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수생 통로’ 된 서울대 정시모집, 재학생 최초합격자 ‘10명 중 4명 밑돌아’
재학생 최초합격비율 37.7%, 2014학년 이래 ‘최저’
N수생 확대 왜? 2019학년 ‘불수능 여파?’ 
‘N수 강세’에 서울권 합격자 늘어…광역시·시·군 합격자 ‘시들’

(사진=서울대 제공)
(사진=서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2020학년 서울대학교 정시모집에는 ‘N수생 광풍’이 불어 닥쳤다. 최초합격생 중 재학생 비율이 37.7%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014학년 서울대가 수시모집에 학생부종합전형을 도입하며,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대입전형을 마련한 이래 재학생 정시모집 최초합격자가 40%를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때는 재학생이 50% 이상을 기록하며 맹위를 떨쳤지만, 최근 2년간 시들한 모습을 보이더니 급기야 10명 중 4명조차 차지하는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이르렀다. 서울대 정시모집이 N수생들의 놀이터로 완전히 전락한 모양새다. 2022학년 30%, 2023학년 40% 등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정시모집 확대를 강권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N수생 강세는 앞으로도 꾸준히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대 2020 정시모집 최초합격자 발표…일반 859명, 기균Ⅱ 8명 등 총 867명 합격 = 서울대는 ‘2020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정시모집’ 최초합격 결과를 3일 밝히며, 같은 날 홈페이지를 통해 합격자들의 고교유형·졸업유형·성별 등의 통계자료를 공개했다. 서울대는 이전에도 최초합격자를 발표할 때마다 투명한 정보공유를 위해 합격자들의 데이터를 항상 공개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는 2020학년 정시모집을 통해 총 867명을 선발했다. 일반전형에서 859명을 뽑은 데 더해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Ⅱ(기균Ⅱ)로 8명을 선발했다. 일반전형은 정시모집에서 일반적으로 실시되는 수능위주 전형이며, 기균Ⅱ는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서울대는 본래 일반전형 684명, 기균Ⅱ 18명 이내를 각각 선발할 계획이었지만, 일반전형에서 175명의 수시이월이 발생해 계획보다 많은 877명의 신입생을 정시모집에서 모집했다. 일반전형에서는 선발하고자 한 859명을 모두 뽑았지만, 기균Ⅱ에서 10명이 부족한 8명을 선발해 최종 선발인원은 계획보다 10명 적은 867명이 됐다. 매년 서울대는 일반전형 선발인원을 모두 선발하는 반면, 기균Ⅱ에서 결원이 생기는 탓에 최종 선발인원이 모집인원 대비 10여 명 가량 적은 모습을 보인다. 

서울대 합격증을 거머쥔 최초합격자들의 등록기간은 5일부터 7일까지다. 서울대는 7일까지 최초합격생들의 등록을 받은 후 결원 발생 시 세 차례에 걸쳐 미등록충원합격(추가합격) 발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10일 오후2시, 13일 오후2시에 각각 1차·2차 충원합격자 발표가 있을 예정이며, 3차 충원합격자 통지는 17일 오후9시까지 실시된다. 

■‘저점’ 갱신한 재학생 최초합격비율…37.7% 최근 7년 중 ‘최저’ = 서울대가 공개한 합격자 관련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학년 정시모집은 유독 N수생의 강세가 두드러진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역대급으로 재학생 비율이 낮아지며, 재수생과 3수 이상 수험생들의 비율이 그만큼 높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2020학년 서울대 정시모집 합격자 867명 가운데 재학생은 327명. 이는 비율로 환산하면 37.7%에 불과하다. 서울대가 2014학년 학생부종합전형을 도입하며,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대입전형을 꾸린 이래 재학생 최초합격 비율이 이토록 낮아진 적은 없었다. 2배수에서 3배수를 수능성적으로 선발하고, 논술고사·면접고사 등을 치러 합격 여부를 가리던 2014학년에도 재학생 비율은 46.1%로 올해와 격차가 컸다. 2015학년부터 2017학년까지 3년간은 재학생 비율이 각각 52.9%, 51%, 52.5%로 절반을 넘기기까지 했다. 

재학생이 ‘선전’하던 정시모집에 이상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것은 2018학년부터다. 전년까지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재학생 최초합격 비율이 43.6%로 급격히 낮아졌고, 2019학년에도 43.1%로 또 다시 ‘저점’을 갱신했다. 결국 올해는 40%선까지 무너지면서 최근 치러진 정시모집 가운데 재학생 비율이 가장 낮은 해로 기록되게 됐다. 

반면, 올해 N수생들의 비율은 58.8%로 예년 대비 도드라진다. 재학생들이 맹위를 떨치던 2015학년부터 2017학년까지의 기간 중에는 45.5%까지 비율이 낮아졌었지만, 2018학년과 2019학년 55%와 55.4%로 몸집을 불리더니 2020학년에는 58.8%까지 비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3수 이상을 경험한 ‘장수생’의 비율이 최근 들어 급격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본래 장수생은 10% 안팎 비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2019학년 들어 15.3%로 비율이 크게 늘어났고, 올해도 15.5%로 상당히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해 40.2%던 재수생이 올해 43.4%로 늘어나며 N수생 비율이 크게 높아지는 데 힘을 보탰다.

