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동영상으로 공부하라고? 재택강의 방식 놓고 대학가 갈등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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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대학들이 전면 시행하는 ‘재택강의’를 놓고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지정한 유튜브 동영상을 보거나 주제에 맞는 동영상을 스스로 검색하라는 등 학생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으로 시행되는 강의들이 있어서다. “알아서 공부하라”는 말로밖에 여기지지 않는 강의에 학생들의 불만은 타오를 수밖에 없다. 공부하는 데 필요한 동영상을 지정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옹호 의견이 존재하지만, 예년과 똑같은 등록금을 내고도 질 떨어지는 강의를 들어야 하는 학생들이 이를 납득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학들이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더 세심하게 재택강의 방식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튜브 보고 알아서 공부하라고?’ 재택강의에 쏟아지는 불만들 = 최근 모 대학에서는 강의 방식을 놓고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재택강의 방법 중 하나인 온라인 강의 방식이 학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는 학생들에게 강의 계획서에 나온 교재를 구입하라는 말과 아울러 온라인 강의 기간 동안 공부해야 할 범위를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강의는 유튜브에서 검색해 교재와 유사한 내용을 공부”하라는 지침을 더했다. 

학생들은 이같은 방침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이미 게재돼 있는 동영상을 보고 ‘알아서 공부하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학습 내용에 걸맞은 동영상을 찾는 것도 결국에는 학생들의 몫이었다. 이에 대해 한 학생은 “등록금 날로 먹기”라며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봐야 할 동영상 강의를 지정한다고 해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교수는 강의계획서를 통해 타 대학 교수가 유튜브에 올린 강의를 듣고, 이를 기반으로 과제를 제출하라고 하기도 했다. 이런 강의방식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런 강의를 듣자고 대학에 오기 위해 노력을 했나 싶다”거나 “왜 내가 듣는 강의의 전담 교수가 아니라 다른 대학 교수의 강의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기 일쑤다. 

이같은 강의 방식에 대한 ‘반발’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2일 발표된 코로나19 관련 대처방안에 따라 개강 이후로도 ‘재택강의’가 계속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과제물 학습이나 온라인 강의 등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재택강의가 이처럼 전면 시행된 전례가 없다 보니 수업 방식이나 형태에 대한 ‘이견’이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대학들 자충수 놓나? 유튜브 강의 ‘문제 없다’며 옹호하기도 = 학생들은 이미 게재돼있는 동영상을 활용하는 강의에 대해 불만이 크다. 예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를 한다고 했을 때 학생들은 교수가 직접 찍은 강의 동영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이와 달리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동영상을 보는 것도 온라인 강의라고 주장한다. 설령 온라인 강의라 보기 어렵더라도 비대면 강의라는 재택강의의 기본을 지킨 것이므로 근본적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튜브를 보고 공부해 오라”고 교수가 얘기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조차 없는 상황이다. 현재 시행되는 ‘재택강의’가 곧 ‘온라인 강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대학들에 권고한 재택강의는 온라인강의·과제물학습 등 ‘비대면강의’ 전반을 의미한다. 동영상을 학습 도구로 삼는 방식의 강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발 더 나아가 대학가에는 적극적으로 이러한 ‘유튜브 강의’를 옹호하는 의견들마저 존재한다. “억지로 교수가 영상을 찍어 시간을 때우느니 기존에 나와 있는 좋은 콘텐츠를 쓰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어떤 동영상이 학습에 도움이 되는지를 교수가 직접 가려내 일러주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대면 강의에서 읽어야 할 텍스트나 최신 학습이론 등을 교수들이 지정해 주는 것과 온라인 강의에서 동영상을 지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엉터리 강의 난립보다는 기존 콘텐츠 활용이 낫다고도 얘기한다. 무조건 교수가 직접 찍는 ‘동영상’ 만을 온라인 강의로 인정한다면, 엉터리 영상만 잔뜩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같은 옹호 발언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어떤 설명을 더하더라도 “유튜브를 보고 알아서 공부하라”는 것은 등록금 규모에 적합한 학습방법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거면 뭣하러 대학에 등록금을 내는가. 차라리 환불받아 유튜브에 돈을 내는 게 낫겠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물론 모든 대학들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튜브 강의’가 문제있다 보는 대학들도 어려운 현실여건을 앞서 토로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원로 교수들 중에는 이메일을 보내는 것조차 어렵다는 분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 교수들에게 강의 동영상을 무조건 찍어야 한다고 밀어붙이기는 어렵다. 자칫 교수들이 갖고 있는 강의권한을 침범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학생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수준의 온라인 강의를 시행하는 것은 대학들 스스로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학습권 침해나 교육의 질 저하 논란이 길어진다면, 그에 따른 등록금 환불·인하 요청이 전국적으로 퍼지는 것은 순식간” 이라며 “기존에 나와 있는 동영상을 참고해 학습하라는 것은 ‘자습’이나 마찬가지인데 학생들이 이를 만족할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동영상을 참고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조’ 역할로 두고, 다른 방법들을 동원해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충족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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