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학과 등에 업은 사회계열 ‘1위 고수’ 상경계열, 인문계열 순
법학과 폐지로 쪼그라든 법학계열 합격자, 인문계열 이어 4위 그쳐
서울대 로스쿨 10명 중 9명 SKY출신, 고려대·연세대 10명 중 8명
로스쿨들 ‘자교 우대’ 등 부정, 2017부터 블라인드 입시 실시

(사진=중앙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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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2020학년 로스쿨 입시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사회계열 출신이었다. 주요대학 법학과가 없어짐에 따라 자연스레 비중이 줄어든 법학계열의 빈자리를 사회계열이 차지했다. 당초 각광받던 상경계열은 특성화학과 등으로 인해 2년 연속사회계열에 자리를 내줬다. 다만, 사회계열과 상경계열 합격자 수 차이는 크지 않았다. SKY로스쿨은 SKY 출신이 아니면 들어가기 어려운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을 볼 때 출신계열보다는 출신학교가 최상위 로스쿨 입시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0 로스쿨 사회계열 합격자 ‘최다’, 법학계열 감소세 =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최근 발표한 ‘2020학년 합격자 통계자료’에 따르면,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진학에 있어 ‘대세’로 떠오른 계열은 사회계열이었다. 이어 상경계열, 인문계열 순으로 합격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법학계열은 감소세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통계에 따르면 2020학년 로스쿨 합격자는 총 2130명이다. 일반전형에서 1965명, 특별전형에서 165명의 합격자가 각각 나왔다. 이들의 학부 출신 계열을 집계한 결과 사회계열이 54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경계열 500명, 인문계열 379명, 법학계열 317명 순이었다. 신학계열 합격자가 4명으로 가장 적었다. 

본래 로스쿨 합격자들의 출신계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법학계열이다. 로스쿨 입시가 처음으로 치러진 2009학년에는 전체 합격자의 35.24%가 법학계열이었으며, 2012학년과 2013학년에는 55%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2017학년까지만 하더라도 가장 많은 합격자를 낸 곳은 여전히 법학계열의 차지였다.

하지만, 법학계열은 2018학년부터 상경계열과 사회계열에 자리를 내줬다. 2018학년에는 법학계열이 아닌 상경계열 합격자가 510명으로 가장 많았다. 2019학년부터는 사회계열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496명의 합격자를 내 1명 차이로 상경계열을 누른 사회계열은 2020학년 격차를 43명으로 벌리며 로스쿨 합격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계열로 떠올랐다. 

그 와중에 법학계열 합격자는 가파르게 감소했다. 전체 합격자 중 차지하는 비율만 놓고 보더라도 2017학년 28.07%, 2018학년 20.89%, 2019학년 18.45%, 2020학년 14.88% 순이다. 그나마 2018학년과 2019학년에는 상경계열과 사회계열 바로 뒤에 자리했지만, 2020학년 입시에서는 17.79%의 합격자를 낸 인문계열에마저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로스쿨 입시에서 가장 강세를 보였던 법학계열 합격자가 이토록 줄어든 것은 로스쿨과 법학과의 양립이 불가능한 구조 때문이다. 로스쿨이 설치된 25개 대학 학부에는 법학과가 없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로스쿨 인가를 받으면, 법학 관련 학사 학위과정은 폐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로스쿨 인가를 받은 대학들은 2008학년 마지막으로 신입생을 선발했다. 이들이 모두 졸업을 마친 2018년 2월을 기점으로 주요대학 법학과가 대부분 문을 닫았고, 그에 따라 인재 풀이 축소됐기에 법학계열 로스쿨 합격자는 하향곡선을 그리게 됐다. 

물론 동국대·숙명여대 등 로스쿨이 없는 대학에는 법학과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대다수 주요대학 법학과가 문을 닫은 것은 법학계열 전반의 로스쿨 경쟁력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2014학년 로스쿨 입시부터 법학과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졸업하는 시기와 맞물렸다. 2017학년 이후부터는 상경·사회·인문계열이 로스쿨 입학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흐름”이라며 “문과 우수 학생들의 진학 현황을 볼 때 앞으로도 법학계열 합격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상경·사회·인문계열 합격자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학계열의 자리를 사회계열이 차지한 것은 다소 의외일 수 있다. 예외적인 상황도 있긴 하지만, 주요대학 법학과들이 문을 닫은 후 꾸준히 인문계열 최고 인기학과 자리를 지켜온 것은 상경계열이기 때문이다. 법학계열이 2018학년 처음으로 상경계열에 1위 자리를 내줬을 때만 하더라도 상경계열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사회계열이 로스쿨 입시에서 상경계열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특성화학과’의 존재와 계열의 폭이 넓다는 점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 대학 관계자는 “법학과가 없어진 이후 해당 정원을 기반으로 ‘로스쿨 준비’ 성격을 띤 특성화학과를 만든 대학이 많다. 이들 학과들이 로스쿨 입시에서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며 “사회계열은 상경계열에 비해 범위가 상당히 넓다. 그만큼 로스쿨을 준비하는 지원자 풀도 넓게 형성된다고 본다”고 했다.