■‘N수생 강세’ 왜? ‘역대급 불수능’이던 2019 수능 ‘여파’에 학령인구 감소도 = 올해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N수생이 강세를 보인 이유는 ‘역대급 불수능’이던 2019학년 수능에서부터 기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년도에 실시된 2019학년 수능은 상당한 난도로 수험생들을 당황케 만들었다. 국어 표점 최고점이 150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영어 1등급 비율은 한 해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지며 정시모집에서 수험생들에게 ‘멘붕’을 선사했다. 그 결과 이전 모의고사 등과는 사뭇 다른 성적표를 받아든 수험생들이 결과를 납득하지 못해 ‘빠른 재수’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났고, 이는 올해 정시모집에서의 N수생 강세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여기에 최근 대학가를 강타하고 있는 ‘학령인구 감소’ 여파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수능 응시인원 기준 재학생이 5만 2145명이나 줄어드는 학령인구 절벽 시대를 맞이하면서 전년 대비 경쟁이 한층 덜해질 것으로 보이자 재수험을 결심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것이 교육계의 관측이다. 

실제 수능 응시인원을 보면 전체 수능 응시인원이 48만 4737명으로 전년 대비 4만 5483명이나 줄었음에도 N수생을 나타내는 졸업생은 13만6927명으로 전년 대비 6600여 명이나 늘었다. 그 결과 수능 응시인원 가운데 졸업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28.3%로 6차에서 7차로 교육과정이 막 바뀐 2005학년 28.4%, 2006학년 28.9% 외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늘어난 졸업생들의 영향력이 정시모집에서도 고스란히 위력을 보였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재학생은 수시모집, 재수생 이상은 정시모집에 집중하는 경향이 해를 거듭할수록 고착화돼가는 양상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020학년 수시모집에서는 재학생 비율이 89.4%로 N수생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현상은 2020학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시모집에서는 매년 재학생이 90% 안팎의 비율을 차지하며, N수생과 크게 격차를 벌리는 중이다.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서울대 입시에서 보다 비중이 큰 수시모집을 통해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우수 재학생 자원들이 대거 빠져 나가는 반면, N수생은 정시모집만이 사실상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수시모집의 전부를 차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이미 만들어진 학생부를 바꿀 수 없다는 특징으로 인해 재수험을 감수하더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재학생 대비 많은 학습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N수생은 수능에 매달리지 않고서는 재학생에 비해 경쟁력을 갖기 쉽지 않다.  

■고교유형별 합격자는 지난해와 ‘비슷’…일반고 55%, 자공고 4.8% 등 = 고교유형별 합격 현황은 전년도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일반고 55%, 자공고 4.8% 등 2019학년 합격생 비율과 사실상 비슷한 모습이다. 2019학년에는 일반고가 56.2%, 자공고가 4.6%를 각각 차지했다. 

다만, 선발권을 지닌 고교 가운데 자사고(자율형 사립고)는 지난해 대비 소폭 비율이 줄어든 모습이다. 2019학년에는 231명의 합격자를 내 25.4%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212명(24.5%)으로 몸집이 다소 줄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들이 생기면서 대입 자원이 줄어든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외 고교유형들도 전년과 유사한 모습이다. 외고는 64명의 합격자를 내 전년과 동일한 7.4%의 비율을 기록했고, 영재학교는 2%(18명)에서 2.3%(20명), 국제고는 1.5%(14명)에서 1.2%(10명), 과고는 0.8%(7명)에서 0.6%(5명)으로 전체 합격자에서 최초합격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소폭 달라졌다. 2017학년과 2018학년 연달아 합격자가 나왔던 특성화고는 지난해 합격자가 없었지만, 올해는 일반전형 3명, 기균Ⅱ 1명으로 총 4명의 합격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서울권 합격생’ 증가, 광역시·시·군 ‘약세’ = 이외 서울대가 공개한 통계자료를 보면, 서울권 합격생 증가세가 단연 눈길을 끈다. 반면, 최근 몇 년간 늘어나는 추세던 남학생 비율은 처음으로 오랜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역별 최초합격 현황에 따르면, 서울권 합격생은 378명에서 384명으로 늘며, 42.2%에서 45.9%로 비율이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광역시 출신 합격생은 124명에서 106명, 시 출신 합격생은 361명에서 324명, 군 출신 합격생은 32명에서 23명으로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학습 여건이 불리한 군 지역에서의 정시모집 합격생은 매년 소수에 그치고 있는 반면, N수생들이 밀집한 서울권 합격생들은 늘어난 모습이다. 

2016학년부터 지속적으로 확대 추이를 보이던 남학생 비율은 올해 소폭 꺾였다. 올해 남학생 비율은 59.9%로 한 해 전 기록한 60.6%에 비해 다소 낮았다. 다만, 그럼에도 남학생이 여학생 대비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남학생들이 선호하는 공학대학 등 자연계열의 비중이 서울대 내에서 더 크며, 매년 수능 상위권에 남학생이 더 많이 포진해 있다는 점을 볼 때 당연한 결과물로 봉니다. 

한편, 한 때 주춤했던 서울대 정시모집 합격생 배출 고교 수는 최근 들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2016학년 318개교에서 합격생이 나왔던 서울대 정시모집은 2017학년 311개교, 2018학년 296개교로 줄어드는 양상이었지만, 2019학년 305개교에 이어 2020학년 317개교를 기록하며 확대 추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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