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재수학원가 ‘지각변동’…‘신흥강자’ 시대인재N에 ‘왕좌’ 내준 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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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 정시 합격자, 시대인재N 9명, 강남대성 6명
20년 넘게 1위 수성한 강대, 실적 3년차 재종학원에 무너져
역전비결 ‘우수인재 확보’ 중점, 개별학습 트렌드, 장학혜택 등
(사진=한국대학신문DB)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잠잠하던 재수학원가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20여 년간 학원가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해 오던 강남대성학원(강대)의 아성이 무너졌다. 그것도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시대인재N재수종합학원(시대인재N)이란 신흥강자에게 속절없이 왕좌를 내줬다. 자연계 수험생 선호도 0순위인 서울대 의대 정시 실적에서 9대 6의 스코어로 시대인재N이 강대를 제치고 역전에 성공했다. 개별화된 학습 시스템과 장학혜택 등을 앞세운 시대인재N의 우수인재 확보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뒤집은 1위를 이참에 굳히려는 시대인재N과 재차 왕좌 탈환에 나서는 강대의 경쟁이 올 한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신흥강자’ 시대인재N에 무너진 ‘강대’의 아성, 서울대 의대 실적 처음 뒤집혀 = 본지가 대입 재수학원들의 진학실적을 취재한 결과 예년과는 사뭇 다른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여타 학원이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성과를 내 오던 강대가 시대인재N에게 진학실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대입에서 가장 자연계열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곳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서울대 의대가 선두에 선다. 소위 ‘괴수’라 불리는 극상위권 자연계열 수험생이 아니고서는 도전조차 할 수 없는 곳이거니와 수능 만점자들조차 가장 먼저 택하는 곳이 서울대 의대다. 다른 의대와 비교해도 서울대 의대의 선호도는 말 그대로 ‘압도적’이다. 중복 합격으로 인해 추가합격을 실시하는 다른 의대와 달리 서울대 의대는 최근 들어 단 한명도 이탈한 인원이 없다. 의대를 지망하는 수험생들에게 있어 서울대 의대가 ‘0순위’로 단단히 자리매김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대 의대는 다른 의대와는 지원조건부터 달라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아니고서는 지원에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서울대 의대는 과탐Ⅱ를 응시하지 않고서는 지원조차 못하는 특징이 있다. 과탐Ⅱ를 선택하는 경우 과탐Ⅰ으로만 두 과목을 채우는 경우에 비해 학습 난도가 높고, 높은 점수를 얻기 상대적으로 어렵다. 때문에 대입 준비 단계에서부터 서울대 의대를 노리고 과탐Ⅱ를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과탐Ⅱ에 응시한다고 해서 다른 의대에 지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탐Ⅱ에 응시했음에도 서울대에 지원할 점수가 나오지 않아 다른 의대에 지원하는 경우에는 과탐Ⅰ으로만 두 과목을 채운 경우에 비해 일정 부분 불리함을 감내해야만 한다. 

때문에 학원가에서 자연계 진학실적을 말할 때 우선적인 기준점은 서울대 의대 실적일 수밖에 없다. 강대가 그동안 학원가에서 ‘절대 강자’로 여겨졌던 것도 서울대 의대 실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수험생 선호도 ‘0순위’인 서울대 의대 실적에서 다른 학원들은 기대조차 어려울 정도의 성과를 꾸준히 내 왔기에 강대를 향한 평가는 고공행진이었다. 

최근만 봐도 그렇다. 강대는 최근 몇 년 동안 서울대 의대 정시모집 실적에서 단 한번도 ‘왕좌’를 내 준 적이 없다. 25명을 모집한 2017학년 서울의대 정시모집에 합격한 N수생은 총 14명. 이 중 10명이 강대 출신이었다. 수석합격도 강대에서 나왔다. N수생이 서울대 의대에 가기 위해서는 강대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정시 모집인원이 30명으로 늘어난 2018학년 이후에도 강대의 독주는 이어졌다. 2018학년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N수생 20명 중 13명이 강대 출신이었다. N수생 수가 명확하지 않은 2019학년에도 강대는 여전히 8명의 서울대 의대 합격자를 내며 다른 학원들을 압도했다. 

판세가 뒤바뀐 것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치러진 2020학년 정시모집에서다. 2020학년 서울대 의대 정시모집에 합격한 N수생 합격자는 총 19명. 본지 취재결과 강대는 이 중 6명의 합격자를 내는 데 그쳤다. 반면, 시대인재N은 9명의 서울의대 합격자를 내며 강대와 자리를 맞바꿨다. 

