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희 전남도립대학교 교수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대학지자체상생발전위원장)

한강희 전남도립대학교 교수
한강희 전남도립대학교 교수

지난 세기, 지난 밀레니엄을 보내고 새로운 세기이자 새로운 밀레니엄을 여는 해넘이와 해맞이로 분주했던 기억이 엊그제인 듯하다. 그런데 벌써 20년을 넘어서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의 20세기 근현대사는 기묘하게도 10년 단위로 정치·사회사적 파장을 드리우며 변전을 거듭해왔다. 일제강점기를 겪고 광복을 맞이한 후인 1960년대는 구시대와의 결별을 4.19와 5.16으로, 1970년대는 본격적인 산업화 시대의 가속화로, 1980년대는 5.18과 6.29라는 민주주의 본격화로, 1990년대는 이념이 거세되면서 신자유주의 체제의 도정을 밟았다. 새로운 세기 이후엔 신자유주의를 기조로 다양성과 융복합이 전자적 일렉트릭으로 구현되는 6차 산업시대-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었다. 다양성 못지않게 속도 또한 비약적이다.

서울대 인구학연구실 추계에 의한 인구 피라미드로 살피자면 2020년대인 동시대는 1차 베이비부머(57~66세)가 고령자로의 편입이 본격화하며, 2차 베이비부머(47~56세)가 정년연장 혜택을 누리며, X세대(37~46세)가 중간관리자가 돼 기존 세대의 매너리즘을 거부하며, 밀레니얼 세대(25~36세)의 사회진출이 가속화하며, 초저출산이 현실화하고 있는 Z세대(6~24세) 출현으로 파악된다.

우리의 고등교육 또한 이러한 역사적 추이, 세대적 변곡점을 거치며 학문·이론 중심적으로는 4년제 일반대학이, 실용·직업·산학 중심적으로는 2~3년제 전문대학이 그 역할을 감당해왔다. 최근 취·창업이라는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다 보니 영역 간 경계가 무색해지긴 했다. 하지만 양자는 부단히 교호작용하며 국가발전의 견인차가 돼온 게 사실이다.

고등직업교육만을 들여다보자. 전문대학교육은 1979년 ‘교육기본법’과 ‘고등교육법’이 제정되면서 전문대학이란 명칭을 달고 ‘전문직업인 양성’이라는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올곧게 매진해왔다. 4년제 일반대학의 서자 취급을 받기도 하고, 일반대학과 차이가 나는 정부재정지원 규모와 졸업생의 임금 격차 등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취약한 구조를 감내하기도 했다. 전문대학 자체 내의 대오각성으로 인해 현안에 대한 결기도 남달랐다. 2005년 5월에는 고등직업교육혁신본부를 처음으로 결성해 전문대학 최대 현안을 상정하고 제도권과 대국민을 바라보며 머리띠를 두르기도 했다. 최근 3차 혁신본부가 꾸려진 것도 이러한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단속적인 노력의 결과 대학(College)이 대학교(College & University)로, 학장이 총장으로, 2년제 위주에서 3년제 내지 4년제 학과 및 전공심화과정까지, 교수자격 및 호봉단일화라는 개가를 올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값진 성과는 ‘전문학교’로 홀대받던 대학에서 일반대학을 마치고 실질적인 취업을 위해 유턴(U-turn)해 다시 입학하는 명실공히 직업교육대학으로 환골탈태했다는 사실이다. 1백세 장수시대의 교육공학적 측면의 큰 화두는 누가 뭐래도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이다. 이 두 기둥이 날줄이 되고 씨줄이 돼 교직돼야 하며, 왼쪽 수레바퀴와 오른쪽 수레바퀴로 병치돼 다이내믹하게 굴러가야 직업교육입국을 기대할 수 있다.

요컨대 전문대학 40년(개칭 이전부터 기산하면 70년)의 족적은 태동과 정착(1948~1978년), 성장과 발전(1979~1996년), 혁신과 도약(1997~2019)이라 호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2020 전문대학의 아젠다는 무엇인가. 어떠한 표제어를 붙여야 할 것인가. 고등직업교육으로서 ‘전문대학의 혁신과 도약에 수반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해답’은 ‘융·복합 시대에 걸맞은 대학 형태의 재구조화’에서 찾아야 바람직할 것이다. 강조하건대 선진 직업교육의 패러다임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때다.

교육부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미래 산업수요에 부응하는 직업교육의 질적 성장을 위해 추진하는 마이스터대학 도입은 만시지탄이 있지만 시의적절하고도 바람직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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