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 -19, 이하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2일 팬데믹(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말로 WHO의 전염병 경보단계에서 최고 위험 등급에 해당)을 선언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의 지적처럼 “범유행으로 끝날 것인가, 모든 사람이 감염되고 끝날 것인가”가 관건이다.

대학가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방역과 격리는 물론 개강연기와 원격수업까지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 지원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예산과 인력, 시설이 태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가는 코로나19 의병 역할에도 앞장서고 있다. 물품 기부, 착한 임대인 운동이 대표적이다. 총장들은 직접 편지를 보내 위로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간호학과 교수와 재학생, 졸업생들은 대구·경북지역이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해도 달려가고 있다. “감염 우려 때문에 부모님이 파견 지원을 반대하셨지만, 다른 걱정보다 환자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계명문화대학교 졸업생 송민경 간호사의 말에 가슴이 먹먹하다.

지금 대한민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의 대학가가 코로나19 태풍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유럽의 대학가도 개강 연기와 원격수업이 분주하다. 그런데 과연 대한민국의 대학가처럼 미국과 유럽의 대학가가 코로나19 의병 역할을 자처할 수 있을까?

자고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보면 전란에 민초의 희생이 빛났다. 홀연히 의병을 일으켜 싸웠고, 아낙네와 아이들도 미력의 힘이나마 보탰다. 민초의 희생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역사가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니다.

대학가가 마치 민초의 모습을 닮았다. 사실 코로나19 태풍이 강타하기 이전에도 재정난과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가의 위기가 심화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과 격리에 적지 않은 비용이 지출되고 있으며, 중국인 유학생 등의 휴학은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원격수업 준비와 진행에도 당연히 비용이 소요된다. 이처럼 현실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대학가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학가를 다시 바라봐야 할 것이다. 대학가, 특히 사립대들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고등교육의 몫까지 감당하며,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은 어떤 현실인가. ‘OECD 교육지표 2019’를 보면 대한민국의 초등학교부터 고등교육(대학) 단계 국내 총 생산(GDP) 대비 공교육비는 5.4%로 OECD 평균(5.0%)보다 높았다. 하지만 GDP 대비 공교육비에서 정부 재원은 3.8%로 OECD 평균보다 낮았다. 대학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대학의 정부 재원 비율은 0.7%로 OECD 평균(0.9%)보다 0.2%포인트 낮다. 반면 민간재원 비율은 1.1%로 OECD 평균(0.5%)보다 많이 투입됐다.

대학 재정 자체가 임계점 에 다가서고 있어 더욱 문제다. 반값등록금정책에도 불구, 입학금 폐지와 전형료 인하까지 겹쳤고 설상가상으로 강사법 시행과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재정은 위기를 넘어 파산 단계가 예고되고 있다. 반값등록금정책은 정치적 산물이다. 반값등록금정책 시행 이후 등록금 동결·인하로 사립대 1교 평균 학부등록금 수입이 2011년 대비 2017년 명목적으로 19억원 이상 감소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66억원 이상 감소했다. 실제 서울 소재 A 대학은 등록금 수입이 2011년 2779억원에서 2017년 2217억원으로 562억원 감소했다. 지방 소재 B 대학은 2011년 1277억원에서 2017년 1073억원으로 등록금 수입이 204억원 줄었다.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먼저 입학금 폐지가 기다리고 있다. 국공립대는 2018년부터 입학금을 전면 폐지했고 사립대는 2022년까지 입학금이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그러나 사립대 기준 입학금 폐지에 따른 대학 재정 감소 규모는 총 2109억2000만원(대교협 자료)이다. 설상가상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한다. 학령인구 감소는 등록금 수입 감소를 의미한다. 대한민국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평균 60%대다. 재정난에 학령인구 감소로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면 치명적이다. 전문가들은 “2020년과 2021 년 입학생 수 감소로 사립대 1교 평균 등록금 수입이 2년간 21억1400만원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회적 시선은 어떤가. 대학가를 결코 우호적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아니 부정적에 가깝다. 이는 현 정부의 프레임에 서 비롯된다. 즉 현 정부는 적폐 청산을 기치로 출범했다. 따라서 공정이 명분이다. 이에 교육부는 사학비리 척결에 드라이브를 걸며 부정·비리 의혹 사립대 감사뿐 아니라 16개 사립대 종합감사를 추진하고 있다. 물론 사학비리는 척결 대상이다. 그러나 일부 사립대의 비리와 문제로 전체 대학가를 옭아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대학가는 정부에도, 사회에도 미운 오리 새끼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면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대학가의 시선은 항상 국가와 사회를 향하고 있다.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 코로나19 의병을 자처한 이유다. 코로나19 위기에 빛나는 대학가. 국가와 사회가 대학가에 불신이 아닌 애정의 시선을 보내고, 관심을 가져야 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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