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용식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인터뷰
- 고려대, 국내 대학 최초 네이처 콘퍼런스 한국 유치 성공

옥용식 교수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네이처에 게재되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되는 가운데, 고려대학교(총장 정진택)가 네이처 콘퍼런스(Nature Conferences) 한국 유치에 성공했다. 네이처 콘퍼런스는 네이처 본사와 주최 측이 정한 주제를 가지고 약 3일 동안 학술의 장을 펼치는 자리다. 고려대의 이번 성과는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네이처 본사와 단독 개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1년에 고려대에서 열릴 콘퍼런스의 주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폐기물 관리 및 고부가가치화’(Waste Management and Valorisation for a Sustainable Future)이다. 토양과 지하수의 오염, 미세먼지 문제, 미세 플라스틱 등에 대한 과학적 해결에 대한 논문을 선보인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학자와 네이처 편집장, 글로벌 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기회다.

이번 쾌거의 중심에는 옥용식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교수(한국바이오차연구센터장)가 있다.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들은 세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세계는 이를 원동력 삼아 발전해 왔다. 옥 교수는 그 흐름 중에서도 지속가능 기후환경에너지 융합기술 연구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자로 꼽힌다. 옥 교수는 CiteScore 기준 환경공학 117종의 학술지 중 1위를 기록한 저널인 유해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의 편집위원장, 2위 학술지인 CREST 저널의 공동편집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동시에 APRU(환태평양대학협회)에서 새롭게 출범한 지속가능한 폐기물 관리 프로그램의 최고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렇듯 옥 교수의 이름 앞에는 ‘아시아 최초’와 ‘한국 최초’가 늘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옥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 중에도 겸손한 태도로 일관했다.

옥 교수 개인의 성과로는 2019년 11월 한국인 최초로 환경생태 분야에서 ‘세계 상위 1% 연구자’(HCR)에 선정된 바 있지만, 이런 큰 행사를 한국에서 주최해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옥 교수는 이번 콘퍼런스 개최는 고려대로서도 큰 성과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못 박았다. 이제까지의 네이처 콘퍼런스는 아시아권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차지였다. 국내에 뛰어난 연구 성과가 있어도 이 부분을 어필하는데 연구와 달리 부수적인 노력도 더해져야 했다. 특히 네이처는 대학교수들이 겸직으로 편집을 하는 다른 일반 학술 잡지들과는 달리, 풀타임(Full time, 상주) 에디터와 편집자들이 있다. 오로지 편집(Editing)에만 집중하는 구조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풀타임 에디터들이 많다.

네이처 콘퍼런스 개최 이유를 묻자 옥 교수는 “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과학 기술 강국 10대 안에 드는데, 한국의 어떤 대학도 세계적으로 10위권 대학이 없는가”라는 궁금증이 시발점이라고 했다. 덧붙여 연구 실력과 과학자 개개인의 인프라는 있지만, 세계에 이러한 성과를 알리는 데 있어서 ‘방법적 측면의 미비함’이 있다고 말했다.

즉, 접근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어떻게 어떤 연구를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연구를 어떻게 알리느냐’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옥 교수는 “네이처 콘퍼런스와 같이 국제적인 학술대회 유치는 한국에 대한 인상과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고, 동시에 ‘지속가능 개발’이라는 주제 자체를 한국이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네이처 콘퍼런스 홈페이지
네이처 콘퍼런스 홈페이지

네이처 콘퍼런스는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주기로 세계를 돌면서 열린다. 네이처 콘퍼런스 공식 홈페이지(https://conferences.nature.com/)에 들어가 보면 세계적으로 어떤 콘퍼런스가 어디에서 열리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질병, 유전자, 빅데이터, 극지, 미래 음식 등 그 주제가 겹치지 않는다. 2020년에는 독일, 미국, 중국, 포르투갈에서 개최 예정이다. 한국은 고려대가 2021년 10월에 개최를 확정지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옥 교수는 고려대 연구기획위원회 글로벌 연구단장도 맡으며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 평가기관 담당자나, 출판 CEO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그때마다 한국 기업들의 이름은 알아도, 대학을 아는 사람들은 전무하다 싶을 정도라고 안타까워했다.

