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누 아이프(Minu Ipe) 보건·기아·전쟁 등 당면 세계 문제에 대학 역할 확대 강조

미국에서 5년 연속 혁신대학 1위로 선정된 애리조나주립대(ASU)의 총장고문·정책총괄을 맡고 있는 미누 아이프(Minu Ipe) 박사는 ASU의 혁신 성공 키워드로 ‘학생 포용 정책’을 꼽았다. [사진 = 한명섭 기자]
미국에서 5년 연속 혁신대학 1위로 선정된 애리조나주립대(ASU)의 총장고문·정책총괄을 맡고 있는 미누 아이프(Minu Ipe) 박사는 ASU의 혁신 성공 키워드로 ‘학생 포용 정책’을 꼽았다. [사진 =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대학은 단순히 교육과 연구에만 그 기능을 멈출 게 아니라 세계가 당면한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주도해서 해결해야 한다. 대학은 지식 제공에 그치지 않고 공공의 가치를 위한 책임감을 갖고 사회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 선발 개념에서 벗어나 많은 학생들을 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미국에서 5년 연속 혁신대학 1위로 선정된 애리조나주립대(ASU)의 총장고문·정책총괄을 맡고 있는 미누 아이프(Minu Ipe) 박사는 6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개최된 '2020 UCN CUNFERENCE'에서 ASU의 혁신 성공 키워드로 ‘학생 포용 정책’을 꼽았다. 130년 전통의 ASU가 최근 들어 ‘혁신 대학’으로 주목받는 것은 ASU가 높게 쌓았던 대학의 문을 개방하고 학생층을 넓혔기 때문에 가능했다.

ASU의 혁신 저변에는 전 구성원들의 마인드 세팅(mind-setting)을 위한 대학 ‘헌장’이 있다는 게 아이프 고문의 설명이다. 아이프 고문은 “ASU는 우리만의 ‘헌장’을 만들고 각 구성원들이 이를 기본으로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ASU는 대학만의 ‘헌장’을 만들고 모든 구성원들이 이를 새기도록 유도하고 있다.

헌장의 화두는 ‘포용성’이다. 높게 쌓았던 대학의 문을 개방하면서 학생층을 넓힌 점이다. 아이프 고문은 “대부분 대학들이 입시를 통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고 선택하는 반면, 우리는 전 세계 모든 이가 대학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교육콘텐츠를 열어두고 있다”며 “16년 동안 정규과정 학생 수는 5만5419명에서 12만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등록금 등 개인적 사정으로 대학 교육에 접근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해결책도 제시한다. 이른바 ‘찾아가는’ 학생 모집이다. 아이프 고문은 “등록금 부담이나 부모 인식 미비 등 개인 사정에 따라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는 학생이 의외로 많다”면서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에 입학하지 않은 학습 수요자들을 전 방위적으로 추적하고 그들이 대학이 오지 못하는 개인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간다. 기관이나 기업으로부터 해당 학생에게 지원금을 유도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재학생에 대한 서비스도 적극적이다. 재학생 중도이탈률을 막기 위해서다. 빅데이터·AI 기반 학습지원시스템 ‘e-Advisor’로 개인별 코치를 제공한다. 학생 개인의 성향과 성적, 공부 패턴 등을 분석하고 개인별로 맞는 공부법과 전공까지 찾아 제안한다. 아이프 고문은 “시스템을 통해 모든 학생을 추적하고 실패 가능성이 있는 학생에게 맞춤 제안을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중도이탈률을 최소화한다. 이는 학생과 대학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연구가 대학을 넘어 지역사회, 넓게는 세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접적인 해결책이 되도록 연결하겠다는 게 ASU의 포부다. 아이프 고문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내놓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실질적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연결하고 있다”면서 “ASU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개발한 황달 치료기구인 ‘SeoLight’는 실제 의료기구로 상용화됐다. 현재 이는 인도의 열악한 의료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됐다”고 소개했다.

그 과정에서 ASU는 파격적인 학과 통폐합을 추진했다. 지난 10년간 70여 개에 달하는 학과를 폐지했다. 대신 사회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30개의 새로운 융합 학과를 개설했다. 25개 융합스쿨을 설립하고 160개 학제 간 연구기관과 센터도 설립했다. 아이프 고문은 “우리 시대에 당면한 문제는 하나의 학문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며 “학제 간 융합학문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혁신 과정에서 필요한 재정은 애리조나주 지원은 물론 산학협력, 기부금 등으로 채워진다. ASU는 스타벅스, 우버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해당 기업의 직원을 대상으로 ASU 교육과정을 무료로 제공한다. 기업은 대학에 재정을 지원한다.

아이프 고문은 “세계 대학은 혁신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ASU도 17년 전 교육당국의 재정지원 축소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위기를 느꼈고, 혁신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로 비상 상황에 처했다. 바이러스는 물론 보건·기아·전쟁 등 세계가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며 “단지 혁신을 위한 혁신이 아니라, 대학 혁신이 결국 우리 실생활을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누 아이프(Minu Ipe) 박사는 6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개최된 '2020 UCN CUNFERENCE'에서 “대학이 단지 혁신을 위한 혁신을 펼칠게 아니라, 대학 혁신이 결국 우리 실생활을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 한명섭 기자]
미누 아이프(Minu Ipe) 박사는 6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개최된 '2020 UCN CUNFERENCE'에서 “대학이 단지 혁신을 위한 혁신을 펼칠게 아니라, 대학 혁신이 결국 우리 실생활을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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