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이 줌(zoom) 이용해 '취재보도론'을 듣고 있는 각자의 상황을 사진으로 담았다. (사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줌(zoom)으로 '취재보도론' 수업과 '단비뉴스' 회의에 참여하는 각자의 상황을 사진으로 담았다. (사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코로나19가 대학 풍경을 바꾸고 있다. 특히 초유의 ‘개강 연기’에 이어 ‘원격 개강’이 현실화된가운데, 사이버 강의 진행과 관련해 온갖 해프닝이 일어나고 불편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다. 언론에서도 사이버 강의의 단점과 대학 구성원들의 불편을 담은 기사가 연일 쏟아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마냥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다. 수업에 원격 프로그램 사용을  모색하는 대학의 움직임이 ‘미래 대학’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한 측면도 있다.

“‘서버 다운’, ‘프로그램 활용 미숙’,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수업 태도’ 등을 이기고 수업이 진행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가지고 기자가 원격 화상 프로그램 수업에 참관했다.

#프롤로그(prologue) 내가 지금 신입생이라면?
“교수님, 학교 다니시면서 이런 상황은 처음이시지요? 불편하고 힘들어서 어떻게 한답니까.” 이는 으레 코로나19로 인한 수업의 힘듦과 학생들을 면 대 면으로 보지 못한 채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교수에게 쉽게 던질 수 있는 말이다. ‘너무 힘들죠’, ‘이러다가 1학기 다 못 보면 어떻게 하나 싶어요’ 같은 말을 원하고 던진 질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지난주에 신입생들하고 미리 해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던데요? 할만 했어요”였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이하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제정임 교수(원장)는 자신감이 넘치는 대답이었다. 의외였다. 대부분의 교수가 온라인은 ‘꺼려’하고 오프라인 강의만 애달프게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스쿨은 줌(zoom)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기자는 제 교수가 강의하는 ‘취재보도론’ 첫 수업에 참관하기로 했다. 그렇게 기사로 썼는데 정작 시연만 봤지 참석하는 건 처음이었다.
 
#1 전국에 흩어져 있는 학생들아 모여라!

제정임 교수의 원격 강의 초대 url(사진=허정윤)
제정임 교수의 원격 강의 초대 url
(사진=허정윤)

수업을 듣기로 한 18일, 기자도 재택근무 중이었다. 기자 중 일부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 근무 중이라 9시에 온라인상으로 출근을 알렸다. 9시 일정보고를 올리고 9시 30분에 시작하는 수업을 기다렸다.

9시 26분. 제 교수로부터 원격 강의에 참여할 수 있는 링크가 왔다. 흔히들 ‘암모나이트 학번’에 속하는 12학번이 20학번 새내기들의 방에 입장하게 됐다. 원래라면 조금 쌀랑한 바람이 불고 꽃들이 저마다의 색을 자랑하는 캠퍼스에서 어색하게 첫인사를 나눴어야 할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모이게 된 것이다.

9시 30분이 되자 수강생들이 속속 방으로 들어왔다. “동욱아 안녕, 성진아 안녕” 제 교수는 제천에 있는 연구실에서 학생들을 맞았다. 수강신청을 한 학생들은 총 18명. 금방 15명이 입장했다.

제 교수도 실제 수업을 한 건 처음이라 학생들이 어디서 접속하는지 물었다. 학생들은 서울, 인천, 부산, 제천, 경기도, 경남 등 전국 곳곳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다. 제 교수가 제천 송학면에서 듣고 있다는 학생에게 “희태는 인터넷 속도는 괜찮니?”라고 묻자, “괜찮습니다!”라고 밝게 답했다.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는 동안 지각생 2명까지 입장해 17명의 수강생과 교수 1명, 여기에 기자 1명이 모였다. 총 19명이었다. 서버는 안정돼 있었고 소통에는 특별히 문제가 없었다. 제 교수는 모두에게 음소거 버튼을 눌러 달라고 요청했고 수업이 시작됐다.

