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절벽 시대 맞아 선전한 한의대, 모집인원 감소, 동국대 인문선발 등 ‘호재’

올해 한의대 경쟁률은 12.35대 1로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사진은 올해 인문계열 선발을 재개한 동국대(경주). (사진=동국대(경주) 제공)
올해 한의대 경쟁률은 12.35대 1로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사진은 올해 인문계열 선발을 재개한 동국대(경주). (사진=동국대(경주)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한의대 경쟁률이 ‘폭발’했다. 지난해 의학계열로 분류되는 의대·치대·한의대 가운데 유일하게 경쟁률이 낮아졌던 한의대는 올해 다른 의학계열과 비교를 거부할 정도로 경쟁률이 ‘대폭 상승’ 했다. 의대와 치대의 경쟁률도 높아졌지만 ‘소폭 상승’에 그쳤던 터. 9.42대 1에서 12.35대 1로 크게 경쟁률이 오른 한의대는 단연 눈길을 끈다. 한 해 전 자연계열로만 모집을 실시한 동국대(경주)가 인문계열 모집을 재개한 점이 모집인원이 67명 줄었지만 지원자가 281명 늘어나게 만든 원동력으로 손꼽힌다. 

지난달 31일 끝난 정시모집 원서접수 현황을 본지가 자체 취합한 결과 전국 12개 한의대의 경쟁률이 전년 대비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현황을 공개하지 않던 원광대가 2일 오전 발표한 최종 경쟁률까지 포함한 결과다. 

2020학년 기준 현재 고졸 신입생 모집을 실시하는 한의대는 전국 12개교다. 이 중 부산대는 한의학전문대학원이지만 고졸 신입생을 모집한다. 나머지 11개 한의대는 전부 한의대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12개 한의대의 정원내 전형을 기준으로 집계한 2020학년 정시모집 경쟁률은 12.35대 1이다. 311명을 모집한 전국 한의대에는 총 3841명의 수험생이 지원했다. 전년에는 378명 모집에 3560명이 지원해 9.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모집군별 양상은 모두 동일했다. 가군·나군·다군의 경쟁률이 전부 올랐다. 가군은 8.86대 1에서 8.93대 1이 됐고, 나군은 5.81대 1에서 7.53대 1로 경쟁률이 상승했다. 다군은 18.15대 1에서 25.09대 1로 가장 큰 경쟁률 상승폭을 보였다. 

가군에서는 동신대의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을 통합선발한 동신대 한의대는 20명 모집에 291명이 지원, 14.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가군과 나군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일반전형과 지역인재전형을 각각 인문·자연계열로 나눠 모집한 대전대가 합산 경쟁률 8.24대 1로 동신대의 뒤를 이었다. 한의대 가운데 가장 선호도 높은 경희대는 인문계열 8.5대 1, 자연계열 5.28대 1로 합산 경쟁률 6.2대 1을 기록, 가군에서 모집을 실시한 3개 한의대 중에서는 가장 경쟁률이 낮았다. 

나군에서는 대구한의대의 경쟁률이 인문·자연 합산 기준 9.3대 1로 가장 높았다. 유일한 한의전원 체제인 부산대가 8.8대 1이었으며, 세명대는 7.7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어 계열별 구분모집을 실시하는 동의대와 가천대, 원광대가 차례대로 7.17대 1, 7.1대 1, 6.46대 1의 경쟁률을 각각 기록했다. 

다군에서 선발을 실시하는 한의대는 동국대(경주)와 상지대 2개교. 이 중 동국대(경주)의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인문계열은 79.4대 1, 자연계열은 24.43대 1을 각각 기록한 동국대(경주)는 합산 경쟁률 32.76대 1로 전국 한의대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상지대 경쟁률은 19.59대 1이었다.

올해는 학령인구 절벽에 맞닥뜨린 첫 해이기에 선호도 높은 의학계열도 경쟁률이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한의대는 예상을 뒤엎고 큰 폭의 경쟁률 상승을 이뤘다. 

모집인원을 줄인 점이 경쟁률 상승에 있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의대 정시 모집인원은 지난해 378명에서 올해 311명으로 줄어 엇비슷한 지원자 규모를 보일 경우 경쟁률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올해는 여기서 한술 더 떠 지원자가 늘어나기까지 했다. 올해 한의대 정시에 도전장을 낸 3841명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300여 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동국대(경주)가 올해 인문계열 선발을 재개한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2018학년 인문계열 분리 모집을 실시, 9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동국대(경주)는 지난해 인문계열 모집을 실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인문계열 모집을 재실시해 79.4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만약 동국대(경주)가 인문계열 모집을 실시하지 않았더라면 한의대 경쟁률은 11대 1 수준에서 그칠 수도 있었다. 

2년 연속 변별력 높은 수능이 실시되면서 ‘안정적 지원’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 고교 진학부장은 “예년이라면 의대에 도전장을 내볼만한 수험생들도 지레 겁먹고 다소 안정적인 대학을 선택하는 경향이 잦았다. 의대·치대에 비해서는 다소 합격선이 낮은 한의대를 겨냥한 수험생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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