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별고사 준비 첫 걸음, 기출문제 등 담긴 보고서로 시작해야
출제근거·출제의도·자료출처 등도 참고 대상, 모범답안 싣는 대학도

(사진=한양대 제공)
(사진=한양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논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가 있는 대입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 지금 첫 발을 떼야 한다. 대학들이 3월말을 기점으로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 보고서’를 내놨기 때문이다. 기출문제와 출제의도·근거, 자료출처 등이 담긴 해당 보고서는 대학별 고사 준비에 있어 ‘필수 교재’나 다름없다. 보고서가 왜 대학별 고사 준비에 있어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어떤 활용법이 효과적일지 등에 대해 한 데 정리했다. 

■대학별고사 노린다면,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 보고서 확인부터 = 전국 4년제 대학이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 보고서’를 지난달 31일을 기점으로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논술·면접 등에서 출제한 문제가 고교 교육과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해 만든 결과물이다.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따질 수 없는 예체능 실기고사 등을 제외하고, 고교 교과와 관련이 있는 문제에 한해서만 판정이 이뤄진다.

본래 해당 보고서는 학생들이 고교 수업만 받아서는 풀 수 없는 문제가 대입전형에 쓰여서는 안 된단 인식에서 출발했다.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대학별 고사 문제의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평가하고, 위반 사실이 있을 시에는 제재함으로써 사교육의 도움 없이도 풀 수 있는 문제들을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후 본래 목적 이외에 대학별 고사 준비의 ‘필수 교재’로도 급부상했다. 교육과정 위반 여부 판정을 위해 보고서에 담은 기출문제 등의 내용이 학생들이 대학별 고사를 준비하는 데 있어 상당히 유용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대학들의 출제 양상을 바로잡겠다는 의도로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만들었지만, 수요자들은 보고서를 대입 준비 수단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보고서는) 2021학년 수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논술고사나 구술면접, 적성고사 등을 어떻게 대비할지 관련해 상당히 유익한 정보”라고 평했다.

보고서가 가진 또 다른 가치는 ‘속도’다. 기출문제 등은 꼭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 보고서를 통해야만 확인 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학들은 별도의 가이드북이나 백서를 발간하거나 홈페이지를 통해 기출문제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같은 조치들은 결과 보고서가 나온 3월말 이후에나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보다 앞서 기출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예행연습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은 보고서가 지닌 특유의 장점이다. 

특히 올해는 이같은 ‘속도’의 유용성이 더욱 도드라진다.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계속 연기된 끝에 온라인 개학이 실시되고, 수능이 2주 뒤로 늦춰지는 등 사상 초유의 학사·대입 일정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학교에 가지 않는 시간 동안 미리 보고서를 활용해 대학별 고사를 준비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매우 효율적인 대입 준비 방법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가 학사·대입 일정을 흔들어놨지만, 대학별 고사는 예정대로 치러진다. 수능이 연기됨에 따라 일정은 다소 뒤로 잡히겠지만, 논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가 있는 전형들은 지난해 발표된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따라 여전히 대학별고사를 통해 합격자를 가린다. 특히 논술전형은 학생부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고는 하지만, 논술고사 성적에 따라 사실상 당락이 좌우되는 구조이기에 학생부가 좋지 못한 경우라면 적극 노려볼만한 전형이다. 

그렇다면 수험생들 입장에서 볼 때 보고서를 어떻게 활용하는 게 효율적일까. 보고서 형식은 대학별로 다소 상이하다. 다만, △기출문제 △출제의도 △출제근거 △채점기준 등은 대부분의 대학들이 보고서에 수록하는 내용이다. 이에 더해 △모범답안을 별도로 제시한다거나 영향평가에 참여한 위원들의 검토의견 등을 싣는 경우도 있다. 