#2 긍정적인 시선, “첫 온라인 학당 세대”
“여러분은 인류 최초의 온라인 학당 세대로 기록될 거예요.” 제 교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어리둥절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처한 상황인데 ‘온라인 학당 세대’라니. 무표정한 학생들의 얼굴이 모니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발언권을 얻어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는 학생 (사진 = 허정윤)
발언권을 얻어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는 학생
(사진 = 허정윤)

제 교수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알다시피 (화상) 기술은 존재했으나 이것이 과감히 대중화하고 응용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사건’이 필요해요.” 코로나19가 아니었더라면 어색함과 설렘의 공기를 공유했을 학생들이 저마다의 화상 캠 틀 안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제 교수는 “기술을 우리 삶에 가까이 끌어들여 첫 온라인 학당 세대를 연 여러분, 축하합니다”라고 말했다. 기술진보가 특수한 상황에 부닥쳐 대학의 모습을,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그 와중에 오른쪽 하단에 있던 한 남학생은 오물오물 무언가를 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또 한 학생은 부모님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말을 걸자 ‘화상 강의 중이라’는 식의 제스쳐를 취했다. 음소거 상태라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만 음소거를 잊은 채 이어폰 줄을 조정하며 ‘뽀스락뽀스락’ 소리를 내자 “왼쪽에 음소거를 누르고 조정하세요~”라고 별도 안내를 해야 했다.

#3 기억해~ “손들고, 호명하면, 음소거 풀고, 말하기”
제 교수는 모드를 바꿔 프레젠테이션(PPT) 화면을 공유했다. 사진 한 장이 나왔다. “누굴까요? 아는 사람?” 침묵이 흘렀다. 물론 음소거 모드이기 때문에 침묵은 당연할 수도 있지만, 오프라인이라고 해서 반응이 다르지는 않을 것 같았다. 정답은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었다.

제 교수는 화상 강의라고 할지라도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해야 한다고 학생들을 설득했다. 처음에 어색해하던 학생들도 제 교수가 이름을 불러 지명해서 발표를 시키자 긴장이 풀렸는지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들은 결코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발표’는 수업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사람’의 문제가 아닐까.

제 교수는 미디어 동향과 매체들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고, 저널리즘의 역할이 어떠한 것인지 설명했다. 이어 신흥 매체로 떠올랐다가 현재는 이용률이 떨어진 ‘팟캐스트’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팟캐스트를 통한 뉴스 이용은 몇 퍼센트(%)일까요? 맞추는 사람에게는 학교에서 강의할 때 벨기에에서 공수해온 초콜릿을 주겠습니다.” 숫자 맞추기에 눈이 하늘을 향하는 사람도 있었고, 필기 자료를 뒤적이는 학생도 화면으로 볼 수 있었다.

발언을 할 학생은 손을 들어 의사를 표시하면 음소거를 풀고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허정윤)
발언을 할 학생은 손을 들어 의사를 표시하면 음소거를 풀고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허정윤)

의견을 말할 학생이 손을 들자 제 교수가 “계범”이라고 호명했다. 그는 “라디오랑 비슷할 것 같아서 1%대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연이어 4%, 8% 등의 답이 순서대로 나왔다. 정답은 1.1%(2018~2019년 기준)! 처음 의견을 낸 학생이 맞췄다. 벨기에 초콜릿을 손에 쥔 학생은 아무도 없었지만 ‘축하한다’는 무언과 무음의 박수를 보내며 미소로 당첨자를 축하했다.

#4 40분마다 쉬는 거 아니었어? 줌 프로(pro)는 24시간
수업은 2시간 30분 동안 휴식 없이 이어졌다. 좌식으로 수업에 계속 참관하고 있던 기자는 허리가 뻐근해져 왔다. 다리를 뻗었다가 접기도 하고, 이리저리 허리를 움직여 보기도 했다. 반면 학생들의 집중도는 높았다. 분명 줌(zoom)은 40분마다 무료 접속 시간이 끊겨서 재접속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수업 후 강의 전용 카페를 통해 과제를 제출하고 첨삭 받는 방식(사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강의 전용 카페를 통해 과제를 제출 후 첨삭
(사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줌(zoom)에는 화이트보드 기능도 있다. 학생들은 수업 후 실습으로 진행될 즉석 기사작성 과제를 받았다. 수업 직후 ‘온라인 개강’을 주제로 1200자 정도의 기사를 작성해야 했다. 작성한 기사를 1시간 안에 수업 전용 카페에 올려서 교수가 첨삭 지도하는 방식을 택했다. 수업 진행에 적합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난 뒤 제 교수에게 어떻게 40분 이상 수업을 할 수 있느냐 물으니, 정답은 투자, 그러니까 ‘돈’이었다. 저널리즘스쿨 전용 계정으로 줌(zoom) 프로 요금제를 구매했다는 것. 1GB MP4 또는 M4A 클라우드 기록이 가능하고, 화면 공유 및 채팅으로 참석자들과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원격 수업임에도 개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하거나, 인턴십을 간 학생들이 녹화본을 볼 수도 있다.

