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대 간호학과 제10회 나이팅게일 선서식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백석대 간호학과 제10회 나이팅게일 선서식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코로나19로 병원들이 현장실습을 취소하자 1000시간의 임상실습을 해야 하는 간호학과는 실습처를 구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한국간호교육평가원(이하 간평원)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아, 적극적으로 가이드를 마련해야 한다는 교육현장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대학 간호학과들이 현장실습을 할 병원을 확보하지 못해 교육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미 임상실습 병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병원들이 실습생을 받지 않거나, 예정돼 있던 현장실습도 취소하고 있어서다.

김희경 공주대 교수(간호학과)는 “5월 중 병원 현장실습을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실습 병원에서 잠정적으로 실습을 연기하겠다고 공문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최금봉 조선간호대학교 교수는 “코로나19로 학사일정이 늦춰진데다가, 실습을 시키려는 병원도 없다”고 전했다. 이혜란 계명문화대학교 교수(간호학과)는 “현재 상황에서는 병원 실습을 나가는 학생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모든 대학에서 현장실습에 대한 고민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간호학과에서는 학생들이 1000시간의 임상실습 시간을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간호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정승은 혜전대학교 교수(간호학과)는 “만약 올해 상반기에 학생들이 병원 실습을 전혀 못한다면, 보충 실습을 하는 데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2학기에도 그 때 채워야 할 실습 시간이 있다”며 “결국 이번 학기에 실습을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 A 전문대학 간호학과 교수는 “4학년이 가장 큰 문제다. 평소에도 연휴기간에 실습을 배정받았거나, 개인 사정으로 인해 실습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학생들이 종종 발생한다”며 졸업을 앞둔 학생들 중 코로나19로 실습시간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 우려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실습병원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들은 간평원의 다양한 임상실습 기준들을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재 간평원은 임상실습 시간 기준 외에도 △실습실 교육 시 지도교원 대 학생 비율 △임상실습 교육 학점 당 실습시간 △주 임상실습기관 기준(300병상 초과의 종합병원) △임상실습 시 하루 당 8시간 초과 불가 등 세부 평가 기준을 두고 있다.

간평원은 지난 2월 25일 한국간호교육학(과)장협의회, 한국전문대학간호학(부)장협의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그 결과 1학기 임상실습은 탄력적으로 운영하되, 운영 근거에 대한 자료를 함께 제출하면 인증평가에 최대한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대학 현장에서는 이 방침이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정량적 평가 기준에 대한 지침이 없는 한, 대학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운영 방안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간평원의 역할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A 전문대학 간호학과 교수는 “간평원이 인증평가에서 어려움을 감안한다고 했지만, 정량 평가 기준들은 말 그대로 ‘정량’이지, ‘정성’적 평가가 아니”라며 “간평원이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움직이지를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구 지역 B 대학 간호학과 교수는 “사실상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며 “간호학과는 간평원의 인증 기준을 준수해야 하는데, 우리 마음대로 그 기준을 축소하거나 완화할 수는 없기에 방안을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충청 지역 C 전문대학 간호학과 교수도 “간평원의 이야기는 결국 대학이 알아서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것인데, 나중에 대학이 마련한 방안을 간평원이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어서 우리 대학도 나름의 방안을 마련하겠지만 불안하다. 간평원에 문의를 해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 상당히 답답하다”고 말했다.

병원 임상실습이 어려운 기간 동안에는 교내실습을 하는 것이 대부분의 대학이 마련한 최선책이지만, 이마저도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어 대학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전남 지역 D 전문대학 간호학과 교수는 “병원 임상실습과 교내실습은 운영 기준이 다르다. 예를 들어, 병원 실습을 할 때는 간평원이 요구하는 자격을 갖춘 실습기관 소속의 ‘현장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교내실습을 병원 임상실습으로 인정받으려면 병원 직원인 현장지도자를 불러와야 한다는 것인가”라며 간평원이 병원 실습을 대체한 교내실습을 운영할 때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은 데 대해 비판했다.

대학 현장에서 현 방침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음에도, 간평원은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간평원의 대응이 이처럼 소극적인 데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눈치를 살피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정량 지표 개선에 교육부나 보건복지부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간평원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F 대학 간호학과 교수는 “인증평가 기준을 대학이나 간평원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교육부, 보건복지부와 상의해야 하는 것 같더라”고 귀띔했다. 또한 복수의 간호학과 교수들 역시 코로나19 사태는 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한 만큼, 관련 평가 항목에 대해 간평원보다 교육부, 보건복지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평가 지표에 대한 문제가 전적으로 간평원에 달려 있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염선아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사무관은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개입할 수 없다. 간평원이 의료기관, 대학의 의견을 수렴해서 기준을 정하고, 나중에 교육부에 보고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홍승령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간호정책TF팀장 역시 “간평원의 간호학과 인증 기준에 대해 우리(보건복지부)는 어떠한 권한도 없다. 애초에 학교 교육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대학 교육에 대한 영역인 임상실습의 운영 방법에 대해서는 간평원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교육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병원 현장실습 운영 방안에 대한 간평원의 책임 있는 대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