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발표 지역균형발전 관련 대입전형, 기여대학 지원사업 평가지표 포함
재정지원사업 ‘무기’ 삼아 수도권 대학에 지역균형발전 선발 ‘사실상 강제’
‘예고제 대상 아니다?’ 교육부 자의적 판단에 대학가 ‘절레절레’
대통령이 강조해 온 사전 예고제는 어디로? 막무가내 정책 추진 선례 남기나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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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대입 사전 예고제’를 교육부가 앞장서 무력화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입 예측 가능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예측 가능한 대학입시를 만들겠다며 교육부 장관이 대입 시행 4년 전까지 대입 관련 사항을 발표하도록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놨지만, 재정지원사업을 ‘무기’ 삼아 이를 교묘히 회피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말 대입공정성 강화 방안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지역균형발전 관련 대입전형 10% 이상 선발 권고사안이 25일 발표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기본계획에 고스란히 담긴 상황이다. 불과 3개월 전 나온 대입 개편내용을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대학들에 사실상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수능이나 지원횟수 외의 사안은 교육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예고’가 이뤄지는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를 납득하기란 쉽지 않다. 반대로 수능과 지원횟수 이외 사안은 모두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지 않을 시 정부 의도대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사전 예측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단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재정지원사업이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사전 예고제를 논할 부분이 아니라고도 항변한다. 하지만,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모든 대학이 뛰어들 수 있는 ‘열린 사업’이며, 사업 지원을 위해서는 대입전형을 교육부 입맛에 맞게 뜯어 고쳐야 한다는 점 등에 대해 마땅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기본계획 발표…사전 예고제 취지는 어디에? = 교육부는 올해 실시될 ‘2020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기본계획을 25일 발표했다. 이번 기본계획은 이전 사업들과 비교했을 때 많은 부분에 변화를 줬다. 평가지표부터 전면 수정이 이뤄졌으며, 평가그룹 분류 방법도 달라졌다. 예산을 확대하면서 선정규모도 키웠다. 

문제는 이같은 변화들 가운데 대입 사전 예고제와 상충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올해 사업을 지난해 11월말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등을 기반으로 개편했다며, 당시 발표했던 지역균형발전 관련 전형 사안을 평가지표에 포함했다. 수도권 대학은 이에 따라 전체 대입정원의 10%를 지역균형발전 관련 전형으로 구성해야 하며,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선발할 것도 요구받게 됐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처럼 이미 지역균형발전 관련 전형을 10% 이상 두고 있는 대학은 이를 2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교육부가 이처럼 급작스레 대입전형에 변화를 주는 것은 시행 중인 대입 사전 예고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현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시행하는 수능의 기본방향이나 과목·평가방법·출제형식 변화 △해당 년도에 학생이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횟수 변화 △이외 대입 관련 교육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이 생기는 경우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4년 전까지 이를 별도로 공표해야 한다. 

사전 예고제가 만들어진 취지에 비춰보면, 지역균형발전 관련 전형을 수도권 대학에 전면 도입하는 방안은 당연히 교육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해야 하는 사항이다. 2014년 처음 고등교육법에 모습을 드러낸 사전 예고제는 ‘대입전형 예측 가능성 제고’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다. 수험생들이 대입제도 변화 등 대학입학에 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진로를 결정해 차질 없이 대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사전 예고제라는 얘기다. 

지역균형발전 관련 전형을 수도권 대학들에 일률적으로 10% 이상 선발토록 강제하는 것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입장에서 볼 때 대입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게 만드는 중대한 변화다.

지역균형발전 관련 전형은 ‘역차별’이자 ‘기회’로도 작용한다. 수도권 수험생들에게 있어서는 지역균형발전 관련 전형이 ‘역차별’일 수밖에 없다. 눈 뜨고 앉아 지역 내 대학 입학정원의 일정 비율을 뺏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정원외 선발이 이뤄지는 농어촌특별전형 등과 달리 지역균형발전 관련 전형은 정원내에서 실시되기에 그만큼 수도권 학생들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워진다. 