#5 생각보다 괜찮은데? 30명 이하는 거뜬해
수업 전 저널리즘스쿨에서는 2차례 테스트 방송을 통해 최적의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애썼다. 룰을 정하고, 아이디 사용과 서버에 무리가 없도록 시간을 조정했다. 그 결과 실제 수업 진행은 원활했다. 수업 후 오후 1시 30분부터 시작된 30명 이상의 전체 모임에서도 무리가 없었다.

수업에 참여한 신입생 조한주 씨는 “오히려 오프라인에서보다 ‘나’를 보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저널리즘스쿨의 오프라인 강의도 들어봤던 이정헌 씨는 향후 있을 원격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묻자 ‘교수 역량’을 꼽았다. 그는 “ 원맨쇼 식의 수업은 ‘원격 수업’에서 절대로 학생들의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원격 수업에서 수강자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니, 시각 자료를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진행자의 ‘목소리’도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나 ‘권위주의적인 교육방식’은 원격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고 의견을 밝혔다.

채팅창을 열어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사진=허정윤)
채팅창을 열어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사진=허정윤)

학생들끼리 떠들 수 없는 상황은 아니라고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기자에게 말을 걸어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줌(zoom)에는 비공개 채팅 기능과 전체 공개 채팅 기능도 있다. 교수의 수업을 방해하지 않고도 프로그램 안에서 대화를 할 수 있다. 다만 그 기능과 함께 실제로 아무도 보지 않기에 다른 창을 열어 놓고 개인행동을 할 수 있고, 소셜미디어 사용도 감쪽같이 가능하다. 오프라인 수업보다 개인의 집중도가 수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 보였다.

수강생들은 교수가 온라인 환경이라고 해도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학생에게 지속해서 긴장감을 주고, 학생도 이에 호응하는 것은 필수라고 응답했다.
  
#에필로그(Epilogue) 그리운 ‘면 대 면’, 바라는 건 ‘전화위복’

제정임 교수
제정임 교수

원격수업 최고의 매력을 꼽으라고 하자 “10분 만에 수업 준비 가능”을 꼽는 학생들이 꽤 있었다. “이동하지 않고 듣고 싶은 수업을 실제 강의처럼 만날 수 있는 시대가 온다고 했지만 내가 그렇게 될 줄 몰랐다”는 말하는 학생도 있는가 하면, “집을 나와 카페에서 들었는데 오늘 카페에 머문 시간이 총 10시간”이라는 학생도 있었다. 신지인 씨는 유일하게 카페에서 강의를 수강한 학생이었다. 그는 한 시간 단위로 원격수업을 3개나 연이어 들었다. 카페에서 계속 음료를 시켜야 했고, 카페 특성상 손님이 드나들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교실이라는 공간이 절실한 순간이다.

수업을 진행한 제 교수도 “줌(zoom)을 향후 수업과 튜터링 용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면 대 면이 낫다”며 아쉬워했다. 특히나 신입생들은 입시 면접 후 실제로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고 있는 터였다. 제 교수는 “실제 강의실이라면 자연스럽고 즉흥적인 질문 답변과 격렬한 토론도 가능하고. 계속 화면을 주시하다가 발언 순서를 정해줘야 하니 갑갑하다”고 아쉬워했다.

심석태 교수
심석태 교수

다른 수업을 진행한 같은 학교 심석태 교수는 ‘방송 제작 실무’ 같이 오디오 리포팅 제작·편집을 해야 하는 수업은 효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기에 걱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모든 학생의 얼굴을 하나하나 자세히 볼 수 있어 좋았고,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아서 익숙해지면 다양한 시각 자료를 활용해 각자 자리에서도 양질의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심 교수는 무조건 ‘실제로 얼굴 보고 말해야 해!’로 유연하지 못했던 문화를 한 번 깨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보았다.

온라인이 할 수 있는 역할에는 분명 장점도 있지만, 한계도 있다.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속에서도 수업을 향한 강한 의지만 있다면 위기를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원격수업 참관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미래대학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허정윤 기자 grow@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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