수험생들이 우선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단연 ‘기출문제’와 ‘채점기준’이다.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모집단위에서 지난해 출제된 기출문제를 확인하고, 정확히 시간을 지켜 풀어보는 것이 좋다. 채점기준을 바탕으로 자신의 답안을 스스로 평가해 보면 된다. 모범답안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함께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후로는 대학이 밝힌 출제의도·출제근거·자료출처 등에 대해서도 살피는 것이 좋다. 출제의도는 ‘무엇을 평가하기 위해 이러한 문제를 출제했는가’라는 항목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올해 서울대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제시문 독해를 토대로 독해력, 논리적·비판적 사고 능력을 평가”한다거나 “두 직선의 평행 조건을 이해하고, 등비급수의 합을 구할 수 있는지 평가”한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수험생들은 정답을 맞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출제진의 의도와 자신의 풀이 방식이 부합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제근거는 ‘교육과정 어디를 기반으로 출제했는가’를 뜻한다. ‘지문의 출처는 어디인가’를 의미하는 자료출처와는 다소 다른 개념이다. 해당 항목을 통해 제시문이나 문제가 어떤 교육과정에 근거를 두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여유가 있다면, 자료출처를 바탕으로 대학들이 어떤 지문에서 제시문을 발췌했는지 원전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 보고서는? 올해도 위반 판정 나오나 =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 보고서는 명칭 그대로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를 뜻한다. 

선행학습 영향평가는 ‘공교육정상화법’ 또는 ‘선행교육(학습)금지법’으로 불리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를 둔다. 대입전형에서 논술고사나 면접·구술고사, 등의 대학별 고사를 실시한 경우 그 내용이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것인지에 대해 대학이 자체 평가를 실시하라는 것이다. 이후 평가 결과와 다음 년도 입학전형 반영 계획을 한 데 묶어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보고서를 학생·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들은 접하게 된다. 

선행학습 영향평가의 본 목적은 교육과정 밖에서 논술이나 면접 문제를 출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 2010년 전후만 하더라도 대학들은 논술고사 등을 출제할 때 난도에 구애받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고교 교육과정만 알아서는 결코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빈번하게 출제됐다. 

과도한 난도는 사교육으로 이어졌다. 고교 교육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접한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사교육의 도움을 구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 논술학원 등이 호황을 누렸고, 대학별 고사 준비는 사교육을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졌다. 선행학습 영향평가로 인해 최근의 논술전형은 사교육 없이도 합격 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정부가 여전히 축소·폐지 대상으로 논술전형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이 때 만들어진 인식 때문이다.

변화가 생긴 것은 2013년 전후의 일이다. 입학사정관제도가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보완하기 위해 교외활동을 배제하고, 학교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방식의 학생부종합전형이 생기는 등 학생부로 대입의 중심축이 옮겨졌다. 

이 과정에서 논술고사를 그대로 둘 경우 학생부 평가에 논술고사까지 치르는 변칙적인 전형이 등장할 수 있다는 지적과 교육과정 내 출제가 이뤄지지 않는 탓에 교육주체 간 갈등이 클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앞서 서울대 입학본부에 국고지원 연구과제의 일환으로 수행한 ‘입학사정관제 안정화를 위한 대입 3년 사전 예고제 연구’에서도 “논술과 면접이 고교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존재한다. 대학들이 대학별 지필고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되면 사회적 논란이 불가피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민단체에서도 연일 높은 논술고사 난도를 지적하며 이러한 지적에 힘을 보탰다. 

그 결과 발의됐던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과 ‘공교육 정상화 촉진 특별법’을 통합한 현재의 공교육정상화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대학들이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벌여 스스로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판정하고, 이후 내놓은 보고서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산하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이 검증함으로써 빈번했던 고난도 대학별 고사 출제를 뿌리 뽑겠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규정은 2014년 9월 12일부터 발효돼 지금까지 효력을 유지하는 중이다. 

당초 대학들이 고교 교육과정 밖에서 대학별 고사를 출제하지 못하게 한다는 영향평가의 본 목적은 비교적 잘 이행되는 편이다. 평가 결과 2016년부터 2019년까지 9개교, 7개교, 2개교, 5개교가 각각 위반 사례로 제시되기도 했다. 올해도 대학들이 발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교육과정 위반 여부에 대한 최종 판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대학들은 선행학습 영향평가에 대해 다소 불만을 갖기도 한다. 교육과정을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대의’에는 동감하지만, 대학의 노력은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는 점에서다. 대학들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문제 출제 과정에서 검토위원을 대폭 확대하고 블라인드 평가를 시행하는 등 노력을 쏟고 있지만, 향후 교육과정 위반 판정은 노력 여하와 관계없이 결과물만 보고 이뤄진다. 

때문에 최근 대학별 고사는 지속적으로 난도가 하락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교육과정 범위의 테두리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느니 아예 관련 논란이 일지 않도록 난도를 낮추는 방법을 택하는 대학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결과 논술은 예전과 달리 수능을 착실히 준비한 수험생이라면 풀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미 사교육 유발전형이라는 낙인이 찍힌 탓에 폐지·축소 대상으로 규정지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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