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더 미룰 수는 없었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초유의 온라인 개강으로 대학들이 분주하다. 지난 16일을 기준으로 대다수 대학이 개강을 했지만, 서버 먹통은 물론이고 실시간 강의에서 갖은 사고와 에피소드들이 나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학들은 코로나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이버 강의 진행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상황 개선에 애를 쓰고 있다. 대부분 대학이 오는 27일까지 2주간 온라인 강의를 진행한다.

“또 멈췄어요” 문제는 서버? = “파란화면이 뜨면서 강의가 연결되지 않았다” 고려대는 개강 첫날부터 블랙보드 일부 서버가 다운되면서 수강 학생들을 애타게 만들었다. 16일 오전 10시경부터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고, 학교 측은 2교시 수업이 진행되는 10시 30분부터 문제를 인지하고 접속 조처를 취했다.

서버 다운로드가 걸린 사이버 강의 화면 (사진=고려대 커뮤니티)

고려대 이러닝지원팀은 학내 공지를 통해 서버 과부하를 다운의 이유로 파악하고 “여러 기기에서 동시에 로그인을 시도하는 것을 지양하고, 안정적인 접속이 가능한 유선 인터넷이 있는 곳에서 접속해달라”고 안내문을 올렸다. 

하지만 문제는 블랙보드가 아니었다. 고려대 디지털정보처는 “블랙보드 서버가 아닌 블랙보드를 운영하는 아마존 클라우드 서버가 다운된 것”이라고 추가 공지했다.

사이버 강의와 관련해 계속되는 서버 과부하 문제를 두고, 문남미 호서대 컴퓨터정보공학부 교수는 “서버를 확충하면 서버 안정성이 높아지겠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사태 속에 얼마만큼의 서버를 보강하고 유지하는 데 비용을 써야 할지 막막한 학교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서대나 광운대와 같이 선제적으로 서버를 확충해 대비하는 곳도 있지만, 학교의 규모와 예산에 따라 무작정 서버를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순간적으로 많이 접속하는 시간대가 있는데, 그 시간대만을 위해서 서버를 확충하는 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특히나 사이버 강의와 수강정정·신청이 함께 이뤄지다 보니 과부하가 더 크게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사이버 강의와 관련해 해당 학교 학생들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폐쇄형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이버 강의가 결정된 건 몇 주 전인데 서버 문제를 예상 못 했다고만 하는 것은 안일하다”고 하는 불만이 올라왔다. 또 “‘E-class 5부제’라도 운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수강생 몰림 현상을 꼬집었다.

서버 과부하와 관련해 “10시 반이 다 되어 가는데 서버 때문에 이클래스가 안 된다. 이러고 등록금 환불 안 된다고 하냐”며 올라온 게시물에는 이에 동의하는 학생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같은 날 국민대·서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의 서버가 다운됐고, 학교들은 이와 관련해 해결 방법과 해명 공지를 띄우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유튜브’ 같은 큰 플랫폼은 괜찮을까? NO! = 그렇다면 서버 부담이 적은 공개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실시간 상호호환을 주력으로 하는 줌(zoom)이나, 블랙보드 원격 프로그램이 서버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 애당초 거대 플랫폼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꾀하는 대학도 있다.

프리젠테이션(PPT) 자료 화면 제공과 동시에 음성녹음을 해서 ‘녹화방송’을 하는 식이다. 이 동영상을 유튜브 플랫폼에 올려서 언제든지 다시보기로 학생들은 수강이 가능하다. 이 부분은 교수들이 미리 만들어놓은 동영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실수가 적고 학생들도 강의를 듣는 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유튜브로 ‘라이브 방송’ 형식의 강의를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금오공대는 교수들에게 교내 강의지원시스템(LMS)을 이용해 과제물 대체나 동영상 원격 강의 진행을 안내했다. 실시간 대규모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경우에는 유튜브 같은 외부 플랫폼 사용도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이에 금오공대의 한 수업에서는 수강신청을 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첫 강의를 유튜브를 활용해 전체 강의로 열었다. 금오공대 학생들에게 링크 주소를 제공하면 학생들이 자유롭게 들어와서 첫 강의는 수강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주소는 의도와는 다르게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와 ‘디씨인사이드(디씨)’ 등에 노출, 학생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접속자가 온라인 강의실에 유입됐다. 이들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아이디를 설정하고, 수업과 관련 없는 질문을 남발하기도 했다.

이렇게 기존의 대형 플랫폼을 이용한 실시간 강의는 수강생이 아닌 외부인이 들어와 학습 환경을 해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뭐가 더 좋은 걸까?” 녹화방송 VS 원격방송 = 앞선 문제점들로 인해 녹화강의를 제공하는 학교들도 많다. 광운대 신주엽 학생(로봇학부4)은 “녹화영상은 수업을 반복해서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원격수업에서 끊기는 것보다는 안정적이라서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질문을 실시간으로 할 수 없는 게 단점”이라고 덧붙였다. 녹화방식을 채택한 학교들은 따로 질의응답 게시판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원격과 달리 시간차가 생길 수밖에 없어 학생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원격 방송의 경우는 ‘방송사고’ 에피소드가 끊이질 않는다. 줌(zoom)을 이용해 수업을 진행한 서울 주요 대학의 에브리타임에는 실시간으로 교수들의 실수담이 올라왔다.

쌍방으로 마이크를 사용할 수 있다 보니, 오디오를 끄지 않고 게임을 하거나 음식을 먹는 소리가 그대로 사이버 강의실에 공유되기도 했다. 교수의 실수로 수강생을 ‘강제퇴장’ 시켜버리기도 하고, 학생들은 다 들어왔는데 정작 교수가 들어오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성균관대의 한 교수는 마이크가 꺼진 채로 20분 동안 수업을 진행해 학생들에게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 원격 수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실시간 질의응답이 가능하고, 실제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얼굴을 보고 인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강의 서비스 진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은 정상적인 개학 전에는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 일부에서는 등록금 환불 및 인하 요구 움직임도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에는 17일 18시 기준 8만606명이 동의 의사를 밝혔다.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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