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형욱 KJDA 편집장

부형욱 KJDA 편집장
부형욱 KJDA 편집장

[한국대학신문=허정윤 기자] “우리끼리 아무리 열심히 연구해도 보는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KJDA(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는 한국 국방부 국방학술홍보사업의 일환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안보, 국방 및 국제관계 전문학술지다. 현재 국제관계·국방·안보 분야 SSCI(Social Sciences Citation Index) 등재 국내저널은 KJDA를 비롯해 4개밖에 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KJDA는 국방과 국제정치 연구에 집중하고, 무기와 전략 등의 최신 이슈를 다뤄 한국 유일의 국방 관련 SSCI급 등재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KJDA 편집장은 KIDA 부형욱 책임연구위원이다. 그는 서울대 생물학 학사와 정책학 석사를 거쳐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 박사를 수료하고 미국 버지니아공과대 공공정책학 박사를 학위를 땄다. 1996년 KIDA 연구원으로 국방 연구에 발을 들여놓았고, 청와대 안보실과 국방대·세종대 등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KIDA 영문저널(KJDA) 편집장을 맡고 있다.

1989년도에 출범해 1993년에 SSCI에 빠르게 등재되어 한국의 안보 이슈를 세계적 수준에서 다뤘다. 그 시절 한국 안보와 국방과 관련한 영어 학술지가 전무했으니 주목할 만한 도전이었다. <한국대학신문>이 부형욱 편집장과 일문일답으로 KJDA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 KJDA의 탄생 배경이 궁금한데.
KJDA는 국가 안보 및 국방정책에 관한 학술적 논의를 활성화를 기반으로 한국의 국방정책을 심도 있게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창간되었다. 1989년 창간이니 벌써 30년이 넘었다. 그 시절에는 한국의 안보와 국방에 관련된 영문 학술지가 전무했으니, 한국국방연구원이 야심찬 도전을 한 셈이다.

창간 당시에 KJDA 멤버들은 “기본적으로 한반도는 강대국 국제정치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다 보니, 국제적으로 나가 우리 논문을 발표해야 한국의 안보와 국익에 기여할 수 있다”라고 여겼다. 국내·외적으로 국방 커뮤니티가 발전할 수 있다고 봤다. 처음에는 미약했지만 1993년 SSCI 등재를 시작으로, 차츰 국제적 명성을 얻으니 저명한 학자와 전문가들의 기고가 이어졌습니다. 최고의 국제정치 전문가로 꼽히는 조셉 나이 하버드대학교 석좌교수를 비롯해 김대중 전 대통령,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겸 조지타운대 교수,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등이 KJDA에 논문을 실어서 주목을 받았다.

- KJDA는 국방 안보 전문학술지다. KJDA 만의 정보나 관점이 있나.
2000년대 이후 국제정치학 분야에서 영문저널이 많이 생겼다. 처음에는 학계에서 KJDA가 SSCI 등재 저널인 것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였는지 국책연구기관에서 발간하는 영문저널 중 하나려니 여겨졌던 것 같다. 그러다가  여러 학회나 대학이 자신들의 영문저널을 SSCI에 등재하려고 보니 KJDA가 이미 등재된 사실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이렇게 후속적으로 몇몇 학술지가 SSCI 등재되었지만, 대부분이 국제정치학 분야만 다룬다. KJDA는 이들 학술지와 경쟁할 생각이 없다. 우리는 안보 분야는 물론이고, 국방과 군사 분야에 특화된 학술지다. 애초에 독자와 논문 투고 내용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학술지가 포용하지 못하는 특수 분야의 논문을 게재하니 독자들도 이 점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KJDA는 나름의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기에 지금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 KJDA에 실린 국방·정책 주제와 이와 관련해서 소개할 논문이 있다면.
바야흐로 미·중 간 전략경쟁 시대다. 그래서 ‘미·중 전략경쟁이 동아시아에 어떤 파급효과 줄까’라는 주제의 논문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이 무역전쟁이 군비경쟁으로 이행하는 상황이다. 여러 전문가들이 이런 국제 배경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국방·군사 분야에 특화되어있는 KJDA에 매력을 느끼지 않았나 생각된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면서 미·중 전략경쟁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나라가 고민하고 있다. 최근 기고문에도 이런 추세는 꾸준히 반영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 비핵화를 다룬 논문도 꽤 들어온다. 비핵화 협상은 2018년에 순항하다가 2019년에 교착기를 맞아 현재에 이르렀다. 최근에 들어오는 논문들은 현실 세계에서 발생한 현상들을 평가하고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제안한다. 특히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담은 논문이 다수 기고되고 있다.

