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처장 3번 역임하며 대학 역량 끌어올려
창학 이래 지난해 첫 직선제로 총장 선출
‘학생성공’ ‘산학연 협력강화’ 등 5대 전략목표 설정
베트남과 타이완 성오대학에 덕성한국어센터 개설
평생교육원 사업 확대, 학교기업 활성화 등으로 재정 확대 계획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덕성여자대학교는 올해 창학 100주년이다. 덕성여대의 최근 10여 년은 그야말로 변화와 혁신의 연속이었다. 2014년 1주기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고배를 마시며 창학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혁신 교육, 공과대학 신설, 창업 교육 활성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해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 우수한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덕성여대가 그간 정부 평가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 꺼내든 카드가 ‘강수경 총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 총장은 2014년을 시작으로 2016년과 2018년에도 학내 평가처장으로 위임되며 덕성여대의 ‘평가’ 역량을 끌어올리는 주역으로 활동했다.

이러한 강 총장의 경험은 지난해 총장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도록 하는 원동력이 됐다. 강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대표 여대로서의 면모를 갖춰온 덕성여대가 대내외적인 이유로 근 십여 년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마음에서다. 2005년 부임 이래 학생들과 같이 호흡하고 어려움을 함께 짊어졌던 것이 학생들 마음을 움직였다. 결국, 강 총장은 덕성여대 창학 이래 첫 직선제 선출 총장으로 선출됐다.

강 총장은 2019년 취임 첫해, 부드럽지만 강건한 리더십으로 학생 중심의 쌍방향 열린 소통 체계를 여는 데 매진했다. 총장 선출 과정에서 ‘소통과 공감’을 공약한 강 총장은 이례적으로 취임 후에도 ‘법학과’ 강단에 서며 학생들과 학문적 공감대를 이어갔다. 구성원과 소통을 통해 형성된 공감대는 곧 덕성여대의 미래 동력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취임 첫해를 마감하며 지난해 12월 26일 총장실에서 만난 강수경 총장은 2020년 창학 100주년의 화두로 ‘신뢰’를 들었다.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 새로운 백년대계를 위한 주춧돌을 놓겠다는 것이다. 강 총장은 “무엇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배움이 즐겁고 가르침이 소중한 잘 가르치는 대학을 만들고 싶다”라며 “모든 전략은 실행에 옮길 때 가치가 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정신으로 하나하나 차분히 실행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 2019년 한 해를 덕성여대 총장으로 지낸 소회는.
“덕성여대 구성원 모두의 애정을 가슴 깊이 느끼면서 고되지만 가장 보람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구성원과 함께 덕성여대의 미래 동력 창출을 위해 다양한 길을 치열하게 모색하며, 고민하고 있다. 2014년 1주기 교육부 대학구조평가에서 학교가 좋은 결과를 받지 못했다. 당시 급하게 평가처장을 맡아 2주기 평가를 준비하면서 나의 젊음과 열정이 고스란히 숨 쉬고 있는 덕성여대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아주 안타까웠다.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때마침 총장 선출제도가 직선제로 바뀌었다. 덕성여대의 자부심, 즉 ‘덕부심’을 누구보다 가슴에 담고 있다.”

- 덕성여대는 총장 직선제를 이룬 몇 안 되는 대학의 하나다. 특히 학생들로부터 98.3%의 놀라운 지지를 받았다.
“2005년 덕성여대에 법학과가 생기면서 그해 2학기 부임했다. 학생들에게 교수이자 선배이자 롤모델이 돼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시작했다. 선배가 없는 법학과 1회 입학생들에게 밥도 사주며 ‘선배’ 같은 마음으로 지냈다. 학생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갖고 있던 어려움이나 개인적인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초창기에는 수업을 공연이라 생각하고 실천했다. 수업 대본까지 적어놓고 철저히 그대로 수업했다. 돌아서는 타이밍과 손짓은 물론 농담(1), 농담(2)까지 대본에 적어뒀다. 학생들이 재미를 느끼면서도 이해가 쉬운 수업을 해주고 싶은 욕심에서다. 이런 노력을 학생들이 느꼈는지 강의 평가에서 매번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도 덕성여대가 한동안 정체돼 있고 발전이 없다는 불만의 소리가 학생들 가슴 한 부분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총장 직선제 과정에서 두 차례 후보자 토론회를 진행했다. 공약 설명과 질의 응답 과정에서 학생들이 미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총장이라 판단했던 것 같다.”

