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대학 4월 대면수업 시작…해외 유학생 등 ‘뇌관’
교육부 대면수업 자제 권고가 전부…대면수업 시작 후에는?
중국 유학생 2000명 이상 대학 8곳, 상주의사 ‘0명’
학교보건법 시행령 의사 1명, 약사 1명 규정…의무는 아냐
전체 대학보건실 현황 파악조차 안 돼…교육부 “조사계획 없어”

전북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교내 다중 이용시설들의 운영도 잠정 중단하는 등 대응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전북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교내 다중 이용시설들의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중국인 유학생에 이어 해외 유학생이 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대학 내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이후부터 대면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일차적으로 학생들의 감염병을 관리해야 할 대학 내 보건의료 인력이 충분치 않거나 보건소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8~9일 전국 193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71개 대학(36.8%)이 4월 내 대면수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96개 대학(49.8%)이 4월 마지막주와 5월 첫째주에 대면수업을 연다. 향후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대면수업을 미루는 곳은 40곳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실습 위주의 일부 학과를 중심으로 대면수업을 하려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초중고와 달리 대학은 대면수업을 금지할 강제 수단이 없어 사회적 거리두기 동안에 대면수업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 8개 대학 내 상주 의사 ‘전무’…교육부도 “타당한 지적 = 코로나19 불씨가 꺼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면수업을 시작한다면 학생이 밀집한 대학이 새로운 집단감염 발생지로 떠오를 위험이 있다. 문제는 감염병을 관리할 대학 내 보건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중국 유학생 2000명 이상 대학인 경희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양대, 고려대, 동국대, 건국대, 국민대 등 8개 대학의 교내 건강센터·보건센터에 상주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는 2월 23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중국 유학생 1000명 이상 17개 주요 대학 의료전담 인력 및 기숙사 외국유학생 수용현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1000명 이상인 17개 대학 중에서 상주 의사가 있는 곳도 연세대, 이화여대, 단국대 등 3곳에 불과했다. 간호사는 캠퍼스당 대부분 1~2명에 그쳤다. 건강센터·보건센터는 대학의 의료 및 보건업무, 감염증 대책까지 담당하는 시설이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는 “각 대학의 코로나19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학교보건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학 내에 의사와 약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시행령 23조에 따르면 ‘대학, 사범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에는 학교의사 1명 및 학교약사 1명을 둔다’고 명시했다.

교육부는 2월 24일 코로나19 관련 백브리핑에서 ‘대학보건센터나 보건센터에 상주의사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타당한 지적이다. 그동안 준수한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면서도 “병원이 없을 때 (시행령이) 만들어진 건데 지금도 지켜야 하냐는 곳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학병원을 소유한 대학은 40곳에 불과하며, 상당수 유학생이 의료보험 혜택에 제약을 받아 병원 접근성이 떨어진다. 반면, 학교를 통한 보건사업은 어떤 집단보다 관리가 용이하다는 측면에서 높은 비용-효과를 볼 수 있기에 학교 보건사업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 대학 보건의료인력 파악조차 못 해…규정ㆍ재정 ‘숙제’ = 더 큰 문제는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보건시설 및 인력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대학 내 보건의료인력 조사 및 조사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가장 최근 조사는 2007년 계명대가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로부터 위탁받아 조사한 ‘대학보건실 운영현황 실태조사 및 분석 연구’가 전부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376개 대학 중 보건실이 있는 대학은 198곳이었다. 

이 중 160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보건실의 책임자는 비의과대학교수인 경우가 52개교(33.5%)로 가장 많았다. 정규직 의사를 고용하고 있는 대학은 10곳, 정규직으로 약사가 근무하는 대학은 7곳이었다. 정규직 간호사가 근무하는 대학은 92곳, 보건관리직을 채용하고 있는 대학은 4곳이었다. 1년간 대학보건실 이용자 수는 91만명임을 고려해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질적인 대학 재정 문제도 인력 부족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학의 평균예산은 2293만원이었다. 정규직 의사 한 명을 고용하기도 힘든 수준이다. 여대를 중심으로 조사한 ‘대학보건소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연구’ 논문에 따르면 상주의사를 둔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의 예산 차이는 600만원~1억원으로 편차가 컸다.  

정책 논문은 “학교보건에 대한 법 규정 자체가 강제적이지 못하고 행정적인 규제가 약하며, 대학의 자율에 맡겨진 부분이 많아서 대학의 학교보건조직에 대한 법적인 규정과 지침의 구체화가 필요하다”면서 “대학보건실의 보건사업이 학생과 교직원의 요구와 건강의 예방 및 증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사회적 현상에 맞게 변화하기 위해 안정된 재정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태호 한교협 공동대표(중부대 교수)는 “학교에 보건인력이 있어야 학생들을 제대로 격리 조치할 수 있는데, 교육부와 대학이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며 “사스,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 등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에 대비해 이번 기회에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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