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 계명문화대학교 총무처장. 캠퍼스에 설치된 자가진단소를 배경으로 마스크를 쓴 채 사진을 찍고 있다. 원 안은 마스크를 벗은 모습. (사진=계명문화대학교)
김태수 계명문화대학교 총무처장. 캠퍼스에 설치된 자가진단소를 배경으로 마스크를 쓴 채 사진을 찍고 있다. 원 안은 마스크를 벗은 모습. (사진=계명문화대학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진 뒤로는 원래 총무처 일이나 학과 업무보다 코로나19 대응에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하는 상황입니다. 주말 근무도 세 번 정도 했죠.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어야 할 텐데…….”

계명문화대학교의 코로나19 대응을 책임지고 있는 김태수 총무처장은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지난 2월 21일부터 약 2주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에게 이번 방학은 가장 바쁘고 숨막혔던 기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대구 확진자가 쏟아지기 시작한 지난달 말부터 지금까지도 계명문화대학교를 비롯한 대구 지역의 대학들은 혹여나 학생이나 교직원 중에 확진자가 나오지는 않을지 초조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개강일 전까지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방역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대구 지역 대학가의 상황을 김태수 총무처장의 3일을 통해 들여다봤다.

김 처장은 매일 아침 9시, 총무처로 출근하며 일과를 시작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현재 계명문화대학교 교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만, 김 처장을 비롯한 핵심 인력은 여전히 대학을 지키고 있다. 그나마도 9시 30분이 출근 시간이지만, 김 처장은 매일 30분 이상 일찍 출근해 지난 밤사이 상황을 확인한다.

 #김태수 계명문화대학교 총무처장(코로나19 대응 총괄 책임자)의 3일간 업무 일지

■3월 4일
△오전 9시 = 출근 / 기숙사 거주 학생 전수조사 결과 및 재학생 상담 결과 확인 / 교직원 건강 상태 체크.
△오전 10시 30분 = 재택근무자 일정표 확인 / 기저질환자 업무량 조정.
△오전 11시 = 캠퍼스 일일 및 정기 소독‧방역 현황 파악.
△정오 = 대학 내 식당에서 점심.
△오후 1시 = 코로나19 관련 대학 상황 총장에 보고.
△오후 3시 = 총무처 업무 처리.
△오후 5시 = 외국인 학생 건강상태 및 현황 파악.
△오후 6시 = 퇴근.

■3월 5일
△오전 9시 = 출근 / 캠퍼스 내 자가 진단소‧대기소 시설관리현황 파악 / 학생, 교직원 건강 상태 점검 / 캠퍼스 일일 소독‧방역 현황 파악.
△오전 9시 30분 = 총장 주재 주요 보직자 회의 / 코로나19 대응 현황 공유 및 지원 방안 논의.
△정오 = 점심.
△오후 1시 = 대구시 지원, 대구지역 대학 시설방역 일정 협의.
△오후 1시 30분 = 직원 채용 관련 총무처 업무 회의.
△오후 2시 = 총장에 일일 상황 보고. 대학 입주 상인 임대료 감면 논의.
△오후 3시 = 코로나19 관련, 대학 상황 교육부 보고.
△오후 4시 = 대구 지역 확진자 상황 모니터링.
△오후 5시 = 각 학과 및 보건실에 코로나19 대응 상황 공유 및 관리 지침 전달.
△오후 6시 = 퇴근.

■3월 6일
△오전 9시 = 출근 / 학생, 교직원 건강 상태 점검 / 캠퍼스 일일 소독‧방역 현황 파악 / 주간의 방역 일지 점검.
△오전 11시 = 대구지역 시설방역 일정 확정(3월 8일 일요일) / 일요일 근무자 확정.
△정오 = 15분간 점심 / 총무처 업무 처리.
△오후 1시 = 총장에 일일 상황 보고.
△오후 2시 = 소속 학과 학생 취업 현황 파악 및 학교 시스템에 결과 입력.
△오후 3시 30분 = 개강 전 강의 자료 정리 / 강의계획서 수정.
△오후 5시 = 중국인 유학생 지원 비용 점검 등 총무처 결재 처리.

계명문화대학교에 설치된 자가진단소 내부. (사진=계명문화대학교)
계명문화대학교에 설치된 자가진단소 내부. (사진=계명문화대학교)

3월 4일
이날 역시 그는 각 부서에서 올라온 코로나19 상황 대응 자료를 확인하면서 첫 업무를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의 동선과 숫자, 학생들의 건강 상황을 체크한 자료, 직원들의 업무내용 등을 확인한다.

특히 이날은 일주일에 두 번 진행하는 기숙사 학생 전수조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재학생들을 상담한 내용과 건강상태가 자세히 기록된 내용을 확인한다. 그 중에서도 감염병과 관련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보건실에서 올라온 자료를 가장 면밀히 살핀다. 보고된 내용 중에서도 한번 더 확인해야 할 부분은 보건실 담당자와 직접 통화해 알아본다.

학생들 중에 별다른 이상을 보인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 다음 업무가 눈에 들어온다.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의 업무 일정표를 확인하는 일이다. 또 출근한 직원들 중에서도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업무량을 조절한다.

