, 21세기의 새로운 10년을 다시 한 번 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새해를 맞았다고 해서, 그리고 21세기의 새로운 10년을 또 한 번 맞았다고 해서, 저희의 발목을 잡아 온 과거의 문제들이 모두 일소된 사회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경험한 적이 없는 새로운 세계가 갑자기 눈 앞에 펼쳐지기를 기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보다는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상황을 개선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지칠 줄 모르고 경주되기를 바랍니다. 당장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보다 나은 대학과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울대학교 구성원 여러분들도 다 함께 나아갑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서울대학교와 우리 사회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가기를 소망합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정리와 미래의 비전만큼이나 현재의 실천이 중요합니다. 과거에 매인 나머지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고, 미래에 현혹된 나머지 현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현재에 충실하자는 것이 눈앞의 일에 급급하거나 관성대로 살아가자는 뜻은 아닙니다. 현재에 충실하다는 것은, 과거에 뿌려진 씨앗을 더욱 발전시키고 그리하여 미래의 가능성을 한층 더 풍부하게 가꾼다는 뜻입니다. 현재에 충실하지 않으면, 과거의 잠재력은 소멸하고, 앞날의 선택지들은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당장 가시화될 수 있는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꾸준히 현재에 충실하다 보면, 미래는 결국 우리에게 멋진 선물을 건네주리라 믿습니다. 현재를 열심히 산다는 것은,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선물꾸러미를 준비하는 일입니다. 현재를 열심히 살았던 과거의 자신이 보내는 선물꾸러미를, 기쁜 마음으로 풀어보는 미래의 우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과거에 연연하면서 막연한 비난과 비관을 일삼는 일은 현재 속에서 구체적으로 분투하는 일보다 쉽습니다. 오지 않은 먼 미래를 재촉하면서 조롱과 냉소를 일삼는 일은 현재 속에서 변화의 씨앗을 차근차근 심는 일보다 쉽습니다. 한층 더 성숙하고 풍요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자세로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기득권에 매몰되는 대신 진실한 자기 성찰을 해낼 수 있는 지성의 힘을 믿습니다. 보다 사려 깊은 사람이 되고자 치열하게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반성의 힘을 믿습니다. 한층 더 풍요롭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타인에게 손을 내밀고, 타인이 내민 손을 붙잡는 공감의 힘을 믿습니다.

자신에 대한 성찰과 타인에 대한 배려의 노력이 하나하나 모여 이 사회의 구석구석에 품위 있는 언어와 용기 있는 행동과 반짝이는 지성과 격조 있는 유머와 배려 있는 인격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성장과 성숙을 도모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더디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2020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서울대학교 가족과 국민 여러분의 행운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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