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일정 따라 박람회 일정도 연기 필요, 상세 시기 조율 중
문제는 ‘장소’, 코로나19로 하반기 대관 일정 ‘여유 없어’
수시 박람회 코엑스 밖에서 실시되나…장소 이동도 논의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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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수능과 수시·정시 원서접수 일정이 뒤로 밀리는 등 전반적인 대입 일정이 연기됐다. 매년 실시되는 수시·정시 박람회도 일정을 미루는 방향으로 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수능 성적이 나온 후에 실시돼야 하는 특성상 정시 박람회는 기존 일정을 고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여름방학이 단축된 고교 학사일정 상 수시 박람회도 일정 조정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일정을 조정하기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정시 박람회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수시 박람회가 문제다. 대관일정을 미루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상반기에 잡혀있던 행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하반기로 일정을 옮기면서 원하는 날짜를 섭외하기가 만만치 않다. 매년 행사장으로 활용됐던 코엑스 대신 장소를 옮기는 방법이 대안으로 부상한다. 

대학가에 따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최근 수시·정시 박람회 일정 조정에 착수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입일정이 전반적으로 연기된 데 따른 것이다. 

수시·정시 박람회는 교육 수요자들에게 대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대교협 주관으로 열리는 행사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코엑스에서 각 연 1회 열리는 박람회에는 대학들이 대거 참석한다. 지난해의 경우 수시 박람회에는 150개 대학, 정시 박람회에는 135개 대학이 참석했다. 수험생·학부모는 한 자리에 모인 대학들로부터 대입 정보를 얻고, 상담 등을 통해 지원전략 수립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수시 박람회와 정시 박람회는 매년 시행 시기가 엇비슷하게 유지됐다. 수시 박람회는 7월 말에 주로 실시됐고, 정시 박람회는 약간씩 일정이 다르긴 하지만, 수능 성적이 발표된 직후인 12월 초나 중순경에 시행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원서접수를 앞두고 수험생·학부모가 정보를 얻는 데 있어 ‘효율성’을 고려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올해는 수능을 비롯해 원서접수가 전반적으로 밀리면서 박람회 일정도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게 됐다. 교육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대입일정 변경안에 따르면, 수능을 비롯해 대부분의 일정이 2주 가량 연기됐다. 수능은 11월 19일에서 12월 3일로 자리를 옮겼고, 수능 성적 발표일도 12월 9일에서 23일이 됐다.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원서접수도 마감일 기준 열흘 이상 미뤄졌다. 

대입일정의 기본이 되는 수능과 원서접수 일정 등을 볼 때 박람회 일정 연기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정시 박람회는 그 특성상 현재 일정을 고집할 수 없다. 수능 성적표가 발표되기 전에는 박람회를 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성적표가 나오기 전에는 상담 주체인 대학들도 성적 분석을 할 수 없다. 학생들도 자신의 성적을 가채점 수준으로만 파악하고 있어 제대로 된 정보 제공이 이뤄지기 어렵다. 

수시 박람회는 정시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수능 성적 발표처럼 특정 일정 이후에 시작돼야 한다는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국에는 수시 박람회도 일정이 조정돼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고교 학사일정 조정으로 인해 여름방학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예년처럼 7월 말에 박람회를 열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대입일정과 발을 맞추는 것이다. 본래 대교협과 대학들이 계획했던 수시 박람회는 7월 23일부터 26일, 정시 박람회는 12월 10일에서 12일이었다. 이들 일정을 고스란히 2주 연기하면 올해 박람회 개막 자체는 차질을 빚지 않을 수 있다. 

정시 박람회는 2주보다 더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실제 대입에서 활용되는 ‘변환표준점수’ 때문이다. 2주를 연기하는 경우에는 수능 성적이 발표된 다음날부터 박람회가 시작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경우에는 대학들이 반영식에 쓸 변환표준점수를 확정짓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아 상세한 상담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 정시 원서접수가 내년 1월 7일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주를 더 미루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일정 조정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수시 박람회의 경우 대관 장소인 코엑스에 여유 일정이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상반기에 열렸어야 할 행사들이 하반기로 대거 자리를 옮긴 탓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장소만 있다면 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쉽다. 문제는 장소가 없다. 행사들로 인해 코엑스 대관일정이 전부 차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때문에 수시 박람회를 코엑스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여는 방안도 검토되는 상황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수시 박람회는 다른 장소로 옮겨 날짜를 연기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정시 박람회 일정 조정은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현 상황대로라면 정시는 대입일정이 밀린 만큼 연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귀뜸했다.

대교협은 최대한 빨리 박람회 일정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단, 대학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절차가 남았다. 본래 박람회 일정은 대교협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 관계자들이 주축이 된 박람회 운영위원회·준비위원회 등에서 최종 결정이 나와야 한다. 대교협 관계자는 “여러 방안들을 놓고 위원회와 논의할 예정이다. 다음주 정도에는 일정을 확정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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