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대비 교육비 ‘교육비 환원율’, 작년 사립대 평균 213.8%
포스텍 13배, 코리아텍 9배, 연세대 3배 등 학생교육에 적극 투자

(사진=중앙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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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교육투자에 이미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는 탓에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대학들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 등록금 수입 대비 교육비 투입 비율을 뜻하는 교육비 환원율을 조사한 결과 ‘여력’이 있는 대학은 없었다. 평균적으로 대학들은 등록금 수입보다 2배 이상 많은 비용을 학생들 교육에 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종식 이후까지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대학들이 교육투자를 급격히 줄일 수도 없는 노릇. 온라인 강의가 여기서 더 길어지더라도 대학들에 등록금을 돌려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계속되는 온라인 강의, 등록금 반환 불만도 여전 = 코로나19로 인해 닫힌 대학 문은 열릴 줄 모른다. 개강 연기에 이어 시작된 온라인 강의는 이제 곧 한 달을 채워간다. 개강을 미뤘던 시기까지 더하면 이미 캠퍼스는 한 달 넘게 적막이다. 

대면수업 시작을 크게 늦춘 대학들도 많다. 최근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사총협)가 전국 4년제 대학의 대면수업 시작 예정일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대학 중 15%가 다음 달이나 돼야 대면수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학 열 곳 중 한 곳은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는 대면 수업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예 올해 1학기는 코로나와 관계없이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하겠다는 대학도 존재한다.

다른 대학들은 이달 중 대면수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13일부터 대면 수업을 시작하겠다는 대학이 45.6%로 절반 가까이 됐고, 20일과 27일 등을 더하면, 전체 대학의 70%가 4월 중 대면수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계획에 불과하다. 초·중·고도 집단 감염의 위험성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 개학하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앞장서 대면수업을 시행하기란 쉽지 않다. 대학에서 집단감염이 나오는 경우에는 모 종교단체와 마찬가지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을 감수해야만 한다. 때문에 사총협이 조사한 이후로도 온라인 강의를 추가 연장하는 대학들이 계속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이달 중 을씨년스러운 캠퍼스 모습이 예년처럼 활기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온라인 강의가 계속되면서 캠퍼스에서는 ‘등록금 반환’을 주제로 한 ‘내홍’이 끊이질 않는다. 처음에는 학생단체로부터 시작해 산발적으로 논의가 불거지더니 최근에는 총선을 앞둔 시기적 지형 탓에 정치권까지 등록금 반환에 목소리를 보태는 실정이다.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측의 논리는 간명하다. 대면수업에 비해 온라인 강의 등 비대면수업의 질이 낮으니 그만큼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통분담’의 의미도 더해진다. 안진걸 반값등록금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말 가진 코로나19 관련 피해 사례 발표회에서 “대학도 코로나19로 인한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 수업을 제대로 못했으니 등록금을 돌려주는 것은 교육적이고 상식적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 ‘여력’ 없는 대학들, 등록금 수입보다 교육비 투자액이 더 커 = 하지만, 대학들은 연이어 나오는 등록금 환불 주장에 거듭 손사래를 친다. 12년째 이어지는 등록금 동결·인하 정책 때문에 당장의 ‘살림살이’를 꾸리기조차 쉽지 않다는 게 대학들의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캠퍼스 문을 열지 않았을 뿐 교수·직원 등에 들어가는 인건비 등 고정비용은 그대로인데 등록금만 낮추는 것도 쉽지 않다고 대학들은 호소한다. 

아울러 이미 학생들에게는 낸 등록금 이상의 교육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한 대학 총장은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등록금 환불을 시행하기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려 드린다. 이미 등록금 대비 투자를 의미하는 교육비 환원율이 거의 두 배 수준”이라고 학생들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이같은 대학들의 주장은 당장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핑계가 아니었다. 교육 투자가 많아 여력이 없다는 대학들의 주장은 ‘교육비 환원율’을 구해보면 손쉽게 알 수 있다. 교육비 환원율은 등록금 수입 대비 교육비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대학이 학생들에게 교육비를 얼마나 환원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대학알리미에 공개돼 있는 등록금 회계 결산자료와 학생 1인당 교육비 항목 등을 활용하면, 학생들로부터 대학이 거둬들인 ‘등록금 수입’과 대학이 학생들에게 쏟은 ‘총 교육비’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 두 수치를 기반으로 ‘교육비 환원율’을 계산할 수 있다. 

관련 수치가 공개돼 있는 전국 149개 사립 일반대를 대상으로 ‘교육비 환원율’을 계산한 결과 거의 모든 대학이 등록금 수입 이상의 교육 투자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 교육비 환원율이 100%를 밑돈 대학은 전국에서 예원예대 한 곳 뿐이었다. 이외 148개 대학은 등록금보다 학생교육에 쓰는 돈이 더 많았다. 

대다수 대학들의 교육비 환원율은 100%를 훌쩍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원예대 다음으로 교육비 환원율이 낮은 칼빈대는 117.5%, 경동대는 125%, 홍익대와 백석대는 132.2%를 각각 기록했다.