지역균형발전 관련 전형은 현재 지방대학에서 실시하는 지역인재선발전형과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 지역인재선발전형은 지역균형 발전을 꾀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지방대 육성법’이라는 근거가 있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 관련 전형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통해 갑작스레 제시된 제도에 불과하다.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방 대학은 지역인재 선발, 수도권 대학은 지역균형발전 전형을 실시하기에 수도권 수험생들은 ‘이중고’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대학에게 있어서도 지역균형발전 관련 전형이 몰고 올 파장은 만만치 않다. 현실적으로 대학 선호도는 ‘지역’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다.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해 지방 대학보다 수도권 대학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가 많다. 때문에 수도권 대학에는 전국 각지에서 수험생이 몰려든다. 반면 지방대학들은 지역 내 수험생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수도권에서 10%씩 지역균형발전 선발을 단행하는 경우 상당수 인원을 수도권 대학에 뺏긴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본지가 지난해 대학알리미를 기반으로 집계한 결과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4년제대학 입학정원은 11만 5000여 명에 달한다. 모든 수도권 대학이 정부 방침을 따르는 순간 1만 1500여 명의 지역균형발전 관련 전형 인원이 생기는 것이다. 이미 관련 전형을 두고 있어 20%로 늘려야 하는 대학들까지 고려하면 실제 지역균형발전 관련 전형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이처럼 지역균형발전 관련 전형 확대는 수도권과 지방 대학 모두에, 나아가 수험생들에게까지 막대한 파장을 끼칠 사안이다. 정책의 적절성 여부를 차치하고 보더라도 4년 전 대입 관련 사항을 공표해야 한다는 사전 예고제에 따라 2024학년 대입에서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사전 예고제 강화에 공 들여온 정부, 대통령 공약에서부터 출발 = 이같은 교육부의 행태는 그간 정부가 보여 온 태도와도 배치된다. 이번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학생·학부모가 대입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입 사전 예고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사전 예고제 강화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대통령 공약에서부터 사전 예고제가 언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미대선이 치러지기 전인 2017년 상반기 후보 시절 “예측 가능한 대학입시가 되도록 대입 법제화 추진” 항목을 공약집에 담았다. 당선 이후 내놓은 ‘100대 국정과제’에서도 이를 또 다시 언급했다. “대입정책 예고제(3년 6개월 전)를 법제화”하겠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이 이토록 사전 예고제를 강조한 것은 법에 공백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내놓는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2년 6개월 전, 대학들이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기반으로 발표하는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1년 10개월 전까지 공표하라는 내용만 고등교육법에 규정돼 있었다. 

여당도 대통령 발언에 동조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의원 시절인 2017년 6월경 당내 의원들과 뜻을 모아 교육부장관이 3년 6개월 전 대학입학전형에 관한 기본계획을 공표토록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교육부장관을 맡은 김상근 사회부총리도 2017년 11월 열린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사전 예고제 강화를 주요한 대입 개편안의 내용 중 하나로 언급했다. 

이후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지난해 4월의 일이다. 3년 6개월 전에서 한발 더 나아가 4년전까지 교육부 장관이 수능, 지원횟수, 그밖에 필요한 사항 등을 사전 공표토록 하는 고등교육법이 만들어졌고, 지난해 10월24일자로 시행됐다. 

이처럼 공들여 만들어 온 사전 예고제를 교육부가 앞장서 깨뜨리는 것에 대해 대학가나 교육계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사전 예고제에 대한 고려 없이 재정지원사업을 무기 삼아 지역균형발전 관련 전형을 대학들에 강제하는 교육부의 행태는 대입전형 예측 가능성을 앞장서 무너뜨린다는 비판을 불러오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대입 사전 예고제를 강조해 온 교육부가 실질적으로 파장이 클 대입 변화는 사전예고제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같은 정권 내에서도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말이 달라지는 꼴이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교육부 ‘사전 예고제 대상 아냐’…대학가 ‘납득 어려워’ = 교육부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 한결같은 해명을 내놓는다. 사전 예고가 필요한 교육부 장관 공표 사항은 어디까지나 장관이 판단할 사안이라는 것, 재정지원사업 참여 여부는 대학들이 선택 가능한 것이고 모든 대학에 적용되지 않으므로 공표해야 할 대입제도 변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전 예고가 필요한 사안에 대한 판단을 교육부가 이처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 대학들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궁색한 해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서울권 주요대학 입학처장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교육부가 입맛대로 정책을 해석하고 있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전반에 파장이 큰 사안도 교육부 장관의 판단에 기대 사전 예고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법으로 규정된 수능·지원횟수 외 사안들은 교육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사전예고제를 무시해도 된다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재정지원사업 참여가 온전한 대학들의 선택 사항이라는 데 있어서도 대학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대학이 마음대로 거부할 수 없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대학의 입학처장은 “고·기 사업에 대학들이 얼마나 목을 매고 있는지는 교육부가 더 잘 알 것이다.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정부 방침대로 대입전형을 바꿨음에도 탈락하면 그 후폭풍이 상당하다. 사업에서 배제되면 당장 입학사정관들의 인건비부터 문제로 떠오른다. 사업을 무시하고 대입전형을 운영하기란 극히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모든 대학이 지원 가능한 사업을 놓고 ‘선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해명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고·기 사업은 여타 재정지원사업과도 다소 성격이 다르다. 단기간에 개선이 어려운 연구실적 등과 달리 대입전형은 한 해만에 상전벽해를 이뤄낼 수 있다. 선정이력이 없던 대학도 대입전형을 개선해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사업을 통해 대입전형 개선을 ‘사실상 강제’하면서 모든 대학에 적용되지 않는다 주장하는 것은 교육부의 ‘폭력’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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