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수 축소로 강의료 삭감사례는 아직 없어
어학당은 강의 축소로 인한 임금삭감 현실화

한국대학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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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의 여파는 대학 시간 강사들에게도 미치고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는 3일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른 대학 시간 강사들의 우려를 표했다. 한교조는 ‘코로나19와 대학의 합리성’이란 입장문을 통해 “개강이 2주 연기되면서 대학 강사들의 벌이를 걱정하고 있다”며 “강사들은 정규직 교원과 달리 수업이 없으면 그만큼 벌이가 없어지게 되고 유급휴가에서도 배제된다”고 밝혔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에는 대학이 매 학년도 2주 이내에서 학교 수업 일수를 감축할 수 있으나 학점 당 최소 이수시간인 15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교육부는 이 규정을 따라 최대 4주까지 자율적으로 개강 연기를 고려하되, 수업 시수는 15시간을 준수하도록 했다.

서울 지역 일부 대학들은 16주 수업을 하고 있어 개강이 미뤄지게 되면 법적 근거 한도 내에서 시수도 줄어들게 된다. 고려대·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등이 2주씩 개강을 연장, 수업일정이 16주에서 14주로 단축됐다. “수업이 줄어들면 강의도 줄어들고, 강의료도 자연 삭감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한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원격 수업도 난관이다. 개강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개인이 많은 콘텐츠를 제작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상룡 한교조 수석부위원장은 “지금 강사들의 경우 90%는 온라인 수업 경험이 없다”며 “제작에 상당한 품이 들어가지만 대학당국은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아직까지 시수조정에 따른 임금 삭감 사례가 나오지는 않았다”면서도 “일반 기업도 유급휴가를 독려하는 마당에 실제 임금삭감이 되면 엄청난 여론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어학당의 상황은 더 나쁘다. 강의 축소로 인한 강사료 삭감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보통 20시간을 강의를 해왔지만 어학당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학생들이 자국으로 돌아가거나 입국을 하지 않으면서다. 중국 외에 베트남, 태국 등 주변국의 학생들도 코로나19의 우려로 자국에 돌아가면서 강의 수가 확 줄었다.

서울 한 대학의 어학당 A강사는 “한국어 강사는 강의시간대로 돈을 받는다. 강의가 줄면 수익도 없다는 말”이라며 “일주일에 20시간 강의에서 10시간으로 반이 줄면서 생계가 어려워져 일을 그만두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A강사는 “시간 강사의 경우 대학과 협의해 기본급을 보장해주는 등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학당 강사는 법적으로 강사의 지위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는 사실상 아르바이트생이나 다름없어 그런 보장을 받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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