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한국 대학사에 유례없는 해로 기록될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대학 개강이 연기됐고 졸업식, 입학식 등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이런 와중에 입학자원 감소로 신입생을 제대로 채우지 못한 대학들이 반수를 넘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던가? 신학기를 맞이하는 설렘은 사라지고 신입생 한 명이라도 채우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대학가의 일상이 됐다. 입학자원 감소가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크게 들이닥쳤다. 경고등이 계속 켜 있었지만 귀담아 듣지 않은 대학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하긴 철저하게 대비한 대학들도 ‘백약이 무효’란 자괴감 어린 소회를 토로할 정도니 사태의 심각성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의 신입생 충원 시장은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직격탄을 맞게 된 지역대학 상황이 심각하다.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려 간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사회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 현상이 일과성(一過性)이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다. 2020학년도는 대입정원이 입학가능자원을 넘어서는 대입 역전현상이 본격화된 시작점에 불과하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0학년도 대입가능자원은 47만9376명으로 대입정원 49만7218명(2018년 기준)보다 1만7902명 모자랐다. 2021학년도는 전년보다 5만8483명이 적은 42만893명이고 2022학년도 41만2034명, 2023학년도 40만913명 그리고 2024학년도에는 37만3470명으로 급격하게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기준 대입정원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부족인원이 2021학년도 7만6325명, 2022학년도 8만5184명, 2023학년도에는 9만6305명으로 증가하게 된다. 2024학년도에는 입학가능자원 급감으로 12만3748명이 부족하다.

충분히 예견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속수무책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선제적으로 대비하지 못한 정부 책임인가, 아니면 무분별하게 정원 증원에만 매달린 대학의 문제인가?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자원 부족에 대해서 진작 경보를 울렸다.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통해 대학별 입학정원 감축을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점을 내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1, 2, 3주기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통해 16만 명의 입학정원을 감축하고자 했기 때문에 그 주장에 일리가 있긴 하다. 그렇다고 무분별한 대학설립 인가와 증원 정책을 밀어붙인 정부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은 어떤가? 지금 대학은 혹독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등록금을 주요 재정원으로 하는 사립대학에서 학생 수는 수입과 직결된다. 그러니 대학들은 되도록 학생 수를 늘리거나 유지하려고 한다. 전체 예산의 60% 이상을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사립대학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대학이 학생 수를 자율적으로 감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정부는 사전에 이 같은 상황을 예견해 인위적인 구조조정 정책을 밀어붙이려 했으나 수도권 대학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중도 포기했고 대학들은 재정 확보의 마지막 보루인 입학정원 줄이기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임으로써 지금의 난국을 초래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네 탓 내 탓할 겨를이 없다. 2020년 2월의 풍경은 앞으로 닥쳐올 미지(未知)의 대학가 풍경을 보여주는 전작(前作)일 뿐이다. 더욱 초라하고 흉물스러운 풍경이 그려지기 전에 정부와 대학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대학입학정원 조정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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