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혹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넘어 5차 산업혁명, 나아가 6차 산업혁명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혁명은 차수가 중요하지 않다. 산업혁명을 맞는 자세가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미래의 모습을 의미한다.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이 개발·진보하고 로봇이 인간과 공존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인간의 삶과 정신이 송두리째 바뀐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혁신이다. 혁신 없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을 수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우리 대학들도 혁신을 제대로 이뤄내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이 녹록지 않다. 주요 선진국 대학들은 혁신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향해 질주하고 있지만 우리 대학들은 갈 길이 멀다.

미국의 애리조나주립대·미네르바스쿨과 일본의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APU). 대표적인 대학교육의 혁신 모델이다. 심지어 미네르바스쿨은 캠퍼스가 없다. 100% 온라인 강의로 운영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 우리 대학들도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는 ‘국가 혁신 성장을 주도할 미래형 창의인재 양성체제 구축’을 비전으로 대학혁신지원사업을 도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를 선도적으로 양성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각종 규제가 대학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실을 보자.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중관춘과 달리 판교 테크노밸리에 대학이 설립되지 못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스탠퍼드대, 버클리대 등이 우수 인력을 기업에 공급한다. 중국의 실리콘밸리 중관춘에도 베이징대, 칭화대 등이 모여 있다. 하지만 판교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대학 설립이 제한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겠다는 취지로 제정됐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의 실리콘밸리 조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대학 시설 신·증축도 자유롭지 못하다. 대학은 도시계획시설이다. 이 때문에 자연경관지구, 고도지구 등 용도지구와 관련해 건축 제한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시처럼 지자체 자치입법으로 규제를 적용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또한 APU는 혁신의 해법을 글로벌 교육, 즉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서 찾았다. 현재 APU 재학생 6000여 명 가운데 3000여 명이 외국인 유학생이다. 외국인 유학생의 국적은 60여 개국에 이른다. 반면 우리나라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제약이 있다. 법무부는 어학연수와 학위과정 입학 허가조건으로 한국어 능력을 요구한다. 불법체류 방지 때문이다. 그러나 APU는 모든 강의를 일본어와 영어로 제공한다. 외국인 유학생이 일본어를 하지 못해도 얼마든지 APU에 입학, 공부할 수 있다.

대학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 포럼을 권역 단위, 전국 단위로 개최했다. 이를 통해 대학 혁신 사례를 공유했다. 혁신 사례가 공유를 넘어 확산의 단계로 가기 위해 걸림돌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대학들이 진정한 혁신을 이룰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대학 입장에서 갈 길이 멀지만 못 갈 길이 아니다. 무엇보다 대학이 진정한 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할 수 있도록 규제 정책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그래야 한국판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 탄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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