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고시·외교관 등은 ‘이미 취소’, 국가기술자격 상시검정도 ‘일시 중단’
남아있는 이달 28일 9급 공채, 내달 4일 순경시험은? 연기 가능성 높아 

(사진=중앙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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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남아있던 공무원 채용시험, 자격증 시험 등 일제히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양상이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결정이 나지 않았던 ‘2020년 서울시 1회 지방공무원 필기시험(서울시 1회)’마저 다음 달로 시험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고용노동부도 조리기능사·미용사 등의 국가기술자격 상시검정을 14일까지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물론 남아있는 시험도 있다. 이달 28일 실시되는 국가직과 소방직, 기상직 등을 선발하는 9급 공무원 공채시험, 내달 4일 실시되는 경찰(순경)시험은 아직 일정을 바꾸지 않았다. 

다만, 이들 시험의 일정도 결국에는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초·중·고 개학이 3주 연기되고, 대학도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재택수업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범국가적 노력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시험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기 또 연기’ 공무원 채용 시험, 서울시 1회도 4월 이후로 연기 결정 =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공무원 채용 시험들이 사상 최초로 연기 결정을 내렸다. 본래 2월과 3월은 공무원 채용 시험이 줄지어 시행되는 시기지만, 지난달 22일 실시된 법원직 9급 필기시험 이후로는 시행된 시험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미 지난달 시행되는 시험들은 연기 결정이 나온 지 오래다. ‘행정고시’로 불리는 5급 공채 1차시험을 비롯해 외교관후보자 선발 1차시험, 지역인재 7급 수습 필기시험 등 지난달 29일 실시됐어야 하는 시험들은 모두 4월 이후 시행될 예정이다. 

이들 시험을 주관하는 인사혁신처는 “현 시점이 코로나19 확산이 좌우될 중대한 고비라는 보건당국의 의견을 반영해 시험 일정을 연기했다”며 “4월 이후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이달 중 시행되는 시험들도 마찬가지다. 14일 실시될 예정이던 입법고시 1차 시험과 이달 중 시행됐을 경찰 경력 채용 등도 4월 이후로 일정을 옮겼다. 입법고시를 주관하는 국회 사무처는 “코로나19 확산 추세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일단은 4월 이후 시험을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응시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는 대로 국회채용시스템을 통해 공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끝 모르고 이어지던 공무원 채용시험 연기 행렬에 21일 실시 예정이던 서울시 1회도 동참했다.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연기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던 서울시 1회도 코로나19로 인해 예정된 날 시험을 치르지 못하게 됐다. 서울시는 3일 “21일 예정된 시험을 연기한다. 변경되는 일정은 이달 중 별도로 공지할 예정”이라며 시험 연기 사실을 밝혔다. 일단 서울시는 6월에 2회 시험이 있는 만큼 내달 중에는 시험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가기술자격 상시검정도 ‘일시 중단’ =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국가기술자격 상시검정도 14일까지 일시 중단된다. 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이재갑 장관 주재로 ‘코로나19 고용노동 대책회의’를 연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상시검정을 중단한 대구·경북 지역에 더해 전국으로 상시검정 중단지역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국가기술자격 상시검정은 한식‧일식‧중식조리기능사, 미용사, 제과‧제빵, 컴퓨터활용능력 등 18개 종목의 기술자격 시험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 검정은 고용노동부 결정에 따라 이달 14일까지 전국 모든 지역에서 실시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노동 분야 방역관리를 전국적으로 확대·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존에 응시를 신청한 수험생은 시험을 연기할 수 있다. 취소를 원하는 경우에는 100% 환불 조치한다”고 했다. 

■전문직 자격시험, 공인어학시험 등 ‘줄줄이 연기·취소’ = 전문직 자격시험들도 코로나19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실시될 예정이던 변리사 1차 시험은 언제 시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변리사 시험을 주관하는 특허청은 “29일 시행될 예정이던 ‘2020년 제57회 변리사 국가자격시험 1차 시험을 잠정 연기한다”며, 바뀐 일정은 추후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달 7일 시행될 예정이던 감정평가사 1차 시험도 연기됐다. 4월 이후에나 시험이 실시될 수 있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차후 국가자격시험(Q-Net) 감정평가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바뀐 시험연기 일정을 알릴 계획이다. 

공인어학시험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미 지난달 29일 실시될 예정이던 토익(TOEIC)과 토익 스피킹(TOEIC Speaking)은 취소됐다.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TOEIC위원회는 “지역사회 감염을 막고,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다. 

텝스(TEPS)도 이달 7일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취소됐다. 서울대 텝스관리위원회는 “7일 정기시험을 취소하는 대신 5월 2일 오후 정기시험을 추가 시행한다. 기존 접수자들에게는 접수 시점과 관계없이 응시료 전액을 환불할 방침”이라고 했다. 일단, 이달 21일 시험과 내달 4일 시험은 취소하지 않고 진행할 계획이다. 

단, 오픽(OPIC)은 일단 시험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가 특히 기승을 부리는 대구·부산·경상지역에서만 13일까지 시험을 일시 중단한다. 

HSK(중국한어수평고시)도 이달 21일 치러질 예정이던 시험을 전면 취소했다. 내달 11일 시험부터 정상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HSK 한국사무국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응시료는 전액 환불하겠다고 했다. 

이외에도 코로나19의 여파는 각종 시험 전반에 거세게 불어 닥치는 형국이다. 수상구조사, 스포츠지도사 1급, 동력수상레저 조종면허 등 기타 자격시험들도 일단 시험을 연기했다. 여러 사람이 한 데 모이는 시험의 특성상 코로나19의 전염성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을 주관하는 해양경찰청·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은 차후 조정된 일정을 공지할 예정이다. 

■결정 안 나온 9급 공채, 경찰(순경) 채용, 연기될 가능성 높아 = 물론 모든 시험에 연기·취소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 이달 28일 시행될 예정인 국가직·소방직·기상직 9급 공무원 공채시험과 내달 초 시행 예정인 경찰(순경) 채용시험 등은 아직 ’강행‘ 모드다. 별다른 연기·취소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이들 시험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밀폐된 공간인 시험장에 모인 수험생들 가운데 확진자가 있기라도 한 경우에는 또 다른 코로나19 대량 확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험을 치르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행정고시·외교관후보자선발·입법고시 등도 같은 이유로 줄줄이 취소됐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범국가적 대책이 시행된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미 초중고는 개학을 3주까지 미뤘고, 대학들은 사태 진정 국면이 오기까지 재택수업을 시행할 요량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험을 강행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교육계의 관측이다. 갑자기 형세가 뒤바껴 코로나19가 소강 국면에 들어서지 않는 이상 시험은 연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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