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만든 코로나맵, 코로나 알리미 등 후속 개발로 이어져
‘추적단 불꽃’ 대학생들 n번방 수사에 결정적 도움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2020년 상반기는 세계적 재난으로 번진 코로나19부터 온 국민의 공분을 산 텔레그램 n번방 사건까지 굵직한 이슈로 채워지고 있다. 국가적 위기의 순간, 공권력도 어려움을 겪던 순간에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한 대학생들이 있었다. ‘코로나맵’과 ‘코로나알리미’ 등을 제작한 이들은 물론 n번방의 실태를 낱낱이 밝혀낸 이들 모두 대학생들이다.

확진자가 머물렀던 위치를 나타낸 코로나맵부터 동선을 알리는 코로나 알리미, 마스크 재고 수량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 마스크 알리미 모두 평범한 대학생들이 공익을 목적으로 만든 사이트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도 대학생의 잠입 취재로 물꼬를 텄다. 추적단 불꽃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수사기관도 도움을 받았을 뿐 아니라 언론사 취재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지도록 청원 내용과 검거 현황을 보여주는 n번방 시민방범대도 대학생들의 손에서 나왔다.

경희대 이동훈씨가 만든 코로나맵 화면. (사진= 코로나맵 사이트)
경희대 이동훈 씨가 만든 코로나맵 화면. (사진= 코로나맵 사이트)

대학생이 만든 코로나 사이트, 국가보다 빨랐다= ‘코로나맵’은 지난 1월 30일 경희대 재학생 이동훈 씨가 만들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점차 발생하자 이 씨는 코로나맵을 통해 확진자들이 방문했던 장소를 지도 위에 점을 찍고, 선으로 연결해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코로나맵에 대한 관심은 서비스 제공 다음날 조회수 240만회를 넘길 정도로 뜨거웠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2월 청와대 업무보고 자리에 이 씨를 특별 초대해 그의 능력을 추켜세웠다. 기획재정부·중소벤처기업부·금융위원회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동훈 군을 특별히 칭찬해야겠다. 정부가 좀 배워야겠다”며 이 씨의 사례를 특별히 언급하기도 했다.

코로나맵이 나온 뒤 더 업데이트된 후속 사이트도 속속 개발됐다. 고려대 프로그래밍 동아리 ‘멋쟁이사자처럼’ 소속 김준태, 박지환, 이인우, 최주원 씨 4명은 지난달 1일 ‘코로나 알리미’ 사이트를 제작해 공개했다. 코로나 알리미는 위치 기반 서비스를 토대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곳을 확인할 수 있다.

학생들은 공적마스크 판매가 시작되자 마스크 수량을 알려주는 ‘마스크 알리미’도 추가 제작했다. 이 역시 위치 기반 서비스를 토대로 오프라인에서 마스크를 판매하는 곳을 알려주는 사이트다. 재고 현황이 표시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줄을 서지 않고도 집에서 근처 약국의 재고 현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모두 영리목적이 아닌 공공의 목적으로 사이트를 개발했다. “국가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만들었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답변이다.

대학생 4인이 제작해 공개한 'n번방 시민방범대' 화면. (사진= n번방 시민방범대)
대학생 4인이 제작해 공개한 'n번방 시민방범대' 화면. (사진= n번방 시민방범대)

공론화 이끈 ‘추적단 불꽃’, 취재 공모전 참가한 대학생들 = 그런가하면 재학 중 탐사취재 공모전 참가 동기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공론화를 이끈 이들도 있다. 바로 ‘추적단 불꽃’이다. 이들은 아동 청소년 불법 음란물을 공유하는 채팅방이 텔레그램에서 운영된다는 사실을 파악, 잠입 취재를 통해서 n번방의 실체를 파헤쳤다. 언론사 제보는 물론 수사기관에 신고하면서 수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 인물들이다.

‘추적단 불꽃’은 지난달 23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 속에 디지털 성범죄가 근절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추적단 불꽃’이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물꼬를 텄다면 ‘n번방 시민방범대’는 국민의 관심을 지속시키기 위한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다. 20대 대학생 4명이 힘을 모아 만든 온라인 공간으로 'n번방 사건'이라고 불리는 범죄 사건의 수사 현황과 여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민방범대에는 n번방 사건과 관련된 정보가 망라돼 있다. 청와대 청원, 관련자들의 검거 현황, n번방 외 파생방들의 목록, 관련 기사 등이 정리돼 누구라도 쉽게 해당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들 역시 “비영리·공익 서비스로 운영하며 일체의 수익을 창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대학생들의 역할은 단순 조력자로 끝나지 않고, 그 공익성을 인정받았다. 국제앰네스티는 22회 언론상 수상작으로 ‘추적단 불꽃’을 선정한 것이다. 앰네스티 심사위원회는 선정 이유에 대해 “추적단 불꽃’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만연한 여성 성 착취의 실상을 폭로했고 온라인 연대 활동을 통해 여성에 대한 심각한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사회적 노력의 출발점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코로나19와 n번방 사건 등 사회적, 국가적 문제 해결에 앞장설 대학생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