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으로 교육현장의 파행이 우려되는 가운데 9월 신학기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정
부는 ‘시기상조’를 내세우며 일단 선을 그은 모양새다.

9월 신학기제 도입 주장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김영삼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검토된 바 있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공론화를 선언하는 단계까지 갔으나 본격적인 논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과 파장 때문에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학년제 변경은 사회적 시간표를 바꾸는 일이기에 신중을 기해야 할 일이긴 하다. 그렇다고 3월 신학기제를 불변(不變)의 제도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제도는 제도일 뿐, 치러야 할 비용보다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크다면 언제라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수립 후 제정된 첫 교육법은 4월 신학기제를 규정했다. 지금의 3월 신학기제가 공식화된 것은 박정희 정부 때다. OECD 국가 대부분은 9월 신학기제를 사용하고 있다. 3, 4월 봄에 신학기를 시작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호주 3개국뿐이다. 인터내셔날 스탠다드(international standard)를 외치는 나라치곤 이 부분만 예외로 하는 것이 이상하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사회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비상한 시국에는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 오직하면
AC(After corona)와 BC(Before corona)란 말이 나왔겠는가? BC에 금기시됐던 여러 관행과 제도들이 AC에 당연시되는 일들이 많아졌다. 교육 현장에서는 “왜 이전에는 이렇게 하지 못했는가”라는 자성과 탄식이 넘쳐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갖가지 사유를 붙여 옆으로 밀쳐놓았던 이슈들을 이참에 끄집어내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9월 신학기제 도입도 그 맥락에서 살펴보기 바란다.

그동안 9월 신학기제 도입 논의는“필요하지만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 도입할 수 없다”는 논리 속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코
로나19로 초래된 학사운영의 파행과 미래교육의 가능성은 그 굴레를 타파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9월 신학기제 도입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며 코로나19 극복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 큰 도전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정면 승부할 것인가? 사회적 공론의 장이 열려야 한다. 현재보다 미래에 방점을 찍고 과감히 앞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AC에서 사회적 시간표상 미뤄지고 있는 일들을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역설적이게도 9월 신학기제 도입과 관련해서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앞으로 없을 것이란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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