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누구를 위한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인증인가?
[발언대] 누구를 위한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인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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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홍 전국대학보건행정교수협의회 회장
(영남이공대학교 교수)
권기홍 전국대학보건행정교수협의회 회장
권기홍 전국대학보건행정교수협의회 회장

2020년 말부터 적용 예정인 보건의료정보관리사 교육인증제는 유예돼야 한다. 당초 본 법안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개정’(법률 제15268호, 남인순 의원 발의(2017.5))으로 주요 골자는 ‘의무기록사’의 ‘보건의료정보관리사’로의 명칭변경과 교육 내실화였다. 그러나 법 개정에 따른 시행내용을 면밀히 보면 필수 및 선택학점 이수에 따른 교육과정 개편, 전공관련 교수채용, 실습실 등의 인프라구축, 보건의료정보사 실무교육을 위한 현장실습처 확보 등 현실적으로 대학과 병원 현장에서 따라가기가 힘든 부분들이 너무나 많다.

이렇게 비현실적인 내용들이 포함될 수 있었던 것은 처음 법 개정 당시 전국의 보건행정관련 대학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기보다는 보건의료행정관련 교육분야의 일부(4개의 보건의료행정관련 직무 중 하나)인 의무기록전공 교수님들과의 협의를 통한 비공개적인 법 개정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대학의 보건의료행정관련 교수협의회가 운영되고 있으나 법개정시에는 한번도 공개적으로 협의를 요청한 사례가 없었다. 개정법안이 국회를 통과된 후 2년제 대학 전체 80학점 중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인증은 7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는 정보에 전국의 4년제 대학, 2·3년제 대학의 교수들이 강력하게 보건복지부 등에 절차상의 문제 제기를 하자 학점이수에 대한 규정이 50학점으로 낮아지게 됐다.

현재 전국 대학의 보건행정관련학과에서는 80% 이상이 병원 원무과 등 병원행정분야로 취업하고 있으며 의무기록과 등 보건의료정보분야로의 취업은 상당히 낮은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면 보건의료정보관리분야의 학점강화를 통한 교육인증은 대학에서 병원 현장으로의 선순환적인 인력수급 체제가 파괴될 수 있어 병원현장에서는 보건의료정보관리사보다는 병원행정분야의 교육인증이 오히려 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그리고 전공관련 교수채용의 경우, 최근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학과의 존폐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인증을 위해 교수를 채용한다는 것은 각 대학의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또한 실습실을 비롯한 시설 인프라 구축과 PC 등 기자재 구입도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진행돼여 한다. 실무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현장실습의 경우, 의무기록팀이나 부서가 있는 대학병원의 수가 학생들을 전부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실제 의무기록팀이 있는 대학병원에서도 소극적인 참여로 실제 실습이 많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병원이 있는 대도시의 경우 그나마 기회가 있지만, 중소도시에 위치한 대학의 경우는 병원에 의무기록팀이나 부서가 거의 없어 원무과, 총무과 등에서 실습을 하게 돼 당초 법 개정의 취지인 의무기록교육의 내실화와는 거리가 먼 실습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전국의 많은 보건의료행정관련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은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인증의 절차의 부당성을 공감해 교수의 약 80%, 전공 관련 대학의 85%와 재학생 약 4500명이 인증의 유예에 동의하고 있다.

전국대학보건행정교수협의회에서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담당부서인 보건복지부와 인증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부 등 정부기관을 수회 방문해 인증절차의 부당성과 인증 유예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또한 지난 1월 15일에는 교육부장관과 보건복지부장관실로 인증유예 관련 탄원서를 제출했고, 아울러 행정기관 뿐만 아니라 법개정을 발의한 국회 남인순의원실과 보건복지위원회도 수회 방문해 전임 이명수위원장과 김세연위원장실도 방문해 법 유예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한 바 있다. 일련의 과정에서 기존 당해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실 보좌관도 여러 문제점들이 있어 인증이 유예되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고, 교육부 인증담당자도 인증 유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 정부관련 기관에서도 법이 개정됐다는 이유만으로 대학교육의 정상화보다는 특정 이해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한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추진되는 것은 순기능의 대학교육에 많은 악영향을 미치게 돼 두고두고 교육현장으로부터 원망을 듣게 될 것이다.

현재 전국의 많은 대학들은 세기적인 코로나19 관련 사태로 강의 등 학사일정 변동에 따른 대응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점에서 최근 보건의료정보관리사인증을 담당하게 될 한국보건의료정보관리교육평가원(이하, 정평원)에서는 금년 2020년 2월 25일과 3월 24일 그리고 3월 25일 3회에 걸쳐 인증 유효기간 연장 관련 공지 및 교육부와 미협의에 따른 재공지, 그리고 해석의 오류에 따른 재공지 등 정부기관과 협의되지 않은 공문을 발송해 전국의 보건행정관련학과를 운영하는 대학과 학과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정평원에서도 아직 교육부로부터 인증평가원으로 인증을 받지 못한 상황임에도 교육부와 협의하지 않고 인증유효기간연장과 사전인증신청서를 받는 등 일방적인 정책시행으로 정부기관으로부터 지적을 받아 각 대학으로 사과 공문(3월 24일)까지 발송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무리하게 인증을 진행하려고 하는 정평원의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고 또한 이를 감독해야 할 보건복지부 등 정부기관들이 방관함으로서 대학 현장은 너무나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 더욱이 지난 3월 24일자 공문에서 정평원이 공식적인 인증기관이 아니라고 하면서 3월 27일까지 인증 사전신청조사서를 다시 받은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 2월 25일자 공지 내용에 포함된 정평원의 계획대로라면 금년 4, 5월경 교육부로부터 인증을 받게 된다면 그때 각 대학의 총장 명의로 정식 인증신청공문을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정평원이 무엇에 쫓기는지는 모르지만 각 대학으로 동일 사안에 대해 인증 신청조사서 제출 회람이 약 4회 이상 공지돼 웃지 못할 상황이 초래된 바도 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첫째, 기존 각 대학의 많은 보건의료행정관련학과는 취업분야가 넓은 병원행정인력의 양성에 교육의 초점을 맞추어 운영되고 있으므로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인증은 간호과, 물리치료과 등과 같이 먼저 면허의 명칭과 학과명을 동일시해 인증을 시행하는 것이 기존 교육과정과 병원행정분야로 취업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학습권에 대한 피해를 줄이다.

둘째, 현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취업률이 낮아 면허응시율도 저조함으로써 먼저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등에 취업 문호가 더 넓어질 수 있도록 필수인력의 인원수를 확대하고 또 보건의료정보관리사가 물리치료사나 간호사처럼 필수인력 및 필수직무로 포함돼 있지 않은 병원에는 필수인력으로 포함되도록 의료법을 먼저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

셋째, 각 대학에서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통해 전공분야 교수채용과 시설인프라 구축 등의 계획에 시간이 필요하다.

넷째, 중소도시의 대학들도 총무과나 원무과가 아닌 의무기록팀에서 제대로 된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실습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선행돼야 인증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인증을 추진 중인 법률의 유예를 통해 전국의 대학, 학생, 의료기관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학생의 수업권(현장실습 포함)이나 취업을 고려한다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재정립해 나가는 것이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인증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제도가 잘 정착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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