전체 대학들의 평균 교육비 환원율은 213.8%나 됐다. 등록금 수입의 두 배 이상을 교육에 쓰고 있다는 것이다. 150% 이상의 교육비 환원율을 기록한 대학 수가 126개교로 전체 대학의 84.6%를 차지할 만큼 교육투자에 적극 나서는 대학들이 많았다.

교육비 환원율은 모수가 되는 등록금 수입이 적고, 교육비가 많을수록 높아지는 성질을 띤다. 때문에 종교 교역자·성직자 양성을 위한 종교대학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다. 등록금 수입이 절대적인 일반 사립대와 달리 종교대학은 일종의 ‘투자’ 차원에서 대학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 대학은 입학 정원이나 재학생 수도 일반대학에 비해 상당히 적다. 

그러다 보니 교육비 환원율 상위권에는 종교대학들이 줄지어 늘어섰다. 원불교가 운영하는 영산선학대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1554.9%의 교육비 환원율을 기록한 데 이어 대전가톨릭대 749.8%, 중앙승가대 712.5%, 금강대 369.7%, 대전신학대 282% 등 높은 교육비 환원율을 보인 종교대학이 많았다. 

다소 예외적 특성을 지닌 종교대학을 제외하면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포스텍이다. 포스텍의 교육비 환원율은 1315.9%로 무려 등록금 수입의 13배 이상이나 되는 교육투자가 이뤄지고 있었다. 뒤를 이어 한국기술교육대(코리아텍)가 902.1%로 다른 대학들과 크게 격차를 벌렸다. 

이처럼 등록금 수입 대비 많은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배경은 교육비가 꼭 등록금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교육비는 학생들의 등록금을 기반으로 하는 교비회계 외에도 산학협력을 통해 쌓아올린 산학협력단(산단) 회계에서도 지출된다. 도서 구입비와 기계·기구 매입비도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것이기에 교육비 항목에 포함된다. 

포스텍은 과기특성화대라는 특성을 살려 산학협력이 활발한 대학이다. 그 결과 산단회계 교육비가 1655억여 원으로 전국 6위를 기록했다. 이공계에 강점이 있는 대학일수록 규모가 큰 기계·기구 매입비도 168억여 원으로 전국 6위다. 여기에 정원도 종합대 성격의 대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이러한 여러 특징이 맞물리며 포스텍은 교육비 환원율 항목에서 전국 어느 대학도 넘보기 힘든 수치를 기록하는 중이다. 코리아텍도 포스텍과 마찬가지로 공학에 방점이 찍힌 대학이기에 높은 교육비 환원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대학들도 교육비 환원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 교육비가 무려 1조 2240억여 원에 달하는 연세대가 317.3%의 교육비 환원율을 기록한 데 이어 △성균관대 283.7% △고려대 254.5% △한양대 228.3% △이화여대 206.4% △경희대 202.1% △중앙대 181.6% 한국외국어대 158.4% 순으로 이어졌다. 

다만, 교육비 환원율은 주요대학, 인(in)서울 등 수험생 선호도를 좌우하는 요인들과는 큰 관련이 없었다. △한림대 297.3% △울산대 270.5% △순천향대 255.7% △아주대 254.3% △한국항공대 242.7% △건양대 236.9% △인제대 233.6% △한동대 233.5% 등 소재지와 관계없이 교육 투자에 적극적인 대학들이 많았다.

교육비 환원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2017년 203.4%던 평균 비율은 2018년 210.1%, 2019년 213.8%로 매년 높아졌다. 2017년에 비해 교육비 환원율이 낮아진 대학은 32개교에 불과하다. 수치가 다소 낮아졌을 뿐 등록금 수입 이상의 교육투자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이처럼 교육비 환원율이 상승 추이를 보이는 것은 물론 대학들이 교육 투자에 적극 나서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여기에 더해 정부 정책도 교육비 환원율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재작년 실시된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일반대 기준 5점이라는 작지 않은 점수를 배정되는 등 교육비 환원율이 강조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교육비 환원율이 일정 수준을 넘기지 못한 경우에는 ‘개선 정도’도 고려해 점수가 정해지다보니 대학들은 교육 투자에 적극 나서는 경우가 많다.

사유야 어떻든 현재의 교육비 환원율 수치를 놓고 보면, 대학들이 등록금을 환불할 여력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우리라고 학생들의 불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할 수 있다면 속시원히 등록금을 환불해주고 싶다. 하지만, 정말 재정적 여력이 없다. 등록금 수입에 더해 연구비나 재정지원사업 지원금 등까지 이미 학생들을 위한 교육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당장 이런 비용을 줄여 등록금을 반환한다면 환영의 목소리는 나올 수 있겠지만, 교육투자를 줄이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학에게도 학생에게도 도움이 될 리 없다”고 전했다. 

등록금 수입을 돌려주기가 이처럼 녹록치 않다 보니 학생들에게 일정 비용을 돌려주려는 대학들은 다른 수단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미 교원, 동문 등이 힘을 모아 특별 장학금 명목의 기금을 조성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한 대학이 존재한다. 정부재정지원사업인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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