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UBER!”

미국 전통의 명문 하버드대나 스탠포드대의 턱밑까지 쫓아온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 1위’, ‘유학생들이 선택한 국공립대학 1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학 1%’ 등의 성과를 이뤄낸 애리조나주립대. 마이클 크로우 애리조나주립대 총장이 강의를 마친 뒤 애리조나주립대의 라이벌이 어디인지를 묻자 위와 같이 대답했다.

우버의 혁신성이 애리조나주립대의 도전 대상인가를 재차 묻는 필자에게 크로우 총장은 두 손가락을 내밀며 “애리조나주의 고등학교 졸업생은 보통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부류는 우버 드라이버, 또 한 부류는 대학 졸업장을 가진 우버 드라이버”라고 말을 이었다.

애리조나는 디트로이트처럼 자동차 산업을 가지고 있지 않고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 같은 첨단 산업을 지역산업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에 애리조나의 청년들에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우버의 매력은 그동안 경쟁력을 가지지 못했던 애리조나주립대의 졸업장보다 값어치 있게 느껴질 것이다.

대한민국의 고등교육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성장의 든든한 옆지기로 60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 했다.‘우골탑’이라 해 등록금의 절대적인 가치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는 의견은 존재했어도 대학 졸업장의 가치에 대해서는 국민 어느 누구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학우들과의 경쟁을 거쳐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고 또한 그것이 당연하게도 좋은 직장과 연결된 시대의 기업들이 이제는 초지능, 초연결을 내세우며 예전의 껍데기를 벗고 진화하려는 또는 진화를 완료해 날아오르려는 작금의 시기에 우리 고등교육의 존재가치는 어디에 둬야 하는가?

산업사회가 시간당 생산율, 식스시그마로 통제되는 과거의 대량 생산 체제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순식간에 전환된 것을 시작으로 세계 유수 대학들은 지식 기업(Knowledge Enterprise)을 내세우며 지식을 위에서 아래로 전달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가공, 유통하고 있으며 대학의 제1명제를 학생 성공에 두고 있다. 학생과 성공이라는 어쩌면 서로 이질적인 단어 조합의 학생을 소비자로 바꾸면 뜻이 보다 명확해진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 개발의 물결은 검색엔진에서는 구글과 네이버의 경쟁자로 유튜브를 올려놨다. 힐튼과 하얏트의 경쟁자로는 에어 비앤비, 그리고 운송 업계에 대해서는 우버를 올려놨다.

교육에 있어서는 어떠한가? 대학의 경쟁자가 다른 지역의 대학, 다른 점수대의 대학이 아닌 집안에서 편하게 원하는 교육을 원하는 시간대에 할 수 있는 유튜브, 수많은 온라인 사교육 업체, 개인 재능 나눔자들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대학 졸업장 없이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플랫폼들이 경쟁자로 대두되고 있다.

이제 우리 고등교육기관들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에 맞춰 학습소비자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유아시절부터 온라인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교육을 선택했던 세대들이 산업시대의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교육을 학습수요자에게 공급했던 지금의 고등교육 시장을 쇼핑하듯 판단, 소비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 더욱이 학령인구가 감소되는 시점에서 학습소비자 중심의 고등교육은 고등교육기관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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