■계열이 합격 좌우? 결과만 놓고 보면 출신학교가 더 중요…자교우대 진실은? = 일단 현 상황에서는 로스쿨 입시에 있어 사회계열이 ‘대세’라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차후 로스쿨 진학을 노리는 대입 수험생들은 합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계열 진학부터 우선 고려해야 할까.

대학가에서는 ‘계열’이 로스쿨 진학에 있어 중요하지 않다고 바라본다. 사회계열이나 상경계열에서 로스쿨 합격자가 많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진학한 데 따른 결과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공학계열이에서도 매년 100명 안팎의 합격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다 예체능·농학·신학 계열에서도 합격자가 나오는 점을 볼 때 계열은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로스쿨 입시 결과만 놓고 보면, 계열보다는 ‘출신학교’의 위력이 더 막강하다. ‘자교 출신’인지, 일반적인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학교인지가 로스쿨 진학에 있어 더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로스쿨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서울대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2020학년 서울대 로스쿨은 156명을 선발했다. 이 중 66%에 달하는 103명이 서울대 학부를 졸업한 ‘자교 출신’이다. 고려대 출신 16명, 연세대 출신 22명을 더한 ‘SKY’ 출신 합격자가 90.4%다. 다른 대학 출신들은 10명 중 1명 꼴에 그친 것이다.

고려대와 연세대도 마찬가지다. 고려대는 64명, 연세대는 58명을 각각 자교 출신으로 채웠다. 나머지 SKY대학까지 더한 인원은 고려대 98명, 연세대 105명이나 된다. 두 로스쿨 모두 SKY 출신 비율이 80%가 넘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SKY 출신이 아니면서 SKY 로스쿨에 진학하기란 ‘바늘구멍’ 뚫기나 마찬가지다. SKY 로스쿨에 진학한 서울대 출신은 173명, 고려대는 88명, 연세대는 83명으로 다른 대학들과 차이가 상당하다. 이들 대학 다음으로 많은 SKY 로스쿨 합격자를 낸 성균관대 합격자도 14명에 그친다. KAIST 8명, 이화여대·포스텍·한양대 각 5명, 서강대·중앙대 각 4명 등으로 이어진다. 1명의 합격자를 겨우 낸 대학들까지 전부 포함하더라도 국내 대학 가운데 SKY 로스쿨 합격자를 낸 곳은 겨우 16개교에 그친다. 이마저도 SKY를 빼면 13개 대학에서만 겨우 합격자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SKY로스쿨에 가려면 계열이 아니라 먼저 SKY 대학에 입학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과들을 놓고 보면 로스쿨을이 ‘자교 선호·우대’ 정책을 펼친다는 세간의 지적은 유효하다. SKY뿐만 아니라 다른 로스쿨도 자교 출신들의 비중이 엇비슷한 선호도를 보이는 대학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하지만, 로스쿨들은 블라인드 입시를 통해 출신대학을 임의로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상대적으로 우수한 자원을 많이 보유한 대학에서 많은 합격자가 나오는 것이라고 해명한다. 한 로스쿨 관계자는 “2017년부터 정부 방침에 따라 서류평가나 면접 시 출신대학을 파악할 수 없도록 하는 블라인드 입시를 실시하고 있다. 학부 출신을 고려해 선발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대학에는 그만큼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몰려들기 마련이다. 로스쿨에 진학하고자 하는 인원도 다른 대학들에 비해 많다. 그렇다 보니 이들이 합격자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에 불과하다. 자교 출신이 많은 것도 그만큼 같은 대학 로스쿨에 진학하려는 학부생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드러난 정보들만으로는 세간의 지적과 대학들의 해명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지 알 수 없다. 합격자 통계만 공개되고 있을 뿐 지원자 정보는 일체 공개되고 있지 않아서다. 실제 지원자가 많고 우수자원이 많다 보니 합격자도 많은 것인지, 자교나 선호도 높은 대학을 우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인지는 현재로선 불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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