- 총장 취임 이후 느낀 변화가 있다면.
“평가처장 당시에는 ‘평가’라는 하나의 목표만 봤다.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평가에 도움이 안 되는 건 과감히 쳐내기도 했다. 총장이 되고 나니 종합적인 안목으로 대학을 바라보게 된다. 평가에 저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학문기관인 대학에는 꼭 필요한 항목도 존재한다. 전체를 보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주저하게 된다. 그간 학교의 한쪽 면만 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총장이 된 후에도 수업에 나섰다. 아주 드문 일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총장 선거에 나서며 공약했다. ‘잘 가르치는 대학’, ‘소통과 공감’을 약속했다. 수업을 통해 총장이 직접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강의실에서 맞이한 학생들의 맑은 눈동자에 담긴 시선은 나의 게으름을 경계하도록 했다. 또한 초심을 잃지 않고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됐다. 1년을 하니 현장에서 소통할 수 있었고,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욕구도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반면 수업을 듣는 학생들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총장이 학점을 주는 수업을 지속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생겼다. 앞으로 할 수 있는 더 나은 소통 방법을 찾고 있다.”

- 임기 첫해를 마무리했다. 한 해 동안 이룬 성과나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성과를 말하자면 첫째, 2019년 대학혁신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인 끝에 앞으로 3년간 대학 발전에 필요한 재원을 유치하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덕성여대는 여러 유명 드라마와 영화 배경으로 등장할 만큼 아름다운 캠퍼스를 갖고 있다. 나아가 올해부터 이 재원을 교육과정 혁신, 교육시스템 개발, 스마트형 강의실 같은 학습 환경 개선에 전액 투자할 계획이다. 둘째, 2030년 모습에 초점을 맞춘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해 미래 100년을 향한 첫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덕성학풍 교육체계 강화’, ‘학생성공 지원체계 강화’, ‘성과중심 산학연 협력 강화’, ‘미래 덕성 성장동력 강화’, ‘수요자 중심 운영체계 강화’ 등 5대 전략 목표를 세웠고 15대 전략과제 60개 실행과제를 선정했다. 셋째, 국제화역량강화부문에서도 지난해 9월 타이완 성오대학에 덕성한국어센터를 개설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베트남에도 덕성한국어센터를 개설했다. 아쉬웠던 점은 인력 부족으로 일의 진행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 부분이다. 다행히 현재 직원과 교수 채용을 통해 인력 충원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여력이 된다면 인력에 대한 투자를 먼저 할 계획이다.”

- 외부에서 볼 때 덕성여대 재단은 재정이 탄탄한 이미지다. 재단의 재정 기여도는.
“학교법인 덕성학원은 대학혁신지원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약속했다. 대학 재정기여도는 이미 높다. 2018년 사학법인의 법인전입금과 법정부담전입금도 100% 납부했다. 법인전입금은 경상비전입금·자산전입금·법정부담전입금 등으로 구성되고 법인전입금 납부 비율이 높을수록 대학의 운영수입 다양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단의 재정기여에 대한 적극성을 볼 수 있다.”

- 반면 대학 경영에 있어서 재단의 지나친 관심이나 관여는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하는데.
“총장 면접 당시 받은 질문의 하나다. 재단이 많이 간섭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재단과 학교 본부는 의견을 공유하고 나누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막상 1년 경험해 보니 학교 본부만의 생각과 결정으로는 부족함이 따른다. 재단과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훨씬 더 좋은 결정이 이뤄지는 것을 경험했다. 구성원 결정을 받아서 발전시키고 그 과정에서 언쟁도 있겠지만, 발전 과정이라 생각한다. 학교가 사회 소명을 다하는 데 재단과 대학 본부의 협심이 필요하다.”

-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구조조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응 계획은.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학령인구가 2017년 61만명에서 2030년 46만명으로 2017년 대비 76% 수준으로 감소한다. 대학 정원조차 채우기 어려운 현실이 다가오면서 잘 가르치는 대학만이 생존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덕성여대는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인문학, 공학, 예술 등 학문 간 융합기반의 교육과정을 확대하고 특정 전공과 독립된 소규모 학위와 심화 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학생들이 자기 설계를 통해 융합 교과목을 이수하면 마이크로 디그리(Micro-Degree)를 수여하는 등 학습의욕도 높이겠다.”

