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진 한서대 항공신소재공학과 교수/시인

김익진 교수
김익진 교수

과학의 첫 번째 규칙은 사실성과 객관성, 즉 감정으로부터의 해방과 선입견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어떠한 과학적 주장도 관찰 가능한 사실들에 근거, 검증 가능해야 한다. 두 번째 규칙은 자료와 자료 가공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이는 사실들과 사실들의 해석 혹은 설명이 구분돼야 한다. 

두 개의 원칙으로부터 과학은 사변과 구분될 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믿음과도 구분된다. 과학의 문제 제기도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혹은 종교처럼 본질적으로는 사변적이나 분명 사유적이지는 않다. 이 말은 과학은 논리에 근거한다는 말이다. 과학은 명백성의 원칙과 충분한 근거의 원칙을 충족시켜야 한다. 또한 충분한 토론을 통해 수정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과학과 인문학(정신과학)은 구분된다. 과학자들은 ”그가 눈으로 보는 것만을 믿으나, 인문학은 그가 믿는 것만을 눈으로 본다“고 한다. 즉 과학은 사실적이고, 객관적이며, 보편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으로 남녀노소가 없고, 신분의 높고 낮음이 없으며 학연과 국적, 성인과 미성년과의 벽이 없는 학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탄력적이고 개방적으로 자연의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이에 비해 인문학은 주관적으로 해석할 때 의미를 크게 두는 학문이다. 다분히 개성적이고, 그룹적이고, 제한적이며, 주관적이다. 어떻게 사유하느냐에 따라, 많은 해석과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학문이다.

최근 한·일 간의 경제 전쟁에 따른 수출과 수입 규제로 국내 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 제재는 사실 소재와 정밀 기술에 대한 원천 기술의 과학전쟁이다. 어느 때보다도 과학계의 노력과 전망이 밝아야 할 때에 최근 한국 대학의 경쟁력은 5, 6단계씩 떨어지고 있다.

이는 국내 교수의 국제 공동연구 부재로 인용지수 하락, 과도한 정부의 간섭, 연구비의 편중, 교수들의 연구 의지 상실로 심각한 상태다. 특히 정부가 앞장서서 미성년자 공동저자와 관련된 교수들을 조사하고, 이를 매일 톱뉴스로 각종 부정행위와 특혜라고 발표한다. 심지어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며 심지어 “엄마 찬스 아빠 찬스“라며 관련 미성년들과 교수들이 피해자인양 보도되고 있다. 또한 전 정부에서 입시교육 개선 정책으로 시행한 ‘학생부종합전형’을 무력화하고, 부모 찬스라는 특혜로 스펙 쌓는 것이 기회균등에 어긋난다며 자사고, 특목고, 국제고를 폐지하고 있다. 이를 발표하는 정부 책임자들은 아무런 교육철학과 판단도 없는 제도 개편에 대해 강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인 의지마저 보인다.

국가의 미래인 인재들을 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만든 특목고, 자사고, 외고 등이 기회의 균등이라는 이념 아래 사라진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대학교수들과 수행한 연구 논문과 인턴십 등이 대학입학에 영향을 줬다며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피해자 취급을 하고 있다. 심지어 입시와 전혀 상관없는 논문과 특허들마저 조사하고 있다. 물론 실험이나 인턴 과정에 참여치 않고 부정한 방법으로 논문이나 증명서, 상장 등을 받았다면 분명한 불법이다. 하지만 최근 미성년자를 연구에 참여시켜 발표한 논문을 신고한 교수들이 겪은 고초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제 교수들의 눈에 비친 어린 꿈나무들과의 연구는 반드시 멀리 피해야 할 성역과도 같다. 이를 조사하는 부처 책임자는 마치 나라를 구하는 잔다르크처럼 국가의 정책을 발표하고, 일부 기자들은 아무 때나 교수들의 연구실에 전화하며 이미 사찰을 다 했으니 자세히 요점 정리해서 첨부 파일로 보내라 한다.

대학교수의 책무와 역할은 연구, 강의 및 사회공헌으로 그중에서도 어린 꿈나무들이 미래에 과학을 전공할 수 있도록 동기와 진로 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멘토하는 것이다. 과학선진국의 교수들은 공개강의, 공동연구는 물론 중·고등학교에서 초청 강의를 받았을 때 기쁨과 자랑으로 여긴다. 심지어 스위스 연방공대에서는 Pauli lecture라는, 노벨상 수상자들만 초청되는 강연을 시민들에게 공개해 많은 어린 학생들이 학자들과 토론하고, 질문하는 것도 체험했다. 이것이 과학이다. 어떠한 편견이나 제한과 선이 없으며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과학이다. 어린 학생들과 연구하고 토론하고 체험한 과학의 결과를 같이 발표할 수 있는 것이 과학이다. 필자도 오래 전부터 지역 인근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과학 강의를 한 경험이 있고, 과학 동아리 지도와 연구를 수행했고, 학생들이 공헌한 만큼 논문에 공저자로 발표하며 과학자로서 보람을 느꼈다.

과학은 어떠한 현실에서도 전제 조건 없이 출발해야 한다. 미래의 꿈나무들이 연구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은 그들에게 기회의 장을 막는 것이며, 교수들의 책무이자 의무인 재능기부의 의지를 꺾는 것이다. 가까운 지인이든 부모자식 간이든 같이 과학을 탐구될 수 있는 것이 금수저니, 엄마 찬스 아빠 찬스니 하는 사회적 통념으로 금기시돼서는 안된다. 더구나 정부가 입시 특혜, 즉 학생부종합전형과 관계없는 논문과 특허들마저 조사하며 오랜 일들을 추궁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교수들의 자유 권한인 연구를 입시 특혜라는 편견으로 의혹의 퍼즐을 맞추는 일들을 멈추고 연구와 강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내버려 뒀으면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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