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심위 열리면서 학생들 기자회견 잇달아
교육 당국 등록금 인상 제한 입장 유지
일부 국립대 등록금 동결 계획 밝히기도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이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이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2020학년도 등록금을 결정할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가 시작되면서 대학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교육 당국이 등록금 인상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데다 학내 구성원의 반대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성신여대, 이화여대 등 등심위가 시작된 대학에서는 모두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6일에 이어 14일에도 등심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등심위의 비민주적인 구조를 꼬집는 한편, 등록금 인하와 입학금 즉각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학교가) 등록금 동결만을 유지했을 뿐 학생들의 생활은 나아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도 6일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도 등록금 문제 공동대응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등록금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며 등록금 인상을 저지하는 공동대책에 나섰다. 서울과 세종캠퍼스가 함께 공동 특위를 발족해 등록금 인상을 막겠다는 것이다. 양 캠퍼스가 공동 특위를 구성한 것은 처음으로, 학생들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성신여대 총학생회는 15일 ‘등록금 동결 요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현재 학교 본부의 입장은 등록금 인상”이라며 “법인부담금을 늘리고 등록금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 등록금 동결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성신여대 총학생회가 등록금 동결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 이지희 기자)
성신여대 총학생회가 등록금 동결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 이지희 기자)

이른바 ‘반값등록금 정책’ 이후 대학은 등록금 동결로 대학의 재정이 어려운 상태라는 입장을 계속 유지했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대학 등록금 인상 규제 해소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면서 등록금 인상 논의에 불을 지폈다.

같은 해 11월에 열린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에서는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교의 불만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왔다. 당시 총회에 모인 총장들은 “지난 10년간의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대학 재정이 황폐화됐다”면서 등록금 인상에 대해 최종 결의한 바 있다.

최근 열린 사총협 이사회에서도 총장들은 이 자리에 참석한 박백범 교육부 차관에게 등록금 인상을 건의했다. 현재 교육부는 국가장학금Ⅱ 유형 연계를 조건으로 등록금 동결과 인하를 제시하고 있어 이를 법정인상률 범위 내에서 인상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교육부는 등록금 인상 불가 방침을 밝혔다. 박 차관은 대학에 “등록금 인상이 국회 반대로 어려워 다른 재정 지원 방법을 모색해 보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교육부가 예산을 통해 교내 장학금 확보 등의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대학들은 이마저도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등록금 인상은 고양이 목에 누가 먼저 방울을 달 것인가’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은 직전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 그러나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재정지원사업이나 국가장학금 연계 등 정부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눈치만 보고 있다.

이미 동결 대열에 동참한 대학들의 상황은 등록금 동결에 명분을 쥐어줬다. 특히 서울대, 경북대, 안동대, 전남대, 충북대 등 국립대는 등록금 동결 입장을 빠르게 발표했다. 하지만 사립대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 관계자는 “사총협에서 강하게 말했으면 대학이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며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해 등록금 인상에 손을 못 대고 있다. 우리 대학도 결국 이번 등심위에서 등록금이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역 사립대 관계자도 “교육부가 사실상 강력하게 불이익을 준다고 하는데 학교가 인상할 계획이 있겠는가”라며 “등심위에서 건의도 못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황인성 사총협 사무처장은 “현재 대학으로서는 딱히 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재정의 효율성을 높일 방법은 이미 다한 상황”이라며 “교육부 주체로 대교협과 사총협 등이 참여하는 고등교육재정위원회가 꾸려진다고 하니 이곳에서 재정난을 타개할 방안을 논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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