- 2020년 창학 100주년을 맞는다. 창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은.
“덕성여대 창학 100주년은 앞으로 새로운 100년의 발전 초석을 다지는 해로 만들겠다. 덕성여대는 여성독립운동가인 차미리사 선생께서 1920년 3.1운동의 독립 정신을 이어받아 설립한 조선여자교육회를 모태로 한다. 우리나라 여성이 다른 여성들을 교육하기 위해 온전히 자력으로 세운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 우리 대학의 창학은 매우 의미가 깊다. 그 때문에 우리 대학 창학 100주년은 우리 대학을 넘어 우리 민족과 나라에도 큰 의미가 되리라 생각한다. 지난해 11월 학교법인 덕성학원은 ‘창학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켜 덕성 산하 모든 교육기관이 참여해 준비하기로 뜻을 모았다. 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았다. 창학 100주년 기념식을 4월 17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개최하기로 했고 우선 ‘학술 심포지엄’, ‘엠블럼 공모’, ‘차미리사 선생 묘역 정비’ 등의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우정사업본부가 우리 대학을 2020년도 기념우표 발행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와는 별도로 덕성여대는 총장을 위원장으로 ‘창학 1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를 설립했고, 곧 비전 선포식과 함께 2020년 한 해 동안 대학의 특성에 맞는 여러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 덕성여대는 2020학년도부터 유아교육과・약학과를 제외한 신입생 전원을 단과대학별로 통합 선발한다. 융·복합 교육 확대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단과대학 통합선발은 학문 간 경계를 유연화함으로써 융‧복합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우기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신입생들은 학과가 아닌 단과대학별로 입학해 1학년 동안 충분한 전공 탐색의 기회를 얻고 융복합 분야에 대한 기초 역량을 다지게 된다. 신입생들이 다채로운 교과목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미래 인재로서 필수 역량인 융‧복합 역량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2018학년도에 공과대학을 신설했다. 2020학년도에는 공과대학과 자연과학대학을 과학기술대학으로 통합‧개편한다. 인공지능과 정보통신 기술 발달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인재양성을 위한 움직임인가.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 덕성여대가 내세운 특성화분야가 정보통신(ICT)과 바이오(BT) 분야다. 미래 산업의 핵심 분야로 자리하게 될 공학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공학 인력에 대한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또한, 사이버보안전공과 소프트웨어전공을 신설한다. 사이버보안전공은 ICT 기술의 융합으로 사회 전반에서 보안의 중요성이 점차 커짐에 따라 전 산업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우수 정보보호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신설됐다. 이 전공에서는 컴퓨터공학을 기본으로 신규 ICT 기술에서 요구되는 정보보호 기술 및 이와 연관된 빅데이터 분석, 병렬처리, 인공지능 등 필요한 전문 지식을 이론과 실습을 통해 체계적으로 학습하게 된다. 소프트웨어전공은 IT 전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실무형 소프트웨어 전문가의 배출을 목표로 한다. 소프트웨어전공의 교과과정은 소프트웨어 전 분야에 대한 기술을 다룬다. 단순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학생참여형 실습을 강조해 창의적인 사고를 키우고자 한다.”

- 지난해에 대학 입시 제도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덕성여대 인재상과 인재 선발에 적합한 제도는 어떤 것이라 생각하나.
“덕성여대는 100년 전 독립운동가 차미리사 선생께서 말씀하신 ‘살되, 네 생명을 살아라’, ‘생각하되, 네 생각으로 하여라’, ‘알되, 네가 깨달아 알아라’라는 창학이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창학이념을 계승하고 미래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창의적인 지식인, 협력하는 전문인, 실천하는 시민’을 인재상으로 삼고 있다. 인재선발은 공교육 제도의 틀 안에서 국가 대학 입시 정책에 부응하면서 진행하는 게 옳다고 본다. 선발 제도보다는 우리 대학에서 잘 성장할 수 있는 인재를 어떤 기준으로 뽑아 육성하는지가 중요하다. 학생들의 실제 역량과 자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 등록금 동결이 10년 이상 지속되면서 대학 재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재정 확충 방안은.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비는 크게 등록금 회계와 비등록금 회계로 구분된다. 등록금은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아 증액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비등록금 회계를 통한 재정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국가 재정지원사업 참여, 법인전입금 확충, 평생교육원 수익사업 확대, 언어교육원 브랜드화, 학교기업 활성화, 지속 가능한 발전기금 모금 체계 등을 추진하겠다.”

- 마지막으로 대학의 미래 계획이 있다면.
“우리 대학은 2030년 모습에 초점을 맞춘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다. 우선 ‘덕성학풍 교육체계 강화, 학생성공 지원체계 강화, 성과중심 산학연 협력 강화, 미래덕성 성장동력 강화, 수요자 중심 운영체계 강화’의 5대 전략목표 아래 15대 전략과제와 60개 실행과제를 두고 진행하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차질 없이 실천하려 한다. 잘 진행해 ‘기본을 중시하는 혁신·융합 교육 중심대학’의 비전 달성과 함께 미래 100년을 향한 첫 걸음을 잘 내딛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 강수경 총장은…

서울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법학과 학사학위와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9월 덕성여대 법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학내에서는 대학평의원회 위원, 평가처장을 역임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정보공개심의회 정보공개심의위원을 맡은 바 있으며 현재 도봉구 인권위원회 위원장, 서울지방경찰청 징계위원회 민간징계위원, 서울특별시 북부교육지원청 교원징계위원, 국가인권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행정심판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기자 / 정리=이현진 기자>

최용섭 본지 발행인, 강수경 덕성여대 총장(오른쪽)
최용섭 본지 발행인, 강수경 덕성여대 총장(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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