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 삼자는 의견도…‘규제’ 벗어나 ‘교육혁신’ 이룰 계기

(사진=중앙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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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대학가도 ‘비상’이다. 다수의 학생이 좁은 공간에 몰리는 일을 피할 수 없는 대학들은 ‘개강 연기’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개강 시기를 늦췄음에도 걱정이 끊이지 않는 대학들의 목소리가 산발적으로 모인 끝에 당초 추가 개강연기가 어렵다는 방침을 세웠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추가 연기를 놓고 대학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복잡한 배경 속에서 대책으로 일약 급부상한 것이 ‘온라인 강의’다. 추가적인 개강 연기는 학생들의 ‘등록금 일부 반환 요구’를 비롯해 대학가에 가져올 파장이 만만치 않다. 개강을 더 늦추는 게 어렵다고 한다면, 한 학기 휴교를 택하지 않는 이상 학생들이 캠퍼스에 모이는 것을 늦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온라인 강의를 비롯한 ‘비대면 수업’밖에 없다. 교육부도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을 통해 온라인 강의를 제안했다. 이에 서울권 주요대학 가운데 건국대·경희대·연세대·성균관대·중앙대 등은 이미 개강 이후에도 온라인 강의를 실시해 캠퍼스를 코로나19로부터 격리시키는 ‘선제조치’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이 모든 대학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전면적인 온라인 강의 시행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시설과 장비 등 현실적인 인프라 문제에서부터 플랫폼이나 시행 방법 등 방법론도 불분명하다. 여기에 학내 구성원들의 인식도 현실을 쫓아오지 못하는 형국이다.

사이버대와 달리 일반대는 본래 전체 강의의 20% 이상을 온라인 강의로 채울 수 없다. 교육부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올해 1학기에 한해서는 해당 비율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불과 보름 전쯤 발표된 내용이다. 강의 전반을 온라인 강의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앞서 갖춘 일반대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온라인 강의는 교수의 강의 영상을 촬영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영상을 편집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하며, 강의를 업로드할 수 있는 플랫폼도 있어야 한다. ‘수업’의 형태를 띠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이상 강의 파일을 청취할 시 이를 ‘출석’으로 인정하는 시스템 등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대학들은 이러한 인프라나 플랫폼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상태다. 학생 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온라인 강의를 꾸준히 시행한 전력이 있어 여건이 그나마 나은 서울권 주요대학들마저도 온라인 강의를 전면 실시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기존 온라인 강의에 일절 투자하지 않은 대학들 입장에서는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부터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갑작스런 풍토 변화로 인해 학내에서도 반발이 이는 상황이다. 사정이 좀 나은 대학들도 학내 구성원들의 온갖 항의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전면 온라인 강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더니 교수들로부터 무수한 항의 문자를 받았다. 특히 원로 교수들의 반발이 크다. 이메일도 쓰기 어려운데 어떻게 온라인 강의를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하나하나 설득하느라 하루하루 진땀을 빼고 있다”고 했다. 

부족한 인프라 등을 고려했을 때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를 전면 시행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원 투입이 절실하다. 하지만, 대학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다시 온라인 강의를 20%로 제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껏 인프라를 구축했는데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대학들은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부가 말로만 ‘교육 혁신’을 떠들 것이 아니라 온라인 강의를 전면 도입하는 식으로 ‘규제’를 풀어 대학들이 진정 해외대학들의 사례처럼 교육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풍토를 마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학 총장은 “코로나19 사태는 정말 안타까운 국가적 재난이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그간 해외에 비해 뒤떨어져 있던 교육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해외 대학들이 전면 온라인 강의를 도입해 우수한 교육 콘텐츠를 ‘수출’하며, 교육 수요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동안 우리는 온갖 ‘규제’에 시달려 오던 터였다. 우리 대학도 온라인 강의를 전면 시행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진정한 혁신에 대해 고민해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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