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의 새 총장 선임 절차 공고에 교수ㆍ학생 "본질 외면" 반발

올 초 전 입학처장이 연루된 입시부정으로 총장과 학ㆍ처장 전원 사퇴의 아픔을 겪었던 서강대가 새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또 한 번 술렁이고 있다. 이 대학 재단이사회가 예수회 신부로 제한해 오던 총장직을 대내ㆍ외에 개방키로 결정했지만 교수와 학생들은 ‘눈 가리고 아옹’ 하는 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학교법인 서강대(이사장 박홍)는 29일 이사회를 열어 1960년 개교 이래 예수회 신부로 제한해온 총장직을 일반인에게도 개방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회의 직후 ‘’서강대 총장 선임에 관한 공고‘를 내 “예수회 신부가 아니더라도 ‘성실한 가톨릭 신앙을 가진 자로서 서강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 비전과 능력을 가진 자’에게 총장직을 개방한다”고 밝혔다. 재단 이사회는 이날 이후 2주(다음달 13일) 이내에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신임 총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후보자추천위가 4주 이내에 최종 후보 3명을 이사회에 추천하면 이사회는 2주 이내에 새 총장을 선임한다. 학교본부 관계자는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최창섭 교학부총장이 이사회에 들어가 학내 구성원 대다수가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며 “개교 이래 처음으로 총장직을 개방한 것은 진일보한 면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8주라는 시한을 못 박은 것도 입시부정 사건 등으로 처한 학교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총장 선임이 시급하다는 것을 이사회에서도 고민한 결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교수협의회와 대학원총학생회는 30일 각각 성명을 발표해 이번 조치를 “개악”으로 규정하고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에 드러난 입시비리를 일부 교수들의 도덕성 해이가 아니라 소수의 예수회가 학교와 재단 운영을 장악하고 있는 지배구조의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고 ‘총장 및 재단이사회의 개방’을 요구해 왔다. 교수협의회(회장 정요일ㆍ국문)는 이날 성명서에서 “재단이사회의 합리적인 재구성이 전제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총장 선임에서는 재단이사회 및 예수회가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게 되는데, 이는 예수회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뿐”이라며 “재단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총장 선임 절차를 즉각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교수협의회는 또 “1991년 이래 교수단 및 교수협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총장 선임을 결정해 왔다”며 “재단 이사회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총장선임 방식’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학원총학생회(회장 박정우ㆍ정외과 석사과정) 역시 “‘지배구조 개혁’이라는 사안의 본질을 외면하는 처사”라며 “‘눈 가리고 아옹’식의 총장직 개방은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원총학생회는 “교수, 교직원에 의한 총장 선출 투표 제도가 후보 추천 제도로 후퇴했다”며 “온전한 총장직 개방을 끝내 거부하고, 선출 과정도 되레 후퇴한 3.29 개악 조치는 재단 이사회가 서강인들을 학교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원총학생 박정우 회장은 “핵심은 외면하고 변죽만 울린 이번 안은 무조건 철회되어야 한다”며 “빠른 시일 안에 다른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여의치 않으면 독자행동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협 부회장 서정연 교수(컴퓨터)는 “총장직을 개방하기로 했으면서도 선출 방법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결국 재단 뜻대로 밀고나가겠다는 뜻이 강하다”며 “4월 1일 정기총회에서 새 회장단이 선출되면 전체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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