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합리적 범위 내 집행 가능’ 지침…일부 대학 “그래서 얼마까지?” 오히려 혼란
연구재단 “지역‧대학마다 코로나19 확산 다른 상황에…일괄 기준 지침이 더 부적절”
“회계감사에 대한 걱정 물론 이해는 돼…수량‧비용 설명 가능하면 문제삼지 않을 것”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 건물에 대한 방역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 건물에 대한 방역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대학들에게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데 드는 비용을 사업비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방침이 나왔다. 하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교육부의 ‘합리적 범위 내’라는 표현이 구체적이지 않아, 적극적인 방역 지출에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반면 사업 집행기관인 한국연구재단 측은 지출 비용에 대해 대학에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1월 말,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할 양상을 보이면서 감염병 위기 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꾸려졌으며, 모든 정부 부처들이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내놓았다.

교육부 역시 1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대학 추가 조치사항’을 발표하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행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비’를 코로나19 방역과 예방교육, 학생 격리(관리) 등에 필요한 인건비와 물품구입 비용에 집행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교육부는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전국 대학들에 관련 지침을 전달하며 “(집행과 관련한) 원칙은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을 위한 ‘합리적 범위 내’ 집행”이라며 “올해 2020년 사업비 역시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관련 대학 내 현황파악과 학생 관리 등에 필요한 인건비와 감염병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한 손소독제, 마스크, 체온계 등 물품구입 비용뿐 아니라 혁신지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 취소에 따른 위약금과 수수료 지불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합리적 범위 내’라는 설명이 일부 대학에서 여전히 ‘쟁점의 대상’이 되는 모양새다. 구체적이지 않은 ‘합리적’이라는 표현 때문에 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들 대학들은 당장 열화상 감지 카메라를 구입하는 일도 나중에 문제가 될까 걱정하고 있다. ‘제품 구입 수량’과 이에 따른 ‘구입 비용’ 때문이다.

충청권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교직원과 향후 대면수업이 시작됐을 때 대학을 오갈 학생들의 발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열화상 감지 카메라 구입은 필수”라며 “한 대를 구입하는 것을 걱정하는 대학은 없다. 다만 건물마다 배치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강의동이 6동이라면 6대를 구매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열화상 감지 카메라의 가격대는 한 대당 300만원에서 1000만원 사이에 걸쳐 있다. 관계자는 “확실한 방역을 위해 건물마다 좋은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한다면 그 비용만 5000~6000만원은 우습게 넘어갈 것”이라며 “(집행기관인) 연구재단에서 나중에 왜 이렇게 많은 비용을 썼냐고 물어보지는 않을지 생각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마스크나 손 소독제 구입 비용도 모으고 보면 적지 않은 지출”이라며 “현재는 교직원, 향후 학생들에게도 일주일에 개인당 2매씩 지급한다고 가정했을 때, 재학생 정원 5000명 규모의 대학만 해도 주당 마스크 1만 매를 사야 한다”고 덧붙였다.

혁신지원사업에 대한 집행기관의 성과 평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수도권 소재 대학 관계자는 “혁신지원사업 성과 달성에 들어가야 할 비용들이 코로나19 방역에 쓰이면서, 향후 지표 평가에서 다른 대학보다 부실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당장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안 쓸 수도 없고, 마음 놓고 쓸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연구재단 측은 대학에서 전혀 걱정할 것이 없는 문제며, 오히려 혼란을 겪는 대학들이 있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다.

윤애란 한국연구재단 전문대학지원팀장은 “교육부에서 집행기준도 내려졌고, 기본계획에 따라 쓸 수 있다고 돼 있는데 회계감사에 걸릴까봐 못 쓰겠다는 말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구입 수량이나 비용은 당연히 ‘합리적인 선’에서, 예를 들면 ‘학생 수’나 ‘개설 강의의 수’ ‘예산범위 내’ 등을 고려해서 대학 자체적으로 자유롭게 쓰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구입 수량’이나 ‘비용 한도’에 대한 일괄적인 지침을 내리는 것도 현 상황과는 맞지 않다고 연구재단은 설명했다. 지역마다, 대학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모두 제각각인 현 상황에서 일괄 지침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애란 팀장은 “학교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교육부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지침을 내렸다고 본다. 집행기관 시각에서 현재 문제 없이, 굉장히 잘 쓰고 있는 대학도 많다”며 “향후 감사에서 ‘왜 이렇게 많이 샀냐’ 질문을 받게 될 때, 필요한 설명만 해주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마다 정부사업 참여에 대한 경험치가 다르고, 이런 일(코로나19 대응)도 당연히 처음이니까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 예산 수준’ ‘학교 규모’ ‘학생‧교직원 수’ ‘교과과정 수’ 등 설명 가능한 선에서 사업비는 자유롭게 집행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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