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5일 사총협 정기총회 모습. 당시 사총협 등록금 인상을 결의했다.(한국대학신문 DB)
지난해 11월 15일 사총협 정기총회 모습. 당시 사총협은 등록금 인상을 결의했다.(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올해도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은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등록금 인상 불가 입장을 밝혔기 때문. 대학 재정난 해소를 위한 대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 물거품으로 대학들의 재정난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유 부총리는 7일 교육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등록금 문제는 여러차례 사총협(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나 대학에서 요구했다. 그리고 고등교육 재정의 어려움을 저희(교육부)도 익히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 한편으로는 1년에 750만원 넘는 등록금이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부담이 없다고 말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대학들의 어려움과 고충을 이해하고, 알고 있다. 하지만 즉각 등록금 인상을 해결의 대안으로 얘기하는 것은 국민적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라며 "고등교육 재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될 것인가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여러가지 제안들이 있다. 올해는 고등교육 재정 문제를 조금 긴밀하게 대학하고도 상의, 대안을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반값등록금정책으로 10년 이상 등록금을 동결, 인하하고 있다. 올해도 서울대가 등록금을 동결했다. 물론 법정 한도 내에서 등록금 인상은 가능하다. ‘고등교육법’ 제11조 제7항을 보면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다. 2020학년도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는 1.95%다. 그러나 교육부가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 대상 제외 등 불이익을 주고 있기 때문에 법정 인상 한도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하지만 반값등록금정책은 대학 재정난을 넘어 대학교육의 질 저하와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따르면 반값등록금정책 시행 이후 등록금 동결·인하로 사립대 1교 평균 학부등록금 수입이 2011년 대비 2017년 명목적으로 19억원 이상 감소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66억원 이상 감소했다.

또한 대교협 분석 결과 대학들의 기계·기구매입비는 2011년 3622억원에서 2016년 2978억원으로, 연구비는 5397억원에서 2016년 4655억원으로, 실험실습비는 2011년 2145억원에서 2016년 1940억원으로, 도서구입비는 2011년 1511억원에서 2016년 1387억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기계·기구매입비, 연구비,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는 직접교육비에 해당된다. 

아울러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고등교육 지표 상황을 보면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낮은 현실이 대학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쳐 40위 안팎을 유지하던 IMD 대학교육경쟁력평가 순위가 최근 53위까지 하락했다”며 “WEF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고등교육 및 훈련’ 부분 순위가 2011년 17위에서 2017년 25위까지 추락했다. ‘교육시스템의 질’에 관한 평가에서는 순위가 55위(2011년)에서 81위(2017년)까지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사총협은 지난해 11월 15일 웨스틴 조선호텔 1층 그랜드볼룸에서 제23회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등록금 인상을 결의했다. 사총협은 결의문에서 “지난 10여 년간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대학 재정은 황폐해졌고, 교육환경이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시설 확충과 우수 교원 확보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사총협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 대학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마저도 심대히 훼손될 것이 확실시된다”며 “사총협은 대학교육의 내실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20학년도부터 법정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 자율 책정권을 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총협은 7일 더 플라자 호텔 22층 루비홀에서 '2020년도 신년 하례식 및 제1차 회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박백범 교육부 차관을 초청,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사총협 회장단은 대화의 시간을 통해 박 차관에게 등록금 인상 허용을 재차 주문했다. 등록금 인상 결의에 이어 등록금 인상을 직접 주문한 것. 대학 재정난 해소 없이 대학의 미래도, 국가의 미래도 불투명하다는 절실함의 방증이다. 

하지만 박 차관은 "대학의 어려움은 잘 알고 있다. 등록금 인상은 국회의 반대로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리고 유 부총리도 국민들이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등록금 인상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올해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은 사실상 불가하다. 그러나 교육부가 국회와 국민의 눈치를 살피기 급급할 때 대학 재정난이 더욱 심화되며, 대학교육의 질과 국가 경쟁력의 급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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