행적이 드러나지 않은 4명의 N수생을 고려하더라도 순위는 바뀌지 않는다. 이들 중 한 명은 타 대형학원 소속이며, 또 다른 수험생은 서울권 의대 재학생으로 학원에 다니지 않고 독학으로 수능을 준비해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 행적이 묘연한 2명의 합격자가 모두 강대 소속이었다 한들 시대인재N이 낸 실적보다는 적다.  

조짐은 이전부터 서서히 드러났다. 2014년 단과학원으로 대치동에 개원한 시대인재N은 2017년 재수종합반을 만들어 2018학년 대입 실적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이 당시만 하더라도 시대인재N과 강대의 성과는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강대가 13명의 서울대 의대 합격자를 낸 2018학년 대입에서 시대인재N은 2명의 서울대 의대 합격자를 배출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재수종합반 첫 해 복수의 서울대 의대 합격자가 나온 것은 상당히 뛰어난 실적이었다. 

이어지는 시대인재N의 성장세는 가팔랐다. 2019학년에는 4명의 서울의대 합격자를 내며 강대를 추격했다. 결국 바로 다음해인 2020학년에는 강대를 역전하기까지 이르렀다. 

이같은 실적 역전현상은 서울대 의대에만 국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의대 실적에서도 시대인재N의 공세가 거세다. 

2020학년 23명을 모집한 연세대 의대 정시모집에서 시대인재N은 9명의 합격자를 냈다. 반면, 본지가 집계한 연세대 의대 실적에서 강대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3명의 합격자를 내는 데 그쳤다. 2018학년만 하더라도 15명의 연세대 의대 정시모집 합격자를 냈고, 매년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을 합쳐 30명 가까운 합격자를 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올해 강대의 실적은 다소 초라하다. 

굳이 다른 학원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강대의 자연계 실적은 예년에 못 미친다. 중복합격자들을 포함해 2017학년만 하더라도 1142명의 의치한 합격자를 냈던 강대는 2018학년 1087명, 2019학년 844명 등으로 실적이 악화일로다. 2020학년 수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단 최상위권인 서울대·연세대 의대에서는 예년보다 다소 못한 실적을 냈다는 게 증명된 상태다. 

물론 자연계를 넘어 인문계까지 전부 고려하면, 나아가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고려대·연세대, 이외 서울권 주요대학 등 전반적인 진학실적을 전부 따져 보면 누가 더 우수한 실적을 냈는지는 뒤바뀔 수 있다. 다만, 의대가 입시에서 가지는 특수성과 서울대 의대가 가지는 상징성 등을 볼 때 올해는 재수학원가 판도가 뒤집힌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시대인재N은 어떻게 강대를 이겼나, 우수인재 확보 중점 = 시대인재N의 급격한 성장세는 학원가에 큰 충격을 안긴다. ‘타도 대성’을 외치던 다른 학원들이 아무리 공들여도 깨지지 않았던 강대의 위상을 무너뜨린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강대가 학원가에서 강자로 군림한 기간은 20년을 훌쩍 넘긴다. 강대가 언제부터 업계 1위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통상 90년대 중후반부터 강대가 다른 학원들을 제치고 두각을 나타냈다는 게 정설이다. 서울대가 1998학년 대입부터 학생부 반영비율을 대폭 높이고, 대입에서 본고사가 금지된 것이 현 강대의 위상이 만들어지는 시발점 역할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불리한 내신을 감수하며 고교에 진학한 외고 등 특목고생들이 이같은 대입정책에 따라 집단 자퇴를 택했고, 이들 중 상당수가 대성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현재와 같은 구도가 정착됐다고 학원가에서는 인식하고 있다. 인터넷 강의가 급속도로 몸집을 불리는 등 대입 환경변화는 꾸준히 있었지만, 오프라인 학원가에서 강대는 1위 자리를 꾸준히 지켰다.

그동안 숱한 학원들이 강대를 이기려고 안간힘을 썼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학원 문 닫기 전 강대를 한 번만 이겨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동안 다른 학원들의 노력은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수험생 흡수를 위해 비슷한 지역에 전략적으로 학원을 배치한다거나 의대 진학을 강조하는 특별학원, 프리미엄 학원 등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지만, 강대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때문에 학원가와 수험생·학부모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어떻게 시대인재N이 강대를 이겼나’ 하는 부분이다. 역사와 전통을 지닌 학원들도 도전장을 냈다 번번히 고개를 마시는 전쟁터에서 불과 10년도 되지 않은, 재수 종합반만을 기준으로 하면 이제 겨우 세 번째 대입실적을 낸 학원이 어떻게 강대보다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는지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시대인재N의 성공비법은 색다른 데 있지 않다. “SKY를 가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SKY를 갈만한 학생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라는 기존 학원가에서 회자됐던 말과 시대인재N의 가파른 성장세는 궤를 같이 한다. 예년이라면 강대에 갔을 우수한 수험생들이 시대인재N을 택했기에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봐야 한다. 

