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카이스트, 신경활성 조절 뇌 화학물질 밝혀내 “신경생물학 교과서 기재 희망”

정지혜 건국대 교수(왼쪽), 김세윤 카이스트 교수
정지혜 건국대 교수(왼쪽), 김세윤 카이스트 교수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신경활성을 억제해 근육을 이완시키는 보톡스. 국내 연구진이 보톡스의 원료인 보툴리눔 독소처럼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하는 생체물질을 밝혀냈다.

한국연구재단은 정지혜 건국대 교수와 김세윤 카이스트(KAIST) 교수 연구팀이 이노시톨 파이로인산(5-IP7)의 신경활성 조절 기능을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은 뇌에서 합성되는 화학물질이다. 과일이나 곡물을 섭취한 이노시톨이 체내에서 대사되면서 생겨나며, 세포성장이나 대사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연구진은 동물모델을 통해 신경활성의 핵심인 신경전달물질 분비의 조절자로서,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의 역할을 처음 입증했다. 이번 연구결과가 뇌질환 극복을 위해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을 표적으로 하는 후보 물질 탐색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을 체내에서 합성하는 효소(IP6K1)가 만들어지지 않는 녹아웃(knock-out) 생쥐모델에서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이 없을 때의 효과를 분석했다. 이 결과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진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노시톨 파이로인산로 인해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 소포체의 세포외 배출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해 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에 의한 신경전달물질 분비 조절 모식도 (사진=카이스트)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에 의한 신경전달물질 분비 조절 모식도 (사진=카이스트)

또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고 난 소포체의 재유입을 억제하는 약물을 녹아웃 생쥐모델에 처리해도 약물 반응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시냅스 소포체 순환경로에 심각한 장애가 있는 것이다. 한 번 신경전달물질을 내려놓은 소포체는 지속적인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위해 다시 신경세포내로 재유입되는 순환과정을 거치는데, 연구진은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이 이 재유입 과정에 관여해, 신경활성을 조절하는 것을 알아냈다.

정지혜 건국대 교수는 “소포체 배출을 돕는 것으로 잘 알려진 칼슘과는 반대로 작용하는 뇌 화학물질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을 이번 연구를 통해 제시했다”며 “신경생물학 교과서에 ‘신경전달물질 조절자’로서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이 기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기억장애와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 치매 같은 퇴행성뇌질환에서 관찰되는 시냅스 소포체 순환의 결함을 바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인자로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을 도출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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