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등록금 ‘부분환불’ 주장…대학들은 ‘손사래’
고개 드는 등록금 ‘부분환불’ 주장…대학들은 ‘손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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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강의에 학생들은 ‘불만’…실기·실습 등은 어떻게? 교육서비스 품질 저하
‘나가는 돈’ 그대로인데 ‘들어오는 돈’만 줄여라? 대학들 ‘납득 어렵다’
재정적 어려움 고질병 앓는 대학들…반환·인하 시 대학 ‘줄도산’ 전망도
(사진=한국대학신문DB)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대학가가 시끄럽다. 개강이 연기되고 재택강의가 실시되는 등 ‘정상운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놓고, 교육 소비자인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운영이 이뤄지지 않는 기간 동안 교육의 질이 저하되니 만큼 등록금을 일부 환불·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재택 형태로는 제대로 된 강의가 시행되기 어려운 예체능 학생들의 불만이 특히 큰 모습이다. 급작스레 준비된 재택강의의 질이 좋지 않다는 점도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목소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대학들은 등록금 환불이 어렵다고 손사래를 친다. 교수·직원 인건비가 그대로 고정돼 있고, 시설관리에도 손을 놓을 수 없는 등 고정비용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등록금을 낮춘다면, ‘도산’ 위기에 내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만성적인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해 오던 대학들은 등록금 환불에 대해 불가능한 일이라며 명확히 선을 긋는다. 법적으로 등록금을 환불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등록금을 환불하는 대학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기도 어렵다. 

■코로나19 장기화에 학생들 ‘불만 가득’…등록금 환불 주장 대두 =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학들의 ‘정상 운영’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캠퍼스에서 수업을 받는 일상적인 대학의 모습이 언제쯤에나 실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달만 해도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다수의 학생들이 한 캠퍼스 내에서 강의를 듣고 활동하는 대학의 특수성,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유학생들이 대학에 다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개강을 연기하는 조치만 내려졌다. 지난달 11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사무처가 집계한 ‘대학 행사연기 현황’에 따르면, 대다수 사립대가 개강을 연기했다. 전국 110여 개 사립대 중 93개교가 2주 동안, 나머지 대학들은 1주 내지 3주 동안 개강을 연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정부가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대학들의 대응은 한층 분주해졌다. 개강연기 시기가 끝나더라도 캠퍼스에서의 수업은 실시하지 않겠다는 대학들이 늘어났다. 기존에 발표한 연기 시점에 맞춰 개강을 하되 온라인 수업 등을 실시함으로써 학생들이 캠퍼스에 모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학들의 대책 마련에 교육부도 호응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이 추가적인 학사운영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개강한 이후에도 재택수업을 실시하는 방안에 대해 교육부에 건의했다. 이에 교육부는 2일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등교에 의한 집합수업은 하지 않고, 원격수업, 과제물 활용 수업 등 재택수업을 실시”하는 학사운영 및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학교에 등교하고, 캠퍼스에서 수업을 받는 통상의 ‘집합수업’은 당분간 실시되지 않는다. 빠르면 3월 9일, 늦더라도 23일에는 대학들이 모두 개강하지만, 수업은 ‘재택’ 방식으로만 이뤄진다.

문제는 학생들의 ‘불만’이다. 학생들은 재택수업으로만 강의를 받아야 하는 현실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재택강의는 아무래도 일반적인 강의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각적인 질의응답 등이 불가능할뿐더러 토론수업이나 발표수업 등도 재택강의에서는 이뤄지기 어렵다. 

특히, 불만이 큰 것은 예체능 계열 학생들이다. 실기가 중시되는 전공 특성상 재택강의로는 제대로 된 학습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실험·실습의 비중이 큰 전공들도 재택강의를 만족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대학들의 질 낮은 재택강의는 이러한 학생들의 불만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달 중순만 하더라도 ‘재택강의’를 예상하지 못했던 대학들은 이제 와서야 부랴부랴 강의 콘텐츠를 마련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강의의 ‘질’담보는 뒷전이다.