우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간 패권 경쟁 속, 한국이 중견 해양국가로서 발돋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한·중 협력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다룬 논문,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구축에 있어 러시아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다룬 논문 등이 눈에 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주제의 논문이 게재되었기 때문에 관련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본다.

국방연구원 본관 (사진=KJDA)
국방연구원 본관 (사진=KJDA)

- 대중에게 접근하려는 노력은 어떻게 하고 있나
전문이 영어고 안보·국방에 특화된 저널이라 일반 학생들에게는 내용상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다만 KJDA는 정책현실을 반영한 시사성과 학술적 우수성을 적절히 고려하여 논문을 게재한다. 그 때문에 교수들과 전문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한다. 안보·국방 분야에 관심 있는 학부 및 대학원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 및 젊은 연구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논문을 무료로 국방연구원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과거에 KJDA는 라우틀리지(Routledge)라는 외국 출판사와 독점 계약을 맺어서 출간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논문을 다운로드할 때마다 소정의 비용을 냈어야 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이런 운용에 회의를 느꼈고, KIDA를 KIDA Press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무료 다운로드로 정책이 시행됐다. 그 덕에 이젠 누구나 부담 없이 접근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접근성도 매우 높아졌다. Google 키워드 검색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해 스마트 폰에서도 볼 수 있다.

- 마지막으로 향후 KJDA의 계획에 대해 소개한다면.
KJDA 창간기에였던 시절에서 30 여 년이 흐른 지금. 동아시아에서는 신냉전의 기운이 움트고 있다. 신냉전이라는 용어가 부적절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미·중 전략경쟁의 문제는 간단치 않다. 다만 냉전이든 신냉전이든 이게 근본적으로는 국방과 군사의 문제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국방과 군사에 특화된 KJDA가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저명한 학자와 전문가의 수준 높은 원고를 받아 KJDA에 게재하고, 안보·국방 커뮤니티에서 두루두루 읽히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국은 국제정치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기에 전략환경의 변화, 군사정세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각국의 최상위 전략은 외부로 공표되지 않는다. 각국 전문가의 글을 통해 이를 유추해 내는 것이 중요한데, KJDA가 그런 채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제 중견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안보·국방 정책을 외국에 소개하는 것도 KJDA를 통해서 가능하다. 국내에서 발간되는 많은 학술지의 영문초록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논문 전체가 영문으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외국 학자와 전문가들이 접근하기가 어렵다. KJDA는 영문저널이므로 한국의 안보 및 국방정책을 학술논문을 통해 투영해낼 수 있는 좋은 채널이다. 편집장으로서 KJDA의 이런 기능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강화할 것이다.

부 편집장은 “학술지 하나가 ‘한국의 안보와 국익 및 국방정책 수립에 뭐 그리 큰 영향을 미치고 기여를 했겠냐’고 생각하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30년여 년이 지난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이제까지의 성과들이 한국의 안보와 국방을 국제화하고 우리의 국방정책의 기본을 튼튼히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안팎으로 평가 받고 있다고 자부했다.
끝으로 그는 KJDA에 국방에 박식한 전문가들이 많은 원고를 게재해주기를 당부했다. 부 편집장은 “이 분야 연구를 외국에 널리 알리고 싶은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KJDA에 투고해주시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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