다른 학원들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하지 못했던 ‘우수인재 확보’를 시대인재N이 해낸 것은 바뀐 ‘학습 트렌드’에 잘 적응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정시 대비에 있어 효율적이라 여겨지는 집단 수업과 강압적인 학습관리보다는 개별학습에 최적화된 곳이 시대인재N이라는 것이다. 

한 강남권 고교 진학교사는 “시대인재N은 자습의 비중이 크다. 수업보다는 자습에 더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여기에 더해 학생들 간의 친분이 덜하다. 강대는 친한 학생들이 우글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시대인재N은 개별적인 자기주도학습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일종의 ‘점조직’과 같은 모습”이라며 “최근 학생들은 개별화된 학습을 더 선호한다. 스터디 카페 등이 성황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경우 일정 영역은 마스터하다시피 한 경우가 많은데 굳이 수업을 듣도록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 시간에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주는 것이 좋다. 현 트렌드와 잘 맞는 시스템을 시대인재N이 더 잘 갖췄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장학 시스템도 시대인재N이 우수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남대성 본관은 장학제도가 거의 없다시피 한 반면, 시대인재는 장학금이 상당하다. 우수 실적을 낼 것이 확실시되는 반수생들의 경우에는 거의 학원비를 내지 않고 다닐 수 있는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개별학습 체제와 장학 시스템으로 인해 ‘최상위권 반수생’들의 발걸음도 대부분 시대인재N으로 향하는 형국이다. 한 의대 합격생은 “서울대 자연계나 타 대학 의대 등에 다니던 학생들이 여름방학 이후 반수를 결정한 경우에는 시대인재를 먼저 찾는다. 강대에 비해 비용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더해 강의진을 비롯해 수업자료 등의 강의 콘텐츠도 강대에 비해 더 좋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했다. 

수험생의 언급처럼 ‘콘텐츠’도 시대인재N이 우수인재를 모으는 데 상당부분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 학원가 관계자는 “과탐Ⅱ는 극히 일부 수험생들만 도전하는 영역이다. 서울대를 갈 게 아니라면 뭐하러 과탐Ⅱ를 공부하냐는 인식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며 “그렇다 보니 과탐Ⅱ 관련 콘텐츠는 많지가 않다. 인터넷 강의나 단과학원에서도 과탐Ⅱ는 기피 대상이다. 반면 시대인재N은 과탐Ⅱ 콘텐츠에 상당 부분 투자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대를 지원하려는 자연계 수험생들은 시대인재N 자료부터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완전히 판세 뒤집혔나…더 치열해질 ‘경쟁 예고’ = 시대인재N이 처음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학원들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제 살 깎아먹기’ 식으로 운영해서는 운영을 지속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 학원가 관계자는 “시대인재N은 다른 학원들에 비해 시간당 강사료를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3배 이상도 지급한다고 알고 있다. 장학혜택도 과도하게 크다. 적자를 감수하고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저렇게 운영해서는 오래 가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대인재N의 행보를 보면, 처음에는 적자까지 감수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속적인 운영이 어려울 것이란 세간의 평가는 완전히 빗나갔다. 시대인재N은 빠른 시간 내에 업계 1위로 올라서며, ‘퍼주기’ 식 운영을 하지 않더라도 운영을 지속해 나갈 동력을 확보한 상태다. 학원가 소식에 민감한 수험생·학부모들의 발길이 어디를 향할지는 자명하다. 

물론 뒤집힌 판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강대도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강대는 올해부터 시대인재N의 텃밭인 대치동에 있던 기존 단과학원에 재수종합반 형태를 가미했다. 여기에 더해 과탐Ⅱ 선택자들이 학습할 수 있는 S2반을 해당 학원을 통해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강대는 재수종합반 진출에 의미를 둔다지만, 학원가에서는 더 이상 본격적인 시대인재N 견제에 나선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시대인재N도 재역전을 막고, 1위 자리 굳히기를 위해 노력을 퍼붓는다. 강대에 비해 학생 수가 적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규모를 키우고, 다른 교육특구에도 본격 진출했다. 

두 학원의 ‘1위 굳히기’와 ‘1위 탈환’이라는 목표는 올 한해 벌어질 치열한 경쟁을 통해 판가름날 전망이다. 다른 학원들은 두 학원의 경쟁을 ‘강 건너 불구경’처럼 바라보면서도 시대인재N의 손을 조심스레 드는 모양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어차피 우리가 이기지 못할 것이라면, 다른 학원이라도 대성이 독주하는 구도를 깨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른 학원들 사정에 대해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지만, 시대인재N을 응원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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