학교 차원에서 강의 콘텐츠를 마련하는 대학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개별 교수에게 재택강의 방식을 전적으로 일임하며 책임을 떠넘기는 대학들의 경우 더 큰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재택강의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팀플수업을 진행하라고 지시해 학생들의 반발을 사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등록금 일부 환불’에 대한 주장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지난달 27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83.8%(1만 570명)가 원격수업 대체에 따라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등록금 반환이 ‘매우 필요하다’고 본 학생이 59.8%(7547명), ‘필요하다’고 답한 학생이 24%(3023명)였다. 

특정 단체가 시행한 설문조사 외에도 대학생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등록금 일부 환불·반환이나 일부 인하에 대한 의견을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재택강의로만 강의를 진행하는 것은 ‘학습권 침해’이며, 등록금 가치에 부합하는 강의로 볼 수도 없다는 의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오는 형국이다. 

■등록금 환불에 대학들은 ‘불가능한 일’…‘줄도산’ 사태 벌어질 것 = 하지만, 대학들은 이러한 학생들의 등록금 일부 환불 요청은 이뤄질 수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 등록금 환불이 시행된다면 대학들은 줄줄이 도산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학들이 등록금 환불이 어렵다고 보는 것은 ‘나가는 돈’은 그대로인데 ‘들어오는 돈’만 줄어드는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이 받은 등록금은 교비가 된다. 교비 지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교수와 직원에게 나가는 인건비다.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환불하더라도 인건비는 그대로다. 코로나19 때문에 교수·직원들의 월급을 깎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고정비용이 그대로인데 등록금 수입이 줄어들면 정상적으로 운영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대학들은 이미 수년간 이어져 온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이다. 사총협 소속 대학 총장들이 지난해 11월 등록금 인상안에 대해 공동결의하기도 했지만, 교육부는 이를 허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등록금 일부 환불이 이뤄지면 재정이 어려운 대학들 중 상당수는 말 그대로 ‘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대학들은 바라본다. 

등록금을 일부 환불·인하함으로 생기는 피해가 결국엔 학생 몫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인건비로 활용되는 등록금의 특성에 비춰볼 때 이를 인하·환불하면 좋은 교수들이 학교를 이탈해 교육 서비스의 질은 낮아질 것이며, 직원들의 이탈로 행정 서비스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등록금 환불 가능한가? 의무사항 아닌 데다 자발적 환불 가능성도 낮아 = 학생들의 불만·요청과는 별개로 현 상황에서 대학들이 등록금을 환불하거나 인하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법적으로 등록금을 환불해야 할 의무도 없거니와 자발적으로 대학들이 환불에 나설 가능성도 지극히 낮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등록금 관련 규정인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등록금 환불은 1개월 이상 대학이 문을 닫은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다. 1개월을 휴업한 경우 해당 월 등록금을 면제·감액하도록 규정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현재 대학들 가운데 한 달이나 문을 닫는 곳은 없다. 사총협이 파악한 현황만 보더라도 가장 개강을 늦춘 대학도 3주가 지난 23일에는 수업을 시작한다. 수업 형태가 재택으로 바뀐 것일 뿐 대학들이 한 달 이상 휴업하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대학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들 가운데 ‘재택강의’를 선택한 것도 개강 자체를 더 미루게 되면 등록금 환불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학들의 재정 형편을 고려할 때 등록금 환불이 강행되는 경우 유일한 해결책은 ‘공적 자금’ 투입이다. 교육부 등에서 관련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등록금을 일부 낮추지 않고서는 등록금을 환불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예산 규모가 생각보다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반대학 재적 학생은 200만 여 명이며, 전문대학은 64만여 명이다. 여기에 32만여 명 규모의 대학원 등을 더하면 전체 대학 내 학생 수는 300만여 명이나 된다. 2019년 1학기 평균 일반대 등록금 335만여 원보다 낮춰 300만여 원으로 계산하더라도 10% 등록금 인하 시 필요한 재정은 9000억원에 달한다. 교육부가 대학들의 기본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실시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 총 사업비보다도 더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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