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중국인 유학생 후디씨의 자가 격리 14일 후기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답답했지만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단국대 중국어 통번역학과 석박사통합과정생 후디(胡迪·24) 씨는 14일간의 격리를 마친 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소감을 전했다. 후디 씨의 집은 중국 산동성 린이시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환자가 가장 많았던 중국에서 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학업을 진행하기 위해 2월 26일 한국행에 올랐고, 그 길로 3월 10일까지 단국대 기숙사에서 자가 격리 시간을 보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는 1~14일(평균 4~7일)의 잠복기를 갖는다. 잠복기 동안 발열·기침·호흡곤란·폐렴 등의 증상이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한다고 했을 때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대학들은 유학생에게 귀국을 늦춰달라고 공지하거나, 귀국하더라도 다른 곳을 들르지 않고 공항에서 바로 기숙사로 와서 자가 격리 시간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단국대도 순차적으로 입국 학생들을 전용버스에 태우고 기숙사로 이동했다.  

후디(단국대 중국어 통번역학과 석박사통합과정)
후디(단국대중국어 통번역학과 석박사통합과정생)

후디 씨는 격리 시간이 ‘길고도 짧았다’고 회상했다. 으레 ‘답답하기만 했을 것’이라든지 ‘한국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인데 불안하다’라고 생각했을 법도 한데, 그보다 그의 경험담에는 ‘감사와 특별한 경험’이 주를 이뤘다.

단국대는 귀국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유학생 긴급공지’를 띄웠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 유학생들의 귀국 시기를 2월 21일~26일로 최대한 조정해서 학생들을 안전하게 ‘웅비홀’(단국대 기숙사)로 집합시키고, 각 방에 한 명씩 자가 격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후디씨는 원래 자신의 방이 웅비홀에 있었기 때문에 생활물품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고 한다. 반대로 자가 격리 대상자 가운데 기숙사가 웅비홀이 아닌 경우도 있어 ‘어디서 물품을 구하나’ 하고 걱정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용인시에서 생활물품(베개, 이불, 수건, 세면도구, 휴지 등)을 단국대로 보내 학생들의 편의를 도왔고, 단국대는 그야말로 ‘삼시 세끼’ 식단을 갖춰 학생들에게 도시락과 간식을 제공했다.

후디 씨는 “흔히들 ‘확찐자’라고 하잖아요. 저도 친구들도 학교에서 너무 잘 챙겨 주셔서 확실히 2kg은 찐 것 같아요”라며 웃어보였다. 간혹 입에 맞지 않는 한국 음식이 나와 택배나 배달음식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격리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식단을 구성하려는 학교 측의 배려에 후디 씨는 감동했다고 밝혔다.

특별한 증상도 없고, 발열이 없는데 생활 반경에 제약을 받아 답답하지 않았냐고 재차 묻자 후디 씨는 “‘안전’ 앞에 모든 것을 참을 수 있었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미 후디 씨도 귀국 전 인터넷을 통해 유학생 귀국을 탐탁찮아하는 여론을 알고 있었다. 후디 씨는 코로나19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유학생들의 안전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자가 격리를 꼭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14일 동안 매일 체온을 측정하고 몸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여러 가지 증상을 체크했다.

단국대가 자가 격리자들에게 제공한 도시락(사진제공=후디)
단국대가 자가 격리자들에게 제공한 도시락
(사진제공=후디)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셔서 마음에 걸렸다. 내가 떠나고 일주일 동안 한숨도 제대로 못 주무셨다고···” 후디 씨는 외동딸이다. 귀국을 결정했을 때 부모님은 ‘차라리 가지 말라’고 했다. 귀국 이후에도 영상 통화를 다섯 시간이나 했다고 한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격리 생활에 잘 적응한 후디 씨와 격리자들의 생활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단국대의 조치 덕분에 격리 기간 동안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후디 씨는 단국대 국제처 조성현 과장의 ‘노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아무리 편의를 봐줘도 격리 생활은 힘들 수밖에 없다. 조 과장은 안내 방송을 통해 중국의 유행가를 불렀다. 바로 중국 인기 BJ 펑티모의 ‘고양이송’이다. “我们一起学猫叫 一起喵喵喵喵喵(우리 같이 고양이 소리를 따라해 보자 야옹)” 남자 목소리로 부르기에는 너무도 귀여운 노래였다. 덕분에 기숙사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후디 씨는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녹음까지 했다. 조 과장은 “먀오 먀오”로 가득 찬 노래를 마친 뒤 “구토가 올라온다면 지금 가서 하셔도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고 한다. 후디 씨는 그날을 회상하며 기숙사 단체 SNS 대화방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기숙사의 시간은 그렇게 단국대의 노력과 학생들의 인내로 빠르게 흘러갔다.

단국대 코로나19 관련 귀국 안내문
단국대 코로나19 관련 귀국 안내문

기자는 후디 씨에게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중국인 유학생’이라서 특별히 차별을 당하지는 않았는지, 휴학할 생각은 들지 않았는지 물었다. 후디 씨는 “당연히 안 좋은 댓글을 보면 속이 상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을 인지하고 있고 학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한국으로 들어와도 대면 강의를 들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원격 강의는 진행 중이었기에 개강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거기에다 중국은 인터넷 수강 환경이 한국보다는 원활하지 않고 안 될 때도 있어서 원격 수강도 어려운 상황이다. 후디 씨는 “사실 (학업을) 포기한 학생들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지만, 정상적으로 박사를 마쳐도 나이가 꽤 많아지는데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기에 돌아왔다”며 “교수님들도 이럴 때일수록 개인의 위생과 건강을 잘 지키고,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며 독려해 주셔서 견뎌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격리 기간 때처럼 적극적인 지원을 받지는 않는다. 불편하거나 추가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묻자 그는 주저 없이 “아니”라고 답했다. 오히려 “14일 동안 받은 게 너무 많고, 더 위험한 지역에 지원해주는 게 맞다”고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단국대와 단국대 학생들은 대구에 후원금을 모아서 보내기도 했다.

후디 씨의 격리 기간은 끝이 났지만 생활 패턴의 변화는 크게 없다. 사람이 없는 밤늦은 시간에 캠퍼스를 산책하고 대부분의 음식은 배달해서 먹거나, 편의점에 잠깐 들려 도시락을 사 오는 게 전부다.

후디 씨는 코로나19가 종식되길 바라면서도 ‘빨리, 빨리’의 조급함보다 조금 답답하더라도 예방 수칙을 지키며 이 시간을 지혜롭게 버티는 힘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2주간 자가 격리에 동참한 단국대 중국인 유학생 163명이 자가 격리를 해제하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퇴소식은 3월 10일 단국대 죽전캠퍼스 생활관(웅비홀)에서 열렸고 백군기 용인시장, 이창호 용인시 교육문화국장과 김수복 총장, 어진우 교학부총장, 안순철 대외부총장 등 단국대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해 유학생들을 격려했다. 단국대가 퇴소식에 앞서 자체적으로 발열 검사를 진행한 결과 중국인 유학생 전원이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국대와 용인시의 노력의 결과다. 단국대는 국제처 소속 직원 6명이 임시생활시설에 상주하며 중국인 유학생들을 지원했다. 자가 격리 기간 동안 1일 3식 식사 제공, 1일 2회 체온 측정과 건강 체크 등을 진행했다. 용인시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인 유학생 수송 전세버스와 체온계, 생활필수품, 방호복 등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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