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욱 교수는 15일 전문대교협 연수에 강연자로 참석해 "역량에 대한 정답은 없다"며 "각 대학마다 나름의 논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허지은 기자)
김태욱 교육혁신지원사업단장은 15일 전문대교협 연수에 강연자로 참석해 "역량에 대한 정답은 없다"며 "각 대학마다 나름의 논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역량에 대한 정답은 없다. 각 대학마다 접근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우리 대학의 경우 NCS 기반 교육과정을 최대한 활용했다. 우리 대학 나름의 역량 모델을 만들고 그것을 기반으로 정규교육과정, 비정규 교육과정을 설계했다. 결국 각 대학마다 나름의 논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김태욱 안산대학교 교육혁신지원사업단장은 15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의 ‘전문대학 역량기반 교육과정 개발 운영과 평가 및 환류체계 수립 방안 과정’ 연수의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역량 기반 교육과정은 각 대학이 각자의 특성에 맞게, 또 학과의 특성에 맞게 자유롭게 역량을 지정하고 이에 따라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날 김 단장은 안산대학교의 핵심역량 도출 사례와 그 과정에서 활용한 방법론을 소개하며, 현재의 체계를 만들기까지 어떤 사고과정을 거쳤는지 설명했다.

안산대학교가 역량 기반 교육과정을 구성하면서 참고한 것은 ‘학부교육 선도대학(ACE) 육성사업’에 참여한 대학들의 인재상과 핵심역량이었다. 김 단장은 분석 결과를 공유하며 “ACE 사업을 수행했던 대학들이 가장 많이 꼽은 역량은 창의혁신역량이었다. 이어 글로벌 역량, 자원정보기술 역량, 윤리가치관, 학습 역량, 도전정신, 리더십, 의사소통 역량, 봉사정신, 대인관계 역량, 자기관리 역량, 종합적 사고력, 문제해결 역량 순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한 직무 분야의 역량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데이컴(DACUM) 분석방법을 이용했다. 데이컴은 직업 분석 방법의 하나로, 특정 직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전문가와 워크숍을 통해 직무를 분석하고 관련 교육 목표와 내용을 추출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를 선정하고, 이들과 협의를 통해 직무에 필요한 요소를 정리해야 한다. 또한 설정한 직무 요소를 설문을 통해 검증한다.

안산대학교의 역량 모델은 이렇게 도출한 직업기초역량과 전공직무역량, 대학 핵심역량으로 구성됐다. 우선 직업기초역량으로는 △의사소통능력 △수리능력 △문제해결능력 △자기계발능력 △자원관리능력 △대인관계능력 △정보능력 △기술능력 △조직이해능력 △직업윤리를 선정했다.

직무역량은 기존 NCS 직업기초능력을 차용했다. 이에 대해 그는 “직무역량으로 NCS의 직업기초능력을 활용할지, 미래 전문직업인 양성을 위한 핵심역량을 활용할지 고민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기존에 수행했던 NCS의 직업기초능력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대학 핵심역량을 도출할 때는 교육 목표와 인재상을 특히 고려했다. 김 단장은 “우리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사회에서 인정받았으면 하는 점을 먼저 떠올렸다. 인성이 바르고, 말이 통하고, 전공 분야와 관련된 일을 잘하고, 새로운 것도 잘 만들어내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도출한 역량이 △융복합 창의역량 △현장실무역량 △글로컬 소통역량 △봉사나눔역량 등이었다. 또한 대학의 특성화 방향이 ‘웰니스’임을 염두에 두고 ‘웰니스 역량’도 도출했다.

이처럼 핵심 역량을 선정한 뒤에는 이와 관련한 하위 역량을 설정하고, 각 하위 역량의 성격을 정의했다. 그리고 모든 교육과정을 구성할 때 이를 활용했다. 그는 “하위 역량의 정의는 행동지표로 봐도 무방하다”며 “역량 모델에 따라 학생들의 진로를 설정하고 역량을 진단하며 교과와도 매치시켰다. 선정된 역량과 하위 역량을 보고 교과목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교육과정을 개발할 때는 교과목과의 연계성에 중점을 두고 판단했다. 김 단장은 “이미 개설돼 있는 과목 중에서는 개발이 가능한 역량이 여러 개가 있는 것도, 적당한 역량이 연계되지 않는 것도 있다”며 “이를 보고 기존 교과목을 유지할 것인지, 수업유형을 변경할 것인지, 혹은 폐지할 것인지 의사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를 비교과 프로그램을 편성할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했다. 학과마다 해당하는 사항이 다른 전공직무역량을 제외하고 대학의 핵심 역량과 직업기초역량은 비교과 프로그램에 연계시켰다.

그는 “우리 대학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의 핵심은 역량 기반 교육과정이다. 그렇기에 비교과 프로그램들 역시 핵심역량과 연계될 수 있도록 설정했다”며 “대학의 전략 방향과의 연계성도 고려했다. 우리 대학의 교육혁신, 산학혁신, 기타혁신 방향과 일치할 수 있도록 비교과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안산대학교는 교육과정을 특정 직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역량 단위인 ‘모듈’로 설계했다는 점도 소개됐다. 즉 관련 직무가 같은 과목을 각각의 과목으로 두지 않고, 한 데 묶은 것이다. 보통 한 모듈은 2개에서 4개의 과목으로 구성했으며, 학과마다 10개에서 15개의 모듈이 마련돼 있다는 것이 김 단장의 설명이다.

그리고 모듈과 모듈을 결합해, 직업군을 가질 수 있는 단위를 기준으로 ‘트랙’을 구성했다. 안산대학교의 ‘웰니스 ICT 트랙’은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김 단장은 “전공역량과 모듈을 연계하면 어떤 트랙을 개발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며 “우리 대학의 핵심 역량인 융복합창의역량의 교육 방향을 대학 특성화 방향을 고려한 ‘웰니스 ICT’로 설정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전공역량과 융복합 교육모듈을 융합해 다양한 웰니스 ICT 융복합 트랙들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핵심역량을 학생 역량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에도 연계했다. 학생이 학습 목표를 설정하면 그와 관련된 역량을 분석하고, 각 핵심역량을 얼마나 개발했는가에 대한 정도를 그래프로 제시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들은 학생들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

또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 개발 현황을 근거로 해 해당 역량의 비교과 프로그램을 조회하고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기초학습능력을 진단한 결과 미달자로 분류된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별도 프로그램을 진행해 기초학습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김 단장은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지표 시안을 언급하며 역량 기반 교육과정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2021년 역량 진단의 지표안을 보면, ‘교육과정 운영’과 ‘학생 학습역량 지원’과 같이 직접적으로 교육과정과 관련된 지표들이 있다. 전체 중 22점의 배점을 차지한다. 또한 ‘발전계획의 성과’ ‘수업관리의 적정성 및 운영성과’ ‘학생평가의 적정성 및 운영성과’ ‘학생 지원’과 같은 부분 역시 간접적으로 역량 기반으로 이뤄져야 할 항목들이다. 이런 지표들까지 합치면 관련 지표 배점만 무려 34점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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