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용 등록금 반환하라, 정책 인센티브 통한 자발적 협조 등도 물망
등록금 반환 의무 없어, 등록금 동결에 전체 수입 감소까지 대학들은 ‘아우성’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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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수업 대비 질 낮은 온라인 수업을 듣게 된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 목소리에 정치권도 가세했다. 대학들이 집행하지 않은 ‘미사용 등록금 예산’만이라도 학생들에게 반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적인 인센티브 등을 통해 자발적 협조를 이끌어내자는 목소리도 더해진다. 

최근 들어 대학 등록금 일부 반환(환불) 문제에 정치권도 가세하는 모양새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30일 “교육부는 대학들이 집행하지 않은 예산을 검토해 학생·학부모들에게 미사용 등록금을 반환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 의원의 주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대학들이 예년 대비 필요한 재정이 줄었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여 의원은 “수업일수는 축소됐고 국제 교류 프로그램, 새내기 교육 등 각종 프로그램과 행사가 취소됐다. 학생들은 도서관·체육시설 등 각종 학교 시설을 이용하지 못한다.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각종 실험·실습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각종 교육 프로그램 등이 취소되면서 대학들이 애초 계산했던 예산들이 쓰이지 않고 있기에 등록금 일부 반환이 가능하다고 여 의원은 내다봤다. “국제교류지원비, 현장실습지원비, 도서관 및 정보화 시설 운영비, 체육시설 운영비, 교육연구 및 학생지도비, 실험실습비 등 수많은 예산이 지출 목적을 상실했다. (등록금 반환은) 불합리한 요구가 아니다. 공정한 기준에 따라 집행하지 않는 예산을 정직하게 반환하라는 것”이라는 게 여 의원의 주장이다. 

등록금 반환 목소리에 힘을 보태는 것은 정당을 가리지 않는다. 박완수 미래통합당 의원도 앞서 등록금 부담을 경감시킬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대학생들과 학부모 고충에 대해 무심한 것 같다. 온라인 강의 기반 구축 등의 정책은 대학생들의 고충을 직접적으로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주장처럼 현재 대학가에서는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드높다. 여 의원의 지적처럼 예년 대비 못한 교육 혜택을 받고 있지만, 등록금은 똑같이 냈다는 점 때문이다. 시행착오 속 시작된 온라인 강의의 질 등 교육 서비스 전반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미 등록금 반환 목소리도 여러 차례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이달 초로 예정됐던 개강 일정을 대학들이 미루겠다고 한 직후부터다. 

첫 포문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열었다. 전대넷은 지난달 27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3.8%(1만570명)가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며, 등록금 반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라는 제목의 국민 청원이 제기돼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이후로도 등록금 반환 요청은 산발적으로 계속 이어졌다. 대학마다 학생회 등을 통한 개별적인 등록금 반환 요구가 줄을 이었다. 급기야 22일에는 등록금 반환 관련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재학생인 이다훈씨는 대학 등록금 감액 규정이 없어 평등권과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등록금 일부 환불에 더해 입학금을 전액 환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값등록금국민운동본부’와 ‘코로나 대학생 119’는 30일 코로나19 관련 피해 사례 발표회를 열고, 학습권 피해를 호소했다. 44개 대학, 6개 대학원 학생 485명이 이들 단체와 뜻을 함께 하는 중이다. 안진걸 반값등록금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대학도 코로나19로 인한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 수업을 제대로 못했으니 등록금을 돌려주겠다는 것은 교육적이고 상식적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여전히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등록금 동결이 2009년부터 12년째 이어지는 탓에 재정난을 겪고 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전반적인 대학 재정 축소로 이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학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유학생이 대폭 감소했으며, 기숙사나 학내 입주상점 등을 통한 수입들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정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거둬들이지 못하는 수입은 백억원 이상에 달한다는 것이 대학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대학들이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는 탓에 화살은 교육부로 향한다. 여 의원과 박 의원 주장의 공통점도 모두 ‘정부의 움직임’을 요구한다는 데 있다. ‘교육부의 검토’를 강조한 여 의원과 마찬가지로 박 의원도 “국공립대를 중심으로 1학기 등록금 재조정 등을 검토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협의하고, 사립대와도 같은 맥락으로 협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필요하다면 정책적인 인센티브 등 ‘당근’을 제시해 대학들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박 의원은 “대학들의 재정적 부담을 경감해 줄 수 있는 정책적인 인센티브 등을 마련해 자발적 협조를 이끌어 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처음 최초 대학들의 개강이 미뤄지던 시기부터 등록금 반환은 대학들이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중이다. 등록금에 관한 사항은 온전히 대학 ‘자율권’의 영역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 교육부는 대학 등록금 인상을 막는 것 외에는 별다른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으로 헌법을 통해 자율성을 보장받는 곳이기에 교육부가 의견을 내더라도 ‘권고’에 그치게 된다. 등록금 인상을 허용치 않는 것도 인상 제한률을 제시하고, 인상에 나서는 경우 국가장학금Ⅱ 유형에서 배제하는 방법을 쓰는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대학들을 통제하는 것에 불과하다. 

학생·대학·교육부의 의견이 한 데로 모이지 않고 평행선을 달리는 탓에 정치권까지 가세한 등록금 논란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고 이어질 전망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반환이 어렵다는 의견은 변함이 없지만, ‘여론’을 무기 삼아 계속 반환 주장이 제기된다면 대학 입장에선 방법이 없다. 무조건적인 반환 요구 보다는 대학들의 어려운 사정을 상쇄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함께 제시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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