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철 상임회장
이형철 상임회장

존경하는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 회원교 교수님, 2020년 희망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교수님과 댁내에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한국전쟁이 종료된 1953년 세계 최빈곤 국가였던 대한민국은 세계사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짧은 시간 내에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룩했습니다. 눈부신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교육이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선진국들을 따라가기만 해도 충분했던 20세기에 성공적으로 작동했던 교육 시스템은 이제 과감히 버려야 할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선진국 반열에 우뚝 선 대한민국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그리고 급감하는 학령인구 감소와 노령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정립하고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에 전력해야 합니다.

2020학년도 대입수능응시자는 2018학년도 대학입학정원을 이미 훨씬 밑돌고 있습니다. 설상가상 2021학년도 대학입학자원이 2020학년도 대비 6만 3천 명 급감하게 됩니다. 2020학년도 신입생 모집이 완료되면 많은 대학에서 심각한 신입생 미충원 사태가 발생할 것입니다. 급속한 학령인구 감소는 충분히 예견되었음에도 교육부는 지난 10년간 구호로만 대학구조조정을 외치며 형식적인 대책만을 내놨습니다. 지난 12월에 발표한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편람 시안 설명회 자료’에서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대학 스스로가 입학정원을 줄여 충원율을 관리하라고 합니다. 고등교육 정책실패를 자인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교육부가 유체 이탈 화법으로 대학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융합전공・학과 설치 등을 통해 미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대학의 특성화 방향 등을 고려한 학사구조 및 학사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라고 하면서도 어떻게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부족한 채 설익은 정책을 획일적으로 강제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교수님, 위기(危機)는 위험과 기회의 합성어라 합니다. 정부와 교육부는 강력한 개혁 의지로 고등교육 재원을 확충하고 대학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대학도 황폐화된 대학 현실에 대한 책임이 자유롭지 않음을 인정하고 자구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교수들의 참여와 희생은 필수적입니다. 우리 교수들이 나설 때 대학 위기 해소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등록금 동결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대학예산이 감소했습니다. 서울 소재 대학 대비 지방국립대학교의 경쟁력 하락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역균형발전은 피해 갈 수 없는 과제입니다. 지난해 국교련은 고등교육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한국 국립대학의 길을 묻는다’는 제목의 책자를 발간하였습니다. 2020년에도 국교련은 대학의 위기를 타개하고 지방대학 몰락을 막기 위한 마지막 보루임을 직시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하며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교수님, 대학다운 대학을 만들기에 우리 교수들이 모두 함께한다면 대학의 위기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