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위기다. 학생 수 감소로 학생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속출하고 있다. 10년 이상 동결된 등록금으로 많은 대학들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정책은 자율진흥보다는 규제 위주의 정책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고등교육 예산을 확대하고 있지만 대학의 수요를 채우기란 역부족이다. 가뜩이나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대접받았던 대학이 적폐 대상으로 몰리면서 대학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우리 대학교육의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는 붕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교육을 통해 국가발전의 원동력을 키워 온 나라치곤 교육 정책이 부재(不在)에 가깝다. 교육생태계는 이루기는 어렵지만 한번 무너지면 다시 세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된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혁신이 주요 화두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대학교육, 우리나라 고등교육체제 혁신에 대한 보다 근원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사립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등교육기관들을 공공재로 보고 있다. 재정투여가 이뤄지고, 교육이 갖고 있는 공공성을 비중 있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립대학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공공성만 강조한다면 혁신은 그만큼 멀어지게 될 것이다. 대학혁신의 비결은 공공재보다는 산업재로 보는 인식전환에 담겨 있다.

OECD 여러 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학 혁신 사례를 보면 대학이 이미 산업재가 돼 있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식산업체가 된 대학은 입학, 학사운영, 졸업과 취업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파괴적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혁신 노 하우(know how)들이 여과 없이 적용되고 있다. 대학 내 학과 간, 단과대학 간의 경계와 벽은 무너지고 통섭과 융합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상아탑이기보다는 이미 지식산업체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대학에서의 혁신 키워드는 ‘학생성공’ ‘학습소비자 중심’ ‘지속가능성’으로 요약된다. 이것이 프레임 전환이다. 2020년대 우리나라 대학 사회의 현안 문제들은 프레임 전환으로 풀어야 한다. 그동안 본지는 대학현장에서 제기되는 ‘등록금 인상 요구’ ‘법인, 교비 회계 통합’ ‘대학운영의 자율화’ ‘사학의 퇴로 마련’ 등에 대한 주장들을 지속적으로 담아 왔다.

그러나 문제해결의 키(key)를 쥐고 있는 정치권과 당국에서는 대학 현장에서의 절박한 요구들에 대해 부정적 태도로 일관해 왔다. 32년 전 ‘대학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창간한 본지는 무너져 내려가고 있는 사학들을 지켜볼 수만은 없기에 ‘학습소비자 중심교육’과 ‘교육영토확장’을 주요 키워드(key word)로 하는 2030 프로젝트 캠페인을 연초부터 시작했다.

첫째 key word인 ‘학습소비자 중심교육’은 그간 공급자 중심 교육을 소비자 중심교육으로 바꿔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출발한다. 대학이 시대변화와 요구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는 학생을 학습소비자(고객)로 인식해야 하며, 고객 기대치에 부합되고 가성비 높은 학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교수는 물론 직원들도 이를 받아들이는 의식 변화가 이뤄져야 하며 이러한 움직임이 고등교육 혁신의 동력이 돼야 한다. 혁신을 이룬 ASU, 미네르바, APU등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둘째 key word인 ‘교육영토확장’은 ‘교육의 산업화’로 교육수요자가 있는 외국에 진출, 교두보를 구축하는 일이다. 산업화 시대 ‘수출촉진장려정책’처럼 인구감소에 따른 수요 감소분을 해외로 눈 돌려 수요가 있는 곳에 분교 또는 캠퍼스를 개설하거나 현지 대학과 2+2 또는 3+1로 진출하는 방안이다.

온 나라가 경제부진과 일자리확장에 골몰하고 있는 터에 ‘교육’을 ‘지식산업’으로 인식을 바꾸도록 하고 ‘교육영토확장’ 정책을 ‘국가 어젠다’로 삼으면 지식청년층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일이 추진된다면 해외진출개척비가 소요되는데 이 재원은 국가재원 또는 사학해외진출진흥기금을 마련, 지원한다면 대학들의 여력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위기의 시대, 혁신의 시대 대학은 산업재로 이해돼야 한다. 정책도 이에 맞춰 시행돼야 하고, 대학 스스로도 지식교육산업체로서의 인식을 토대로 대학혁신 방안을 마련해 학습소비자 중심교육 기관으로서 면모를 갖추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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