옥 교수는 네이처 콘퍼런스의 이름을 걸고 한 주제를 선점한다는 것은 해당 학술의 헤게모니를 잡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특히나 현 정권인 문재인 정부 역시 한국형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2030)를 수립 공표하고 국정과제로 삼아 이번 콘퍼런스는 국가 계획과도 발맞춰 시너지를 보여줄 수 있을 전망이다. 옥 교수는 “네이처 콘퍼런스 자체가 단순히 세계적인 학자들과 권위 있는 학술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정책적인 부분의 변화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콘퍼런스를 유치하는 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절차상으로야 제안서를 런던 본부로 제출하고 심사를 기다리는 수준일 수 있지만, 그 안에 있는 네이처 에디터들의 ‘매의 눈’을 통과하지 못하면 엄두도 내지 못한다. 저명한 연구자도 부재하고 주제 자체가 흥미를 끌지 못하면 네이처의 눈에 들기도 어렵고, 특히 네이처 메인 저널에는 한국 출신의 에디터도 없어서 이때까지 국내 대학의 유치 성과가 없었다. 게다가 중국과 일본에는 네이처 풀타임 에디터가 있지만, 한국에는 없다. 옥 교수는 2021년 개최를 기점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콘퍼런스를 유치해 한국에도 네이처 주요 저널의 풀타임 에디터도 뽑혔으면 한다고 바람을 비쳤다.

옥 교수는 "많은 콘퍼런스를 다녔지만 ‘유치’를 위해서 다른 콘퍼런스에 참여한 경우는 처음이었다"며 그간의 노력을 회상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작년 8월에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네이처 콘퍼런스에 고려대 연구진 5명을 대동한 경험이 잊히질 않는다고 말했다. 옥 교수의 전공이 아닌 주제였음에도 호주의 개최 과정을 분석하고 콘퍼런스 동안 네이처 에디터들과 관계를 다졌다. 옥 교수 개인적 역량으로는 크로스필드와 환경생태 분야 ‘세계 상위 1%’ 과학자라는 타이틀도 크게 적용했고, 네이처 주요 저널 편집장들과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옥 교수는 자신이 '환경생태 분야 한국 최초 상위1% 연구자'인 것을 두고도 “내가 잘했다기 보다는, 이 연구 자체를 하는 사람이 많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지속가능발전(SDGs)에 대한 관심이 다른 연구 분야보다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콘퍼런스로 미래 세대가 살아갈 지구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과 후속 세대를 생각하는 철학의 장으로 만드는 게 옥 교수의 목표다. 당장 수소차 개발이나, 질병 연구처럼 가시화되는 성과가 없기에 지속가능발전은 학계 관심도가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옥 교수는 “지속가능발전의 핵심은 ‘절대평가’가 아닌 국가 간의 ‘상대평가’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지속가능발전의 이행이 곧 한 나라의 발전 속도의 척도로 여겨진다는 말이다.

콘퍼런스를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진행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옥 교수는 이번 콘퍼런스가 지속가능발전 항목 중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 성평등 보장)를 실현하는 자리가 될 거라고도 덧붙였다. 이는 지속가능발전에서 꼽은 17개 목표 중 가장 더디게 나아지고 있는 항목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성 발표자의 수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처 역시 논문을 평가하는 기준 중에 연구내용과 별개로 남성 연구자들만으로 낸 논문보다, 성비가 고른 연구자들이 낸 논문에 가점을 부여한다. 이는 학계 쪽에서도 지속가능발전의 가치를 인정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옥 교수는 이 밖에도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주제를 내 건만큼 17개 항목을 최대한 다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한국에서 열리는 네이처 콘퍼런스는 내년 10월 26일~28일로 예정되어있다. 옥 교수는 마지막으로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가지고만 있지 말고 전세계 네이처 콘퍼런스에 발표해, 한국의 연구성과가 세계에 선순환 보급될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전했다.
허정윤 기자 grow@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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