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걱정이다. 학생을 못 채우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예기치 않게 들이닥친 코로나19는 미처 준비하지 못한 대학들을 코너로 몰고 있다. 학생들은 교육 부실을 내세우며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대학들에 코로나19가 KO 펀치를 날리는 형국이다.

현재 대학의 재정상태는 최악이다. 학생이 잘 오는 대학도 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미 등록금만으로 인건비 등 고정비를 충당하기에도 버겁다. 대학이 정부바라기가 된 것도 재정 때문이다. 그동안 대학들은 정부지원 확대와 등록금동결 정책 폐지를 줄기차게 요청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물론 여론의 호응을 얻는 데 실패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나 대학이 신용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대학은 그동안 상아탑이라는 명분하에 나름대로 그들만의 자치를 누려왔고, 풍부한 입학자원을 토대로 안정적 재원을 마련하며 꽃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어느새 그 자치는 봉건적 거버넌스 체제로 전락됐고, 그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부정비리 행위는 대학을 부패집단으로 인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대학은 인재를 양성하고 사회는 대학을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한데 지금은 완전히 끊긴 상황이다. 원인이 어디에 있건 지금 대학에 대한 인식과 여론이 너무 나빠졌다. 정치권만을 탓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이기에 더욱 어렵다.

냉담해진 여론을 되돌릴 묘수가 필요하다. 먼저 대학인들의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일부 사학의 부정비리 행위에 대한 엄격한 자정의지가 나와야 한다. 지성인의 전당에 어울리지 않는 일부 사학 오너(owner)의 지나친 학사운영 개입과 독선적 행태는 부정적 여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 시기 대학인들은 무엇을 요구하기 전에 철저하게 자기반성 내지는 회개의 시간을 갖기 바란다. 그동안 대학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고해성사가 이뤄져야 한다. 대학 운영자는 물론 대학교수도 이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 사회지도층인 대학교수의 목소리가 요즈음처럼 공명을 얻지 못했던 적이 있었던가?

대학인들의 철저한 자기반성이 이뤄질 때 차가워진 여론은 다시 대학에 우호적인 여론으로 변화될 것이다. 그런 연후에 대학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일으키기 바란다. 이제 막연하고 두리뭉실한 방법으로 대학의 가치를 선전해서는 사회적 동의를 얻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대학인들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혁신의지가 선행되고 정확한 계측으로 경제적 가치가 입증될 때 대학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을 대학인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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