점심시간도 평소와는 사뭇 다르다. 평소라면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며 오전 업무의 고단함을 풀었겠지만, 코로나19는 동료들과의 대화도 단절시켰다. 식당에서는 직원들이 서로 마주보지 않고, 한 칸씩 떨어져 앉는다. 점심시간 2부제를 실시해 가능한 여러 사람이 함께 모이는 것도 피하고 있다. 12시부터 1시까지, 그리고 12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 식사시간을 두 개로 쪼갰다. 말동무가 없다보니 15분에서 20분 정도면 식사를 마치게 된다.

서둘러 점심을 먹고 돌아온 김 처장의 오후 업무는 총장 보고로 다시 시작된다. 오전에 점검한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다시 정리한다. 있었던 일과 앞으로의 대안을 보고하고, 총장의 전달 사항을 정리한다.

총무처로 돌아오면, 이번엔 결재 업무들이 기다리고 있다. 처리해야 할 업무가 하루에도 적으면 30가지, 많을 때는 40가지가 넘는다. 이를 처리하다 보면 몇 시간이라도 금새 지나간다. 실험실습 기자재, 방역 비용, 마스크 구입 비용 등 학교 살림에 관한 모든 내용이 그가 처리해야 할 일들이다.

컨베이어 벨트처럼 다음 일이 밀려온다. 외국인 학생의 현황을 파악하는 일이다.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에 있기를 두려워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다. 입국을 미루거나 심지어 한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이들 인원 수 등 상황을 모두 확인하면, 비로소 하루 업무가 끝난다.

마주보지 앉고 일렬로 식사하고 있는 계명문화대학교 교직원들. (사진=계명문화대학교)
마주보지 앉고 일렬로 앉아 식사하고 있는 계명문화대학교 교직원들. (사진=계명문화대학교)

3월 5일
김 처장의 일과는 쳇바퀴처럼 다시 반복된다. 학생과 교직원 상황, 캠퍼스 시설 방역‧소독 현황을 파악하는 일이다. 단 하루도 빼 놓을 수 없다.

이날은 한 가지를 더 확인했다. 캠퍼스 내 자가 진단소와 진료소가 잘 관리되고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는 일이다. 계명문화대학교는 대구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급히 진단소와 진료소를 설치했다. 텅 빈 캠퍼스에는 두 개의 하얀 천막만이 놓여 있다.

매주 한 번 열리는 주요 보직자 회의가 이날 있었다. 개강 이후에도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될 경우 수업을 어떻게 운영할 지에 대한 대책 회의가 이어졌다.

허둥지둥 점심을 먹고 돌아오자마자 대구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지역 내 군부대가 대학 시설을 방역해준다는 소식이었다. 방역을 담당할 화생방 전문 군부대 관계자와 일정을 협의했다. 김 처장은 전문 군부대가 방역을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대감이 생겼다. 아무래도 대학이 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총무처 업무 회의가 이어진다. 코로나19도 막아야 하지만, 대학 운영에 필요한 일을 소홀히 여길 수도 없다. 안건은 직원 채용이다. 지원자들의 서류를 심사하고, 평가 기준을 논의했다.

회의를 마친 김 처장은 총장실로 향한다. 일일 상황보고를 하기 위해서다. 이날은 특별히 한 가지 보고를 덧붙였다. 계명문화대학교 시설에 입주한 상인들에게 임대료를 감면해주자는 내용이다. 상인들도 어려움이 많으니 지역 대학으로서 이를 간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모인 까닭이다. 4개월간 임대료의 50%를 감면하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오후 4시, 대구 지역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소식들을 확인한다. 확진자들의 동선도 유심히 살핀다. 확진자와 접촉한 학생들은 없었는지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교육부에도 대학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보고하고, 각 부서에 다시 한 번 관리 지침을 전달한다. 보건실과 한 차례 더 통화를 하고 나니 하루가 끝났다.

계명문화대학교 캠퍼스에 외부인 출입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계명문화대학교)
계명문화대학교 캠퍼스에 외부인 출입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계명문화대학교)

3월 6일
군 부대와 일요일인 8일에 방역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김 처장은 이번 주에도 주말에 근무하게 됐다.

개강을 앞두고 있기에, 교수로서의 일들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학과의 취업 현황을 파악하고, 이 수치를 대학 시스템에 입력했다. 지칠대로 지쳐 모니터를 더 보고 있기도 힘들지만, 강의 자료를 보충하고 강의 순서를 정리하는 일도 모두 마쳤다.

어느덧 퇴근 무렵이 됐지만, 총무처 결재를 아직 끝마치지 못했다. 그 중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온 중국인 유학생 비용 지원 건도 있다. 중국인 유학생들을 기숙사에 격리 수용했던 기간 동안 들어간 비용을 지원해준다는 내용이다. 대학에서 들어간 비용 가운데 청구가 가능한 비용을 추렸다. 김 처장의 금요일도 마무리됐다.

3일간 그의 일정은 총무처장으로서의 일, 코로나19 대응 TFT의 장으로서의 일, 계명문화대학교 교수로서의 일로 빽빽이 들어찼다. 무척 치열한 날들이었다. 그럴수록 그의 눈에는 빈 캠퍼스가 들어온다.

“꽃은 앞다퉈 피기 시작했는데, 피는 꽃을 함께 즐겨줄 청춘들이 없어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네요. 3월의 캠퍼스가 동토와 같이 썰렁하고 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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