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중국 우한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우한 폐렴 확진자가 20명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중국인 학생 숫자 ‘7만 명’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들은 우한 폐렴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심지어 중국인 학생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러자 교육부가 수습에 나섰다. 교육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부, 보건복지부, 법무부, 외교부, 행정안전부 등 5개 부처와 경희대, 고려대, 단국대, 성균관대, 우송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20개 대학 총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범부처 유학생 지원단 확대회의’를 개최하고 대책을 발표했다. 4주 이내 개강 연기 권고를 비롯해 수업감축, 수업 이수시간 준수, 원격수업 확대, 학사 일정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 마련·제공 등이 골자다.

중국인 학생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중국인 학생 기피 현상이 반중을 넘어 혐중 분위기까지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교육부가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답답하게도 교육부의 시선은 항상 그랬듯이 대학현장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교육부의 대책이 대학현장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수업 이수시간 준수가 독소조항이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개강 연기 또는 학사일정 감축을 하더라도 1학점당 15시간 이수시간을 준수하도록 명확히 공지할 것을 주문했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발표에 고개를 젓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4주 이내 개강 연기를 권고하고 이수시간은 준수하라고 하니 교육부 발표에 할 말이 없다”고 토로했다. 당연하다. 고등교육법에서는 ‘학점당 필요 이수시간은 학교가 교육과정의 특성을 고려, 교과별로 정하되 매학기 최소 15시간 이상으로 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단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대학은 연간 수업일수(30주 이상)를 최대 2주까지 단축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수업일수 단축이 2주를 초과하면 수업 이수시간 준수를 위해 초과 수업이 불가피하다. 물론 교육부는 수업 결손 보충을 위해 온라인 수업을 허용했다. 하지만 대학의 원격수업(온라인 수업) 교과목은 총 교과목 학점 수의 100분의 20을 초과할 수 없다. 쉽게 말해 전체 수업의 20%까지만 원격수업이 가능하다. 비율 제한 등 규정을 위반하면 위반 정도에 따라 학생 모집 정지 등 행정처분이 부과된다. 결국 대학들은 교육부가 4주 이내 개강 연기를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2주 연기가 최선의 선택이다. 만일 우한 폐렴이 장기화되면 개강 연기 2주 후에는 국내 학생들과 중국인 학생들이 일단은 학교를 나와야 한다.

간호과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학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우한 폐렴 사태에도 불구하고 간호학과 실습을 강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물론 간호학과 실습은 필수다. 그러나 지금 병원들은 우한 폐렴의 무풍지대다. 만일 간호과 학생들이 실습에 참여하다 우한 폐렴에 감염되면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정부는 우한 폐렴 사태를 국가재난사태로 아직 규정하지 않았다. 교육부도 “신종코로나를 천재지변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교육부가 대책과 지침을 마련했어도 현행 법률과 규정이 우선이다.

결국 대학들은 눈치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현행 법률과 규정에 묶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우한 폐렴은 엄밀히 국가재난사태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메르스와 사스로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해도 한 순간의 방심이 더욱 큰 화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이에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은 우한 폐렴 사태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대학들이 적극적이고 자율적으로 우한 폐렴 예방에 나설 수 있도록 행정적 조치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현행 법률과 규정에 묶여 우한 폐렴에 발목이 잡히지 않도록 대